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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미래 박물관 (1)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짓기에도 가장 복잡했던 건물을 알아보자!

둘라 2022. 3. 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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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박물관의 개관까지...

1960년대 영국이 이 동네에서 철수하겠다고 공표했을 때 아부다비 통치자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과 손잡고 UAE 건국의 초석을 다진 두바이의 전 통치자 셰이크 라쉬드 빈 사이드 알막툼의 네 아들 중 세 번째 아들이자 어려서부터 영특함을 인정받았던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은 10살 때인 1959년 아버지의 영국 방문길에 동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20대 초반까지 세계 여러 곳을 같이 다니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당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보면서 "왜 우리 나라엔 저런 건물을 지을 수 없었을까?를, 런던의 히드로 공항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엔 저런 공항을 가질 수 없었을까?"를 물었다고 하죠. 그 당시엔 아버지 셰이크 라쉬드가 석유로 벌어들이기 시작한 돈을 이용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라쉬드 항을 짓고 있었을 당시였기에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소년의 망상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로부터 25년여가 지난 1990년대 중반 두바이의 실세인 왕세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 같은 각종 이벤트와 부르즈 알아랍 호텔 개장 등 세계에 관심을 끌만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진행하면서 듣보잡이었던 두바이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 중 하나로 일궈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 10대 때 꿈꿔왔던 세계 최고층 건물을 위시한 초고층 건물들을 세우고, 두바이 국제공항을 히드로 국제공항과 견줄 수 있는 공항으로 발전시키며 어린 시절에 꾸었다는 꿈을 이뤄왔죠.

그러던 그가 2015년 2월 세계정부정상회의 (World Government Summit)를 통해 선보였던 컨셉을 살려 다음 달인 3월 4일 미래 박물관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주 진출"과 함께 "미래"는 노년기에 접어든 그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습니다.

전자 정부 서비스도 일반화되지 않은 2013년에 모바일 정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진행한 그였기에, 아랍국가 중에서도 가장 테크 덕후 국가인 두바이가 지향할 길이기도 했죠.


2015년 발표 이후 미래 박물관 테마 전시회, 혹은 임시 박물관은 세계정부정상회의 기간 중 팝업 형태로 운영해 왔었으며, 그의 사무실이 있는 에미레이트 타워에 임시 전시코너를 개설해오곤 했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는 2016년 4월 24일 미래 박물관을 맡게 될 두바이 미래 재단을 설립하면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세계 최초의 사무실을 임시 사무실로 만든 바 있습니다.


두바이를 미래를 위한 기술혁신의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하고픈 염원을 담아 결국 현실화하진 못했지만, 세계 미래스포츠 대회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있었죠.

 

두바이 프레임에서는 두바이가 꿈꾸는 미래를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AI 기술을 활용한 프로토 타입의 무인 경찰서를 세계 최초로 문을 열어 이를 발전시키고 있죠.

 

최근에는 내륙에서 떨어진 월드 아일랜드 같은 곳에 투입하겠다며 바다 위에 떠있는 무인 경찰서 SPS의 프로토 타입을 공개하기도 했죠.


2015년 UAE 혁신주간을 연례행사화 하면서 AI에 기반을 둔 미래 정부 발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 아예 정부 내각에 AI 담당 국무장관직을 신설해가며 연합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2117년 화성에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첫 걸음으로 UAE 건국 50주년을 맞아 발사한 화성 탐사선 아말이 무사히 화성에 도착하면서 지난 1년간 무함마드 빈 라쉬드 우주센터는 아말이 보내온 자료들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말의 화성 탐사 시작 후 약 1년여 뒤인 2022년 2월 17일 오랫동안 준비해 온 미래 박물관을 5일 뒤인 2월 22일에 개관한다고 공식 발표하게 됩니다. 완벽한 회문일은 아니지만, 2022년 02월 22일이란 날짜에 의미를 뒀다는군요. 개장일을 발표한 다음날 두바이 정부 홍보실은 그야말로 미래 박물관스런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홍보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미래 박물관은 예고대로 2월 22일 공식 개관식을 열고 23일부터 방문객의 입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하지만 짓기에는 가장 복잡했던 건물


셰이크 무함마드가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 자평한 미래 박물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의 기반이 되는 녹색의 정원은 지구를 상징
아랍어 캘러그래피로 외관을 감싼 은색의 원형 빌딩은 인간성을 상징
원형 빌딩의 빈 공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


총면적 30,548m2, 높이 77미터 건물인 미래 박물관은 앞서 소개해 드린 두바이 미래 재단 임시 사무실, 어드레스 비치 리조트를 설계한 로컬 디자인 회사인 킬라 디자인의 대표 디자인 디렉터 숀 킬라가 설계했고, 엔지니어링 컨설턴시인 브로 합폴드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했습니다.

 

정원

실내에는 로비와 주차장, 강연장 등이 있는 박물관의 저층부에 길게 펼쳐진 녹색의 정원은 UAE의 자연 다변성과 생태 유산을 반영하는 가프나무 (ghaf), 가시갯대추나무 (sidr), 아카시아 나무 등 100여 종의 각종 식물과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박물관을 셰이크 자이드 로드에서 만나게 되는 정면으로는 그 사실을 실감하기 힘들지만,


에미레이트 타워 앞쪽에 펼쳐진 박물관의 뒷쪽에서 보면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방문일 당시에는 아쉽게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계단을 통해 정원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박물관 시공의 난이도를 극악으로 높인 주범인 박물관의 몸통을 살펴봅니다.

원형 빌딩과 외관

미래 박물관을 설계한 숀 킬라의 말에 따르면, 건물의 외관은 무엇보다 이름에 걸맞게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면서도 풍수적인 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하여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풍수적인 요소는 셰이크 무함마드의 대표적인 초기 프로젝트인 부르즈 알아랍에서부터 사용되어 왔으니 나름 중점을 두는 부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미래 박물관 설계에는 풍수에서 둥근 모양이 담고 있는 비옥한 땅의 들판과 하늘의 끝없는 상상, 즉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나타내려는 의도를 살렸다고 하네요. (링크)

미래 박물관의 단면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건물 꼭대기까지 세워 놓은 콘크리트 기둥을 중심축으로 삼아


복합 콘크리트 바닥 슬래브와 17,000제곱미터의 복합 피복재가 부착된 2,400개의 강철 프레임을 대각선으로 교차시켜 건물의 골격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설계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운행하는 기둥을 제외하면...

 


로비나 전시공간 내에 나선형 계단은 있을지언정 수직으로 형태를 고정시켜 주는 기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건물의 내부에 외관보다 더 복잡한 곡선으로 이뤄져있고 불규칙한 모양으로 텅 빈 공간들이 많이 있는데도 말이죠.

 


사실 기울어진 건물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 기둥을 축으로 삼아 대각선으로 교차시킨 강철 프레임 위에 외관을 덧씌운 건물은 UAE 내에서도 처음은 아닙니다. 몇 년 전에 포스팅했었는데 지금은 안다즈 캐피탈 게이트로 이름이 바뀐 캐피탈 게이트 건물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캐피탈 게이트와 달리 미래 박물관의 건설 난이도를 극악으로 높여놓은 주범은 바로 17,600제곱미터의 외관을 감싸고 있는 1,024조각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에 있습니다. 패널만 부착하면 난도가 높진 않겠지만, 자연 채광을 활용하기 위해 패널에 함께 부착된 유리가 셰이크 무함마드의 어록이 담긴 아랍어 캘러그래피를 형상화하고 있으니까요. 조각수가 1,024조각인 이유는 1킬로바이트를 의미한다는군요.

 

그 외관에 쓰여진 아랍어가 간단한 단어가 아닌 세 단락으로 이루어진 셰이크 무함마드의 싯구였기 때문이죠.  

 

سر تجدد الحياة وتطور الحضارة وتقدم البشرية هو في كلمة واحدة هي الإبتكار

생명의 갱신, 문명의 발전, 인류의 진보의 비결은 한 마디로 혁신이다.

المستقبل سيكون لمن يستطيع تخيله وتصميمه وتنفيذه. المستقبل لا ينتظر.. المستقبل يمكن تصميمه وبناؤه اليوم

미래는 그것을 상상하고, 디자인하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미래는 기다리지 않는다..미래는 오늘 설계하고 건설할 수 있다

لن نعيش مئات السنين، ولكن يمكن أن نبدع شيئاً يستمر لمئات السنين

우리는 수백 년을 살 수는 없지만, 수백 년 동안 지속되는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긴 문장을 화려한 서체로 적어 놓았으니 난이도가 대폭 상승할 수 밖에요.


방수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과 난연성 복합 패널은 휘어져 있지만, 평면인 유리 섬유를 고정해야만 해서 3차원으로 재구성된 캘러그래피를 살리기 위해 하나하나의 모양이 다른 1,024조각의 패널을 설계하는데 알고리즘을 사용했다고 하죠 (링크)


폴리우레탄으로 서로 모양이 다른 1,024개의 틀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는데만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소요되고, 난연성 복합 패널을 만들기 위해 오븐에서 120도로 6시간을 구워낸 후 틀에서 떼어내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부착하고 유리 섬유 강화 패널에 고정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패널 생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패널을 현장에 가져와서...


독특한 3D 유니버설 조인트를 활용해 패널을 프레임에 결합시켜서 만들었습니다. 제작에 약간의 실수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기에 그야말로 정밀한 작업.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외관은 패널들간 경계선만 보일 뿐 패널 위로 돌출된 부분 없는 매끈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외관은 건물의 형태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LED, 레이저, 프로젝션 쇼를 펼치는 캔버스로도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패널에 부착된 아랍어 캘러그래피를 형상화한 유리 섬유는 유리를 통해 자연 채광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글자 모양의 테두리에 LED 조명을 달아놨는데, 그 길이만 무려 14,000미터에 달한다고 하네요.


별도의 이벤트가 없는 야간에는 자정 무렵까지 LED가 들어와 밤에도 돋보이는 모습을 자랑합니다.


이것으로 미래 박물관 개관까지의 과정과 건물에 대해 소개해 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방문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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