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화제 속에 예정대로 지난 11일 리야드 킹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BTS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콘서트가 3만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아미들을 열광시키며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사우디 최초의 단독 아티스트 스타디움 콘서트이자 완판된 콘서트로 화제를 모았으며, 네이버 브이 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유료 스트리밍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된 공연이기도 했습니다.



사우디 지역축제인 사우디 시즌 원년 최대의 축제인 리야드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주인공이 되었던 BTS는 왕실급 경호를 받으며 리야드에 입성했었고, 리야드 시내의 주요 건물이 보랏빛이 물들었을 정돌로 리야드 시 차원의 대대적인 환영인사도 있었지만 ([문화] 리야드 시즌의 개막을 알릴 BTS를 환영하기 위해 보랏빛으로 물든 리야드 거리! 참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우디에서의 단콘이 성사된 것에 감격할 수 밖에 없었던 사우디 아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꿈이 성사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래 배너 속 문구는 그들의 벅차오르는 감격을 표현한 가장 적절한 문구가 아닐까 싶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팝 콘서트란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우디였으니, 이들은 UAE에서만 콘서트를 해도 가겠다는 염원을 표출해 왔으니까요. 스케일에 있어서만큼은 슈주 때처럼은 아니라지만, 옥외 광고를 싣는다던가...



공연장인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까지 쉽게 올 수 있도록 버스를 대절해서 아미들에게 제공하기도 했고, 



심지어 생일을 앞두고 공연하는 지민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SOHO SHOT 카페와 콜라보하여 지민 생일 축하 특제 종이컵홀더를 만들고 생일 이벤트까지 열 정도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한국 아이돌 팬클럽이라고 나이표기는 한국 나이와 만 나이까지 함께 병기해주는 센스!



아랍 아미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호응하듯 BTS 역시 현지 사정을 감안한 여러 가지 연출을 보여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현지 팬들과 언론들은 특히 그들에게 있어서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아랍어를 곳곳에서 적절하게 활용한 연출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가령 RM의 트리비아 승 러브의 마무리를 장식한 "나는 리야드를 사랑합니다"라는 연출이라던가... (리야드 시즌 이벤트 아니랄까봐...^^)




멤버들이 아랍어로 부른 지민의 서프라이즈 생일축하송을 포함해 곳곳에서 구사한 짧은 아랍어들은 누군가에게는 아랍인인 자신의 발음보다 낫다는 평가를 하는 팬들이 나올 정도로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아랍애들은 아랍어보다 영어가 더 편;;;;;;;;;)



게다가 한창 질풍노도의 개방무드 속에 있지만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사우디의 정서를 감안하여 안무를 수정하고 스탭들에게도 사전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전례없는 규모의 콘서트로 많은 우려 속에 진행되었던 콘서트는 BTS와 아미들의 멋진 교감 속에 리야드를 뒤흔들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도한 국내 매체 기사들을 둘러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이들의 교감과 달리, 급변하는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우디를 19년째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면서도 지난 2년간은 천지개벽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매체들의 기사는 달라진 현지 사정을 모르거나, BTS 콘서트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뒤집는 기사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었으니까요. 평소 팬들에겐 BTS 보도는 메이저 연예기획사에 밀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슬람 율법을 깼다"는 둥, "마흐람" 제도를 지켜야 하지만 외국인 여성 관객에겐 완화했다는 둥의 표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선 이슬람 율법을 깼다는 표현은 넓은 지역에 퍼져있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이들의 특성을 무시한 표현입니다. 이 표현대로라면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적용되어야 겠지만, 현실은 나라마다 다르니까요. 그나마 사우디가 심한 편이긴 했습니다만...


이슬람 율법을 언급하면서 나온 "마흐람"을 놓고 보자면, 계속되는 사우디 내 여성 권익 강화 분위기 속에 지난 8월 1일 살만 사우디 국왕이 직접 폐지하는 칙령을 내리면서 구시대의 유물이 된 사우디 사회의 악습입니다. ([사회] 살만 국왕, 사우디 여성들의 여행제한 족쇄였던 마흐람 제도를 폐지하는 칙령 발표! 참조)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잔 2030 발표 이후, 이란 이슬람 혁명과 메카 그랜드 모스크 사건으로 인해 보수 강경화되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며 그간 금지해왔던 여성운전 허용, 경기장 입장 허용, 여권 및 신분증 발급 허용, 남녀 섹션 구별 철폐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왔었습니다. 그 와중에 위상을 잃어가던 마흐람 제도가 지난 8월의 여권법 및 가족관계법 개정 발표, 그리고 관광비자 발급과 함께 지난 10월 5일 숙박업법 개정을 통해 사우디 여성도 신분증만 있으면 남성 보호자의 허가없이 자유롭게 호텔 예약을 가능할 수 있게 되면서 마흐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호텔] 사우디, 관광비자 개방과 함께 투숙 규정을 개정하여 외국인 남녀 여행객의 한 방 투숙을 허용키로! 참조)


사우디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 매체들은 BTS 콘서트와 마흐람을 엮어 기사를 쓰더군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팩트 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애써 사족을 달아 무지함을 보여주고 있달까요.


사우디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 없이 이동이 불가했다면, 위에서 보여드린 것과 같은 셔틀버스 이용, 그리고 여성들로 가득찬 대기열의 행진을 보기 힘들었겠죠.



아울러 리야드 시즌 개막에 맞춰 펼쳐진 BTS의 리야드 공연 소식을 1면 메인 기사로 소개한 12일자 사우디 가젯트지에 실린 큼지막한 사진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했던 사우디 내 여성복장 규정 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연하는 BTS나 무대 실황 사진이 아닌 히잡도, 아바야도 입지 않은 여성 아미의 모습에 포커스가 맞춰진 사진이 메인으로 실린 이유는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여성들에게도 히잡은 완화되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아바야 착용만큼은 의무였던 사우디 내 복장 규정이 지난 9월 28일 관광비자 발급에 맞춰 발표된 "공공장소 예절 규정"에 따라 대폭 완화되었으니까요. ([비자] 사우디, 전자 관광비자를 공식 발급하며 걸어잠궜던 문호를 세계에 개방해! / [정보] 사우디, 관광비자 발급에 발맞춰 "공공장소 예절 규정" 시행 발표! 참조)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고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사우디 사회의 관습은 이슬람 규정, 혹은 이슬람 관습이라는 순수한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종주국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세속국가인 사우디 왕가의 약점에서 나온 사회적 관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사우디 사회 내 논의를 거쳐 천천히 진행되었던 변화가 최근 몇 년간 종교세력을 억누르는데 성공하면서 그야말로 급변하는 것이구요. ([사회] 사우디 현대사의 볼드모트, 그리고 종교경찰의 흥망으로 본 사우디 사회의 격변사!! 참조)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성사되어 성황리에 마무리된 이번 BTS 리야드 콘서트 이모저모를 지켜본 바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최근 2년간 급변하고 있는 사우디의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첫 스타디움 단콘에 이어 스트리밍 생중계까지 허용한 사우디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전세계적인 아이돌로 위상이 높아진 BTS가 적격이니까요. BTS 리야드 콘서트로 인해 사우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도 분명 있을테구요.


평소에 이러한 사우디 사화의 급변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으니 "BTS 콘서트를 위해 ~~을 철폐했다, 허용했다"는 표현을 쓴 국내 매체의 보도들은 그 인과관계를 거꾸로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평소에는 주목하지 않다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다보니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기사들의 문제랄까요? 아랍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종종 비판해오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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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 영국인 남편-사우디인 부인의 부부를 이상한 관계로 오해하여 슈퍼에서 주차장까지 쫓아가 결국 사람들 앞에서 구타해버린 이 영상은 당시 종교를 등에 업고 엄청난 권력을 과시했던 사우디 종교경찰의 오만방자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자국민에 대한 각종 악행이 일상화되면서 엔간한 일에는 눈하나 꿈쩍않던 이들조차 영국인을 구타한 것이 세간에 알려지자 결국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가해자를 좌천시키며 수습에 나설 정도였습니다만... ([사회] 사우디 권선징악청, 영국인-사우디인 부부 폭행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현장요원 징계 및 부부에게 공식 사과! 참조)



사우디를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잊지 못할 단어 중 하나일 "무따와"가 바로 사우디 종교경찰를 일컫는 말입니다. 무따와는 특별한 제복 없이 일상복을 입고 사우디 사회 곳곳을 누비면서 사람들의 비종교적인 행위를 적발해왔었습니다. 예배시간에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영업하는 매장을 적발해서 영업정지를 내리고, 외국인 여성들의 복장에 맘에 안들면 지적질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연애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적발해 낸다던가 등등...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사우디인들 조차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었습니다. 


이란 이슬람 혁명과 그랜드 모스크 점거 사건에 자극받은 사우디 내 강경 보수 성직자들이 목소리를 드높이게 되면서 지난 38년간 일선에서 사우디 사회의 앞뒤로 꽉막힌 강경 보수화를 이끌었던 선봉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권선징악청 산하의 종교경찰은 종교세력의 입지 강화와 함께 자신들에게 부여된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해 시간이 갈수록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위법행위로 위에서 언급한 무고한 일반인 구타와 더불어 부적절한 구금, 무리한 추격전 등을 펼쳐 일반인 사상자가 발생시키는 등...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집단이 되었습니다. 이는 종교가 정치세력의 약점을 잡고 모든 것의 위에 오른 사회에서 사우디 내에 이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청소년 세대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화의 길을 걷던 일반 사우디 시민들의 반발을 자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을 경계하기 위해 압둘라 전 사우디 국왕은 온건한 성향의 성직자를 청장으로 임명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면서 그들의 태도를 개혁해 보려고 했지만, 이미 현장을 누비던 일선의 고참 경찰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를 계속 추진하기에 그는 너무나도 늙었고, 그의 건강이 허락하질 않았으니까요.


종교경찰을 약화시키려는 정부의 1차 시도가 무위로 끝나면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권력은 살만 국왕이 취임한 후 이들의 횡포를 더이상 간과할 수 없었던 정부가 내린 기습 칙령에 의해 결국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방침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는 강경 보수 종교 세력들을 차례로 무력화시킨 후 온건 이슬람 국가를 자처하기 시적한 사우디 정부의 태도는 지난주 건국 89주년 기념일 신문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하여 종교경찰의 만행을 자성하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사회] 사우디 현대사의 볼드모트, 그리고 종교경찰의 흥망으로 본 사우디 사회의 격변사!! 참조) 이에 덧붙여 사우디 정부는 며칠 뒤 대대적인 문호개방과 함께 이들이 적임자일 것만 같은 규정을 발표했음에도, 이 규정의 담당자로 적임자라 할 수 있는 종교 경찰이 아닌 일반 경찰에게 부여하고 말았죠. ([정보] 사우디, 관광비자 발급에 발맞춰 "공공장소 예절 규정" 시행 발표! 참조)


최근 나라를 몇 주째 뒤흔들며 국민들의 시위를 자초한 우리나라 정치검찰을 보면서 여러가지 의미로 사우디 종교경찰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요???


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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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몰 내에는 두바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큰 대형서점 키노쿠니야가 있습니다. 예전엔 두바이 분수쇼를 볼 수 있는 명당 중 하나였던 서점 내 카페까지 있을 정도로 초대형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원래 있던 장소에서 메트로 링크 앞으로 축소이전했기에 옛모습을 기억하는 저에겐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요.


키노쿠니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1927년 동경 신주쿠에서 문을 열어 세계 여러 나라에도 체인점을 두고 있는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인 키노쿠니야쇼텐 (紀伊國屋書店)의 중동지역의 유일한 체인점입니다. 일본서점이다 보니 일본서적 원서코너가 따로 있고, 일본문화 관련 문방구나 심지어는 프라모델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에 있어 더욱 그렇겠지만, 일본서적 원서코너 중 중동서 (中東書)라는 이름으로 중동서적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비록 일부분이기는 해도 기본적인 아랍어책부터 시작해서 이슬람으로 한정해도 종교부터 도시설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의 책들, 번역서부터 만화, 여행 가이드북 등 전문서적에서 오타쿠 취향의 책까지 다양한 주제와 방식의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코너에서 예전에 본 책 중에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곳곳에 있는 초고층 건물만 사진으로 담은 책도 있었죠.



키노쿠니야의 중동서 코너에 꽂혀있는 다양한 일본책들에 감탄하면서 대학 신입생이었던 24년 전 봄의 어느날 국회도서관에서 받았던 충격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중동지역에 대한 정보를 찾겠다며 학교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을 거쳐 갔었던 국회도서관. 다른 곳에서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는 한국어 책들만 조회가 되어 몰랐었는데, 국회도서관에서는 한국어로 키워드를 입력했는데도 한국어 책들과 같이 검색되다 보니 수적으로나 종류로나 비교가 않될 정도로 더욱 많게만 느껴졌던 일본어 원서는 일본어를 배운지 한두달 밖에 않된 초심자라 원서를 읽어볼 엄두를 내지는 못했음에도 꽤나 충격적이었거든요.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과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애증을 맺고 있는 영어서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당연했겠지만,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였던 일본어 원서가 그렇게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었으니까요.


그때 받았던 충격은 다른 경험이 겹쳐지며 중동지역과 관련된 잡다구리한 정보를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가 된 시작점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모 출판기획 에이전시에 블로그 내용을 소재로 출판기획이 가능한지 문의했다가 몇 주 뒤에서야 "관심을 갖고 문의해주셔서 감사하지만 한국 출판시장에서는 중동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어려울 것 같다"는 뻔한 회신을 받았던 나쁜 기억도 떠오르네요. 제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나치게 종교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는 블로그인데도 말이죠. 국내에서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특별한 화제성이나 출판하는 측의 의도가 없는 한 관련서적 출판이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모 출판기획 에이전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분야라면 더더욱 말이죠. 이는 여전히 한국어로 된 아랍관련 서적의 대부분이 수요가 보장된 각종 교재 등 아랍어 관련 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도 언론에서도 좋은 의미로든 안좋은한 의미로든 특별하게 화제가 되지 않는 이상 좀처럼 다루지 않을 정도로 (그나마 클릭질 유도를 위해 팩트확인조차 않한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죠;;;;), 처음 충격을 받았던 2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 속에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왜곡된 중동관련 정보들이 유통되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됩니다. SNS가 대중화되기 이전엔 그나마 없었는데, 누구나 정보를 가공해낼 수 있는 지금은 그럴싸한 레퍼런스까지 곁들이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파하지만, 실제로는 어처구니 없는 음모론을 설파하는 특정 종교세력과 예멘 난민 문제로 더욱 확산된 이슬람포비아를 확신시키려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악의적으로 가공된 가짜정보들이 범람하는 모습을 말이죠.


키노쿠니야 중동서 코너는 이런 현실 속에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개인적으로 이득을 않겨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지난한 길을 걷게 만든 이유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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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랍_에미리트_연합 |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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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11일 아침 겨울왕국으로 변한 요르단 암만에서 찍은 첫 사진)



배치사정표를 신뢰하기 힘들었던 수능 첫 세대로 아랍어의 أ도 몰랐지만 하향 지원자들이 많아 운좋게 추가합격으로 얻어걸려 들어간 아랍어과 신입생이었던 94년 봄, 아랍지역에 대한 자료를 좀더 찾아보고자 방문했던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받았던 나름의 충격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영어 서적이야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몇 대에 걸쳐 쌓아놓은게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눈꼽만큼 있던 한국어 서적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수의, 그리고 전문서적에서 오타쿠 취향의 서적까지 다양한 깊이와 분야를 자랑하는 일본어 서적이 눈에 띄었거든요. (최근 번역청 설립 요청건이 화제였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다가 레포트지 10장짜리 얄팍한 레포트를 500여 페이지짜리 자료집으로 둔갑시키는 경험을 한 이후 현지에 직접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땅한 한국어 가이드북이 없기에 이집트와 달리 한국어판 세계를 간다로는 출판되지 않았던 일본 여행 가이드북 "地球の歩き方-ヨルダン/シリア/レバノン 지구를 걷는 법- 요르단/시리아/레바논"[각주:1] 원서 한 권을 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아랍생활의 첫 시작지였던 요르단에 어학연수를 떠났던 날로부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보다도 더 작았던 요르단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내린 1998년 1월 10일 만난 요르단의 첫 인상은 아랍하면 떠오르는 미친듯이 강한 햇살 따위가 아니라 구름이 짙게 낀 하늘 아래 가랑비로 젖고 있는 활주로, 당시에는 라마단 기간 (1997년 12월 30일~1998년 1월 28일) 중이라며 도착비자 발급처와 환전소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조명을 꺼놓아 어둑하기만했던 을씨년스러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벽부터 저를 맞이해주었던 가랑비는 점점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로 거세지더니 밤새 폭설로 바뀌어 하룻밤 자고 일어난 세상은 바로 위 사진처럼 하얗게 변해 충격과 멘붕을 안겨주었습니다. 폭설로 인해 환전을 해야하는데도 도로가 막혀 환전을 하러 갈 수 없었으니까요. 시간이 한참 지난 21세기에도 눈속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차를 빼준다고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지나가다 차에서 내려 직접 사람들과 차를 끌어내는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니 어떨지 이해되시죠???



요르단에서의 어학 연수를 거쳐 두차례에 걸친 사우디 근무, 그리고 현재의 UAE 근무까지 20년의 세월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아랍국가에서 생활하게 될 줄은,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정보를 블로그와 SNS를 통해 공유하는 블로거가 될 줄은 첫 경험부터 비와 폭설로 멘붕당했던 20년 전 그 날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다음에 있는 둘라뱅크 아카이브 (사실, 다음에 있던 오래된 자료를 날리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해서 한 곳에 옮기기는 더 번거롭다보니 아카이브 형태로 놔둔..)의 1985개 포스팅, 그리고 지금의 1019번째 티스토리 둘라의 아랍 이야기 포스팅은 바로 그렇게 쌓아온 둘라의 여적이고, 1994년 봄 국회도서관에서 받았던 "아랍지역에 대한 한국어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충격을 나름의 방식으로 자체 업그레이드하며 풀어나가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지금까지 남겨온 3000개를 넘긴 포스팅 중 가장 많이 회자되고 주목을 받었던 포스팅은 딱 하나 ([다큐] 푸대접을 자초한 UAE 방문, 그날 UAE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 불과했을 정도로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기도 힘든 일개 블로거일지라도 말이죠. 


아랍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으로 책으로 엮기는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한 출판 기획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국내 도서시장에선 극히 화제성 이슈 (예전의 두바이 출판붐?), 혹은 단편적인 흥미유발형 주제를 담지않는 이상은 책으로 나오기도 쉽지 않고, 대중에게 사실과 정보를 전달해야할 언론 매체들은 각종 부정적인 내용으로 아랍 포비아를 유발하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그나마도 클릭질 유도, 혹은 여론 호도에 혈안이 되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팩트조차 체크하지 않고 왜곡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여 부정확한 내용들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아예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학 신입생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것 같진 않거든요. 블로그를 통해 가끔 비판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듯이 공식 매체는 아니어도 때로는 독점이나 다름없는 나름의 컨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다보니 더 눈에 띄게 드러난달까요.


둘라뱅크/둘라의 아랍 이야기의 현재 버전은

- 중요한 현안, 혹은 알아두면 좋지만 언론에선 다루지 않는 정보가 있으면 처음 듣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의 전개를 포함하여 소개하고,

-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관광지나 호텔 직접 방문하여 체험한 경험기를 관련 정보를 포함해서 소개하며,

- 걸프지역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소식과 함께 아챔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걸프지역 리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1. 당시에는 세 나라를 한 권에 담았으나,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과 레바논의 불안안 치안상황으로 인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면서 두 나라를 다루지 않는 대신 최신판은 "페트라 유적과 요르단"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페트라를 중심으로 한 요르단 가이드북을 내놓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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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지만, 얼마전 한 드라마의 제작 보고회 관련 기사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최민수, "한국판 만수르" 변신!" 지금까지의 한국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캐릭터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아니나다를까 드라마 홈페이지의 기획의도에도 대놓고 이렇게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응?????



맨시티 구단주가 된 이후 아낌없는 투자행보로 축구팬을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중동 부호의 대명사처럼 알려지게 된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은 자수성가한 흙수저 부호가 아닌 UAE를 통치하는 알나흐얀 씨족의 로열 패밀리 중 한 명이며 UAE 건국의 아버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을 아버지로 둔 금수저를 넘어선 그야말로 다이아몬드 수저입니다. UAE 국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의 일곱번째 아들, 현 UAE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통치자인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셰이크 자이드의 장남)의 이복동생이자, 아부다비 왕세제지만 실질적인 대통령 대행을 맡고 있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셰이크 자이드의 셋째)의 친동생.


나 찾았어?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해도 똑똑하고 처신을 잘해 그야말로 One of Princes가 될 수 있는 일곱번째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의 형들을 제치고 더욱 유명해진 사업가, 투자자 이전의 본업은 UAE의 제7대 부총리 (2009년 5월 10일~현재)와 대통령부 초대장관 (2004년 11월 1일~현재/1997년부터 대통령실 Presidential Office 실장을 맡았으며 2004년 셰이크 자이드 서거 후 아부다비 통치자가 된 셰이크 칼리파가 대통령실을 대통령부 Ministry of Presidential Affairs로 격상시키고 교체할 것이라는 썰과 달리 이복동생 셰이크 만수르를 신설 부처 장관으로 승진시켰음)을 겸하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대충의 족보를 따져보면....


아버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 (2004년 사망): UAE 초대 대통령 (1971년 12월~2004년 12월), 전 아부다비 통치자

첫째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 (1948년생): UAE 2대 대통령 (2004년 12월~현재), 현 아부다비 통치자

둘째 셰이크 술탄 빈 자이드 알나흐얀 (1955년생): UAE 6대 부총리 (현재 공직은 없음)

셋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1961년생): 아부다비 왕세제 겸 대통령 권한대행, UAE군 총부사령관

넷째 셰이크 함단 빈 자이드 알나흐얀 (1963년생): 알다프라주 (구 알가르비야) 통치자 대리인 

                                                            (쿠데타 모의하다 걸려 사실상 모양새 좋게 유배 중이라는 설이 있음...)

다섯째 셰이크 핫자 빈 자이드 알나흐얀 (1965년생): 국가안보자문, 아부다비 최고위원회 부회장, UAE 주민등록청장

                                             알아인 구단 이사회 겸 명예 이사회 부회장, 그리고 알아인 홈구장의 이름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

여섯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 (1968년생): 주짓수 사범, 금융업에 종사

일곱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1970년생): 그분!





제대로 파고들면서 다루려면 쓸 말은 많겠지만 아랍지역을 왜곡해서 소개하는 국내 미디어에 대한 비평을 일부러 다루지는 않는 이 블로그를 통해 비평하는 주제가 딱 두 개가 있습니다. 스포츠 전문 기자들이 평소 다루지 않는 걸프지역 축구 소식을 다루면서 몇 분만 검색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을 무시한 클릭질을 유도하는 기사와 셰이크 만수르에 대한 지나친 희화화 또는 역시나 잘못된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기사 대상에 대한 사적 감정이 가미된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왜곡보도가 문제이고, 후자의 경우에도 보기 거북할 정도의 희화화와 클릭질 유도에 급급해서 남의 집안 족보까지 뒤흔드는 패기를 언론들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치인들에게도 안보여주는 패기를 말이죠. 


[비평] 만수르 구단주의 위엄, 그리고 족보 파괴조차 서슴치 않는 미디어의 패기;;;; 

[비평] 개콘 만수르, 개그 속에 보여지는 불편한 선입견, 그리고 기본적인 사실 파악도 않하는 기자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판 만수르를 언급하고, 기획의도에서조차 대놓고 친근한 셰이크 만수르를 언급하는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식은 장르가 아무리 코믹 드라마일지언정 왠지 지금까지 우리 미디어에서 다뤄온 셰이크 만수르에 대한 행보를 봤을 때 왠지 지나친 희화화와 왜곡의 총집합판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고, 결국 방영 첫 주만에 이슬람 희화화 논란에 휩싸이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둘라뱅크 페이스북 페이지에선 논란이 시작되었을 당시에 "과할 정도로 동경하거나 희화화하는 셰이크 만수르에 대한 국내 미디어의 빈곤하고 천박한 상상력과 기획력을 보여준달까요..."라는 언급을 했음에도 이제서야 포스팅하게 된 이유는 아랍 사회를 감안할 때 말도 안되는 신분과 이름을 가진 그의 등장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5화가 되어서야 이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의 사연 소개는 없을 것 같지만...


똑똑한 다이아몬드 수저와 중동 붐 속에서 얼결에 로또를 만나 신분 및 국적세탁까지 거치며 대박친 흙수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굳이 친근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갖다붙인 이유가 뭘까 말이죠. 굳이 석유재벌이 아닌 다른 재벌을 가지고 와도 될 것만 이산가족 찾기 이야기에 무리하게 셰이크 만수르를 끌어들인 결과는 빈곤한 상상력과 천박함을 드러내는 그야말로 대참사였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을 위한 것이었다면 대성공이겠지만요.


제작진이 가상의 국가라고 극구 강조하고 있는 보두안티아국은 기획의도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중동 붐의 영향을 감안했을 때 아라비아 반도 내 어딘가에 세워진 국가임은 분명하기에 아랍어와 이슬람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고 설정상으로도 그렇게 가상의 국가임을 앞세우는 보두안티아국의 모국어와 종교로 등장하지만 드라마 첫 장면부터 허술한 설정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랍어와 이슬람에 대한 무지

아랍어는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의 1992년작 붉은 돼지의 인상적인 인트로에서도 보여지듯 일반적인 언어의 진행방향과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여지는 대표적인 언어입니다만...



드라마는 1화 인트로신에 나오는 단어부터 공간을 초월하여 방향을 무시하면서 쓰기 시작하면서 불안한 징조를 내보이더니...




주인공이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에는 아예 글자를 붙여쓰지도 않은채 개별 글자의 독립형에다 순서로 뒤죽박죽으로 나오는데다 그나마 자막 그대로 제대로 이어쓴다고 하면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يلع دعس دهف (얄으 다으스 다흐프?), 아무리 좋게 순서를 뜯어고쳐 봐야- علي سعد فهد -사이드 파(흐)드 알리가 아닌 알리 사이드 파흐드라는게 함정. (아랍어 발음대로라면 파흐드라 읽어야 겠지만, 영어 위주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국어로는 파드로 쓰이고 있죠) 





게다가 배경이 되는 가상의 국가 보두안티아국의 이름도 장면에 따라 아랍어로는 다르게 표기가 됩니다. 어떤 장면에선 "보투안티야 (بوتوانتيا)"로...





어떤 장면에선 "보두안티야 (بودوانتيا)"로 표기할 정도로 오타가 많습니다. 거기에 최민수의 어설픈 아랍어 연기와 대사 곳곳에 보이는 문법 오류는 덤.





아랍어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희화화 논란을 자초했던 이슬람에 대한 무지는 아랍어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무슬림들에겐 알라에 대한 신성모독으로 보여질수 있는 무지 콤보를 보여준 인트로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MBC '죽어야 사는 남자' 논란, 무슬림에게 직접 묻다 참조) 인트로에 이어 위에서 언급한 자신을 소개하는 식사 장면에서조차 5화나 되어서야 무늬만 무슬림이라는 설정이 나오고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식사니 와인을 마셔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굳이 편한 복장이 아닌 이 지역의 정장을 갖춰입고 먹을 거라면 팔뚝을 훤히 드러내는 듯한 두 여성의 의상도 에러이기에 어떻게 봐도 주인공이 자신을 소개하며 첫 선을 보이는 이 한 장면에서 보두아티아국의 국어와 국교이기도 한 아랍어와 이슬람에 대한 악의적인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는 제작진의 무지를 한꺼번에 드러내고 시작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의미하는 무슬림이라는 개념부터 제대로 잡혀있지 않을 정도니 이해는 갑니다만... 심지어 한 씬에서조차 무슬림과 이슬람 신도가 혼용되기도 하고, 주인공 비서 압달라에 대한 인물 설명에는 이슬람 세례자라는 표현까지 나오더군요. 





거기에 어처구니 없었던 건 쓰잘데기 없이 길게 늘어놓은 주인공 이름인 사이드 파드 알리와 비서의 이름인 압달라 무함마드 왈리왈라.


엄청나게 길어보이고 발음하기 힘들어 보이는 아랍인 무슬림들의 이름 구조는 사실 간단합니다. 씨족명-할아버지 이름-(빈/빈트)-아버지 이름-(빈/빈트)-본인 이름. 이 드라마의 모티브?를 제공한 셰이크 만수르의 본명은 위에서 언급했듯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으로 알나흐얀 씨족의 술탄의 아들 자이드의 아들 만수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름구조를 감안하면 주인공 사이드 백작의 이름은 "(씨족을 알 수 없는) 알리의 아들 파드의 아들 사이드"라는 뜻인데... 조국이 버린 자신을 구해준 무슬림들을 위해 평생 한 몸 받쳤어도 무슬림이 아니라는 그가 이런 이름을 갖는다는게 뭔가 이상하죠? 왈리왈라라는 허접한 이름까지 붙은 비서의 이름은 말할 것도 없구요. 무함마드니 압둘라니 사이드니..하는 이름들은 무슬림들의 이름임을 감안한다면 이름을 길게 쓸 필요도 없이 사이드 백작, 압달라..만 했어도 충분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나마 현실적이라면 사이드 백작보단 셰이크 사이드가 더 어울렸겠지만...) 


기본적으로 소수의 자국민 우선 정책을 취하다 보니 외국인 관리에 엄격한 이 동네 (외국인 자녀의 2세는 이 곳에서 태어나도 외국인. 대표적인 예로 아랍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가 있죠.)에서 외국인이 외부에는 보두안티아국인인 것처럼 보여지고 (실화면 국적법 위반과 서류 미비로 인한 무국적 장기 불법체류자 신세로... 적발되면 강제추방 대상), 석유는 산유국들의 국유화 산업인데 외국인이, 그것도 동양인이 석유재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더불어 위에서 설명한 말도 안되는 긴 이름을 가지며 신분을 세탁한 것, 503호가 이미 직접 보여줬듯 상대방의 격을 중시하고 자녀가 태어날 경우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가는 아랍국가에서 (UAE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야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UAE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경우 특정조건을 충족시킬 경우에 한해 만 18세가 되는 해에 UAE 국적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한 나라의 국왕이 외국인에게 재산몰수를 협박하며까지 딸을 내줄 생각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싶었더니 결국 개국 공신이 된 외국인에게 국왕이 내려준 특혜로 퉁쳐버린 것 같더군요. 



보두안티아? 카타레미레이트!!!

드라마의 논란이 계속되자 제작진은 방송 시작 전 가상의 국가인 보두안티아국을 배경으로 인물, 지명, 지역, 지명 등은 픽션이라는 안내문을 친절하게 강조하면서 시작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작진의 대응은 역으로 제작진의 상상력 부족과 더불어 안이한 인식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슨 과거나 미래 시대의 이야기라면 대충 허접해도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드라마의 배경은 어디까지나 현대고 모티브는 실존 인물에서 따왔으니 말이죠.





과거 회상신에서 보여지는 장면만큼은 그나.......마 신경을 썼구나 싶었지만...





왕국인지 공화국인지 정체가 미묘한 보두안티아국의 현재는 상상력이 결핍된 어설픈 설정놀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 줄 안되는 설정에서도 왕국과 공화국 표현이 병기되는 것은 기본인데다, 공화국임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국왕과 백작이 왜 있는지는 더더욱 미스테리... 그나마 현대 아랍국가에선 국왕은 있을지언정 백작은 전혀 없는데...


설정상 역사적으로는 걸프지역 산유국들의 모임인 GCC가 설립된 이후이자 건설붐의 끝물에 접어들고 있는 1980년대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보두안티아국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CG질이라도 그럴싸하게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해외촬영 없이 국내에서만 작업하고 있다는 드라마 상에서는 카타르와 UAE를 섞어 놓아도 너~~~~~~무 티나게 섞어놓았습니다.


검색화면에서 보여지는 면적은 대략 카타르 면적의 10분의 1규모 (전세계 나라가 몇 갠데 538위??), 카타르 수준의 총인구, GDP, 그리고 복지혜택.





그런데 배경화면으로 보이는 곳들은 정작 카타르가 아니라 UAE입니다. 살짝 변화를 가미한 UAE 차량 번호판을 시작으로...





모래폭풍을 뚫고 달린 추격전 끝에 잡혀서 간다는 곳은 대놓고 두바이인데다... (심지어 도로표지판의 지명은 픽션이 아닌 실명)





두바이를 대표하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지나...





가상의 국가 보두안티아국 국왕의 궁궐은 아부다비에 있는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라는게 함정... ([아부다비] 아부다비의 상징이자 UAE 신앙의 중심,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참조)





대놓고 정면을 보여줄 용기까지는 없었는지 후면에 이어 측면만 보여주다보니 심지어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맞은 편 리츠 칼튼 아부다비 그랜드 카날에 있는 베네치안 빌리지와 그 뒤로 보이는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 마저도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하다못해 CG라도 그럴듯하게 입혀 가상의 나라다운 이미지를 만들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명소를 합친 나라가 가상의 국가 이미지라는 건 제작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상상력의 부재를 드러낸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덤으로 부르즈 칼리파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장면도 소개되죠;;;;





기본 설정이 너무나도 허술한데다 논란이 계속된 탓인지 드라마 홈페이지의 기획의도 소개 페이지에선 일주일도 채 안되어 셰이크 만수르를 언급한 서두부분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새로 바꿔버렸습니다. (원래 주인공 이름이 사이드 백작이 아닌 만수르 백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제작진이 화제를 유발하기 위해 별생각없이 끌어왔다가 수습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랄까요.





분명 문제가 될만한 소재들이 있는데 소재들에 대한 무지에다가 가상의 국가를 무대로 다룬다면 이러한 논란을 면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무모하고, 목숨을 담보로 맨 주먹으로 이룬 성공신화도 결국은 운빨이 좋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신분 세탁을 거쳐 석유재벌이 되었다는 슈퍼 울트라 로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열사의 땅에서 개고생을 하며 무에서 유를 일궈낸 분들에 대한 모욕으로도 보여지는 이 드라마의 설정이야말로 과할 정도로 동경하거나 희화화하는 셰이크 만수르에 대한 국내 미디어의 빈곤하고 천박한 상상력과 기획력이 모인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비록 방송전 이런 안내문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제가 처음 사우디에서 근무했던 2000년 가을만 해도 위성 채널을 통해 6개월전, 그리고 3개월로 시간차가 줄어든 한국 드라마를 겨우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방송국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을 수정하고 편집해서 VOD로 제공하기도 전에 비공식적인 루트로 한국에서 방송 후 한두시간 만에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세상이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도 공부할겸 이를 즐겨보는 걸프 및 아랍지역을 포함한 해외 팬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너무나도 안이한 기획 및 대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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