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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코로나 19

[아챔]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출전자격을 마지막 순간에 박탈당한 알힐랄 참사를 복기하며 동아시아 클럽들이 대비해야 할 아챔의 대회운영방침.

둘라 2020. 9. 2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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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축구 역사상 처음이었을 9인 선발 명단이 악에 받친 알힐랄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쫓겨났지만...)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아챔 2연패에 도전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도착하자마자 5명의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선수단을 초토화시켜버린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선수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조선두를 유지해왔던 알힐랄은 샤밥 알아흘리와의 조별 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아마도 축구역사 상 유례가 없을 처참한 스쿼드를 제출했습니다. 선발 9명에 교체 2명. 그나마 살아남은 11명의 선수 중 필드 플레이어는 8명 뿐.


알힐랄은 선수단 구성이 힘들어지자 5라운드부터 주최측에 일정 연기를 공식으로 요청했다가 잇달아 거절 당해왔습니다. 그나마 5라운드에는 14명의 선수가 있었기에 3명의 교체 선수 중 필드 플레이어는 1명 뿐이었어도 어떻게든 경기를 펼칠 수 있었지만,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되어 전날 저녁 팀 훈련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던 2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경기 당일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팀을 꾸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샤밥 알아흘리와의 경기를 위해 경기장까지 왔었습니다. 알힐랄의 일정 연기 요청은 또다시 거부를 당했고, 경기장에 안 오면 단순히 한 경기 0대3 실격패가 아니라 출전자격을 박탈하고 그간의 기록 자체를 말소한다고 했으니까요.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처절하게 대회에 참가하려던 알힐랄의 처절한 의지는, 결국 예정된 경기 시작 종료 1분전에 상처만 남기고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경기장까지 선수단이 왔음에도 13명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시간을 질질 끌다 경기 시작 직전에 커미셔너가 경기를 취소시킨 후 대회 출전자격 자체를 박탈한 아챔측의 결정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일정을 짜놓고 비상상황 시에 어떤 대책도 갖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촌극이었습니다. 아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알와흐다와는 다른 경우인데도 말이죠.


아챔이 출전자격 박탈을 이유로 내세운 "경기 명단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최소 13명의 선수가 포함되야 하며 경기 취소에 귀책 사유가 있는 팀은 참가자격을 박탈한다는 임시 규정"은 한마디로 클럽이나 선수보다는 자신들만 살겠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비겁한 면피 규정이기도 합니다. 현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낸 아챔측의 귀책 사유도 분명하게 있음에도, 이번 참사에서 드러났듯 아무 대책없이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한 자신들은 책임 안지겠다는 거니까요.   



1. 무리한 일정

기본적으로 이번 시즌 아챔은 비상상황 발생시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15일 안에 최대 다섯 경기를 배정해 타이트하게 짜여진 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규정상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는 예외적으로 경기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친 알힐랄 구단의 공식 요청을 거부한 공식적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여유없는 일정이다 보니 다른 날로 옮길래야 옮길 수가 없;;;;; 이는 이명주의 알와흐다가 아챔 출전을 포기하고 기권한 과정과 같았습니다. 일정 변경 요청을 했지만 아챔측이 이를 거부해버리자 알와흐다는 코로나19에 대한 당국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아예 카타르를 가지 않았죠.  


2. 코로나19 감염성에 대한 무지

주최측은 알힐랄을 박탈시킨 이후 규정상 35명까지 등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힐랄은 30명만 등록하고 27명만 도하에 데려왔다고 그 사유를 설명했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아시아축구연맹이 많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단체 운동의 특성상 누구라도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애써 무시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그간 우리가 봐왔듯이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통제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는게 코로나19니까요. 거기에 대회 도중 확진자의 복귀에 대한 프로토콜이 변경되면서 회복되었다고 훈련까지 소화한 선수를 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상황도 있었죠. 만약, 어떤 팀이 아챔 규정대로 35명을 데리고 왔는데 불행하게도 2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8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3명의 골키퍼 밖에 안 남은 상황이 온다면, 일찌감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 양팀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서 입장 대기하고 있던 경기 시작 1분 전에 경기를 취소시키고 대회에서 쫓아낸 주최측은 과연 어떤 핑계를 댈까요?


3. 확보하지 못한 예비 숙박시설

알힐랄 구단은 숙소로 지정된 호텔에 환기가 안되고 시설이 좋지 못하다며 주최측에 숙소 변경도 요구했지만, 비정상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주최측은 이러한 요구마저 거절한 바 있습니다. 특히 환기가 잘 안되는 곳에서 코로나 확진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주최측은 기본적으로 선수단 보호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했고, 숙소 변경 요청도 거절했으니 환기가 안되는 호텔에서 장기 투숙 중인 선수단 내 비정상적인 코로나 확산을 방조한 셈입니다. 아챔측에 의하면 선수단 숙소로 지정된 호텔은 선수단 외에 아무도 받을 수 없어 단기간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카타르 내 5성급 호텔 40개 중 최소 16개가 아챔 조별 예선 출전팀에 배정되었다는 얘길테니까요.


집단생활을 하는 숙소에서 환기가 잘 안되어 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환기가 잘 되는 곳으로 숙소를 옮기는 것도 확진자수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챔측은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카타르가 월드컵 준비로 인해 경기장 인프라 (4개 경기장 중 3개가 월드컵 경기장)는 가장 좋을지 모르겠지만, 전세계에서 인구대비 코로나 확진자수가 가장 많은 나라 (총인구 280여만명 중 약 12만 4천여명)를 대회 장소로 정하고,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꾸준히 세자리수를 찍고 있는 나라에서 온 선수들을 데려오고도 비상대책없이 대회를 진행했다는 셈이니까요. 역으로 카타르 월드컵 도중 코로나나 유사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4. 11월에 도하에 갈 아챔 출전팀들은 참가하려면 만약의 상황에 대한 자구책을 강구해 놓아야

이번 서아시아 예선에서 보여준 아챔의 자세는 대회 진행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와중에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선수단이나 선수들의 보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1월로 예정된 동아시아 조별 예선에 참가하는 한국 팀들은 이번 알힐랄 참사에서 교훈을 얻고 예상하지 못한 만약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불행한 상황이 생길 경우, 그 모든 피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구단이 스스로 감수해야 되니 말이죠. 만약 확진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 남은 일정을 보이콧하고 철수하는 것이 선수단에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아예 카타르에 가지 않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더라도 한 경기를 못 뛰게 되면, 단순히 0대3 실격패가 아니라 그간의 성적을 취소하고 대회에서 축출되는 것은 매한가지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선수단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주최측에 보낸 일정 변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예 카타르행을 포기하고 아챔을 기권했던 알와흐다는 추가확진자 없이 선수단 전원이 회복되어 현재 시즌 대비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반면, 알힐랄은 코로나 폭증 속에서도 그건 다 너네 탓이라며 방관한 주최측의 무책임 속에 처절하게 일정을 소화하다 스쿼드가 너덜너덜해진 끝에 다섯 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고도 한 경기 때문에 쫗겨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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