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 19 확진 추이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는 사우디 핫지부는 지난 6월말 당초 예상을 깨고 성지순례를 강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초 우므라를 중단시키고, 예배하러 모일 무슬림들을 막기 위해 모스크를 걸어잠근데 이어 3월말 방송 인터뷰에서 올해는 코로나19 확진 추이에 따라 성지순례를 취소할 수도 있으니 미리부터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떡밥을 던졌고, 메카와 메디나 일대의 확진자가 폭증 추이가 좀처럼 꺾이지 않던 중이라 취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다분했던 가운데 나온 발표였습니다.
2020/03/04 - [GCC/GU/사우디] - [종교] 사우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성지순례를 전면 중단하기로!
2020/04/05 - [GCC/GU/사우디] - [종교] 코로나19 사태로 떡밥이 던져진 핫지 (성지순례) 중단의 배경과 역사
코로나19가 확진율만 높을 뿐, 상대적으로 낮은 치사율로 인해 진행해 볼만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우디 정부로서도 40년간 사우디 사회를 지배했던 강경한 원리주의 종교세력의 목소리를 죽이면서 온건화 무드를 타고 있는 가운데, 우므라에 이어 핫지까지 중단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성지순례 중단이 전례없는 일은 아니지만, 매우 보기드물게 있었던 이벤트인데다, 1801년 이후에는 각종 전쟁과 전염병 확산 속에서도 중단된 적이 없었으니까요. The Hajj must go on!
사우디 정부는 성지순례를 상징적인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적에 상관없이 사우디 내 거주 무슬림 중 선택된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엄격한 안전수칙 준수를 내걸었습니다.
2020/06/22 - [GCC/GU/사우디] - [종교] 올해 핫지는 해외 성지순례객 없이 사우디 내 거주 중인 극소수 무슬림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
2020/06/23 - [GCC/GU/사우디] - [종교] 올해 성지순례는 1만명 미만의 사우디 거주 무슬림들에게만 허용하기로!
2020/07/20 - [GCC/GU/사우디] - [종교] 코로나19 창궐기에도 상징적으로 강행하는 올해 성지순례를 위한 사우디 당국의 안전 지침!
(불과 1년 전인 2019년 핫지 풍경)
사우디 정부가 우므라 중단과는 비교가 안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성지순례에 민감히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에게 눈엣가시인 이란의 사례 때문입니다.
걸프지역 일대의 코로나19 유입은 이란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시아파 무슬림 국민들 때문이었거든요. 이란은 무방비로 성지순레와 선거를 강행했다가 걸프지역 내에서 최악의 피해를 입고 있는 중입니다. 시아파 성지순례자로 인해 유입된 코로나19가 이들 국가에서 확산되는 데는 단체 생활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거주환경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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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성지순례만으로도 이 난리를 겪었는데, 시아파 무슬림마저 성지순례하러 오는 메카에서 핫지 기간에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할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혹시나 성지순례 중 코로나19가 확산되더라도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우디에 현재 거주중인 무슬림들 중에 선정하기도 한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172개국 출신의 사우디 내 거주 외국인 무슬림들이 신청했었다고 하니, 이들이 성지순례를 통해 매개체가 되어 자국으로 돌아간다면;;;;;
평소 때와 다르게 역대 최소규모로 강행한 올해의 성지순례 풍경은 어떠했을까요?
1. 타와프 (카바 일대 돌기)
성지순례의 핵심 중 하나인 그랜드 모스크 중심에 자리잡은 검은돌 카바에 몸을 맞대는 것은 금지되었지만 (시아파 성지에선 이러다 확산되었죠), 카바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키스와 (검은 천)를 갈고 소독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모스크 등 모든 장소에서의 이동은 안내자의 인솔 하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채 진행됩니다.
타와프가 행해지는 카바 일대 모스크 바닥에는 순례자들의 동선과 위치를 지정하는 가이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가이드는 색색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모스크를 지키는 보안요원들이 성지 순례자들이 가이드를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카바에 몸을 밀착시키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만, 여기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됩니다.
몰려드는 성지 순례객들로 인해 바닥을 볼 수 없었던 예전과 달리 한 번에 1천명 정도의 성지 순례객만이 참가하다보니 보이는 흰 바닥이 낯설기는 하네요.
올해의 성지순례는 한 그룹에 1천명씩 최대 1만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기에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올해의 성지 순례에 참가한 무슬림들은 더욱 특별한 감동을 표출하더군요.
2. 아라파트 산 오르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이동하고
체온을 다시 한번 측정한 후 산에 오릅니다.
아라파트 산 정상의 풍경도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이찼던 평소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2019년 풍경 (위), 2020년 풍경 (아래)
비교적 사람들이 많은 공간의 모습을 봐도...
예년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아라파트 산에서 내려와 들르게 되는 모스크 내에서의 예배도 간격을 둔 채 정해진 자리에서 진행합니다.
예배 중에도 페이스 마스크 착용은 필수!
3. 사탄에게 돌 던지는 의식
과거와 달리 의식에 참가하는 성지순례객들에겐 소독한 자갈이 담긴 봉투를 받게 됩니다. 이 봉투 안에 들어있는 자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돌을 던지는 의식도 바닥에 표시된, 지정 장소에서만 행할 수 있습니다.
4. 포장된 잠잠 워터
성지순례객들에게 주어지는 성스러운 물 잠잠 워터도 자외선 살균을 거친 패키지로 제공받게 됩니다.
5. 안전한 성지순례를 위한 노력
1) 사우디 내 거주 무슬림들 중 선택된 사람에게만 참여기회가 주어진 올해 성지순례에 참가할 수 없는 외국 거주 무슬림들을 위해 성지순례를 가상체험할 수 있는 게임 등이 주목받게 되고...
2)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관리 업무를 기계로 대체해서 사람들의 개입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3) 성지 순례객들을 위한 종교 서적은 3000여권 이상의 서적을 전자북형태로 만들고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4) 성지 일대에 설치된 6,250대의 CCTV를 활용해 성지순례객들의 이탈을 잡아내거나, 허가받지 않고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적발해내기도 합니다.
5) 사우디 정부는 허가받지 않고 성지에 진입하다 적발되면 1만 리얄 (약 3백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050명 이상이 허가업이 불법으로 진입을 시도했다가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6) 올해 성지순례에는 사우디 역사상 최초로 여군이 성지순례 치안군으로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는 지난해 여성들의 군입대를 허용한 바 있습니다.
7) 사우디 당국은 모스크를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3,500여명의 남녀 청소직원을 투입하여 하루에 10번씩 모스크 일대를 청소하고 소독했다고 밝혔습니다. 95대의 청소기계를 이용해 총 54,000리터의 멸균제를 사용하고,
매일 2,400리터의 소독약을 뿌렸으며, 카펫트에는 1,050리터 이상의 고급 향수를 뿌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마지막 타와프를 끝으로 역대급으로 치뤄진 올해의 성지순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우디 당국은 이러한 노력과 성지순례객들의 협조에 힘입어 성지순례 기간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마쳤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올해 메카를 다녀온 성지순례객들은 성지순례 전 1주일에 이어, 2주간에 걸쳐 자가격리에 들어가기에 향후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성지순례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피해는 최소화한채 마무리 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은 인정받을만 하겠네요. 성지순례객을 관리하지 않았다가 홍역을 치루고 있는 이란이나,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했던 국내 종교단체에 비하면...
그리고 코로나19가 한창인 와중에도 성공적인 핫지를 운영한 것에 고무된 사우디 성지순례부는 이번 핫지에 대한 평가를 2주 내에 마친 후 여기서 얻은 교훈을 살려 지난 3월초 이후 중단되었던 우므라 재개시 이를 반영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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