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화제 속에 예정대로 지난 11일 리야드 킹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BTS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콘서트가 3만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아미들을 열광시키며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사우디 최초의 단독 아티스트 스타디움 콘서트이자 완판된 콘서트로 화제를 모았으며, 네이버 브이 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유료 스트리밍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된 공연이기도 했습니다.



사우디 지역축제인 사우디 시즌 원년 최대의 축제인 리야드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주인공이 되었던 BTS는 왕실급 경호를 받으며 리야드에 입성했었고, 리야드 시내의 주요 건물이 보랏빛이 물들었을 정돌로 리야드 시 차원의 대대적인 환영인사도 있었지만 ([문화] 리야드 시즌의 개막을 알릴 BTS를 환영하기 위해 보랏빛으로 물든 리야드 거리! 참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우디에서의 단콘이 성사된 것에 감격할 수 밖에 없었던 사우디 아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꿈이 성사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래 배너 속 문구는 그들의 벅차오르는 감격을 표현한 가장 적절한 문구가 아닐까 싶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팝 콘서트란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우디였으니, 이들은 UAE에서만 콘서트를 해도 가겠다는 염원을 표출해 왔으니까요. 스케일에 있어서만큼은 슈주 때처럼은 아니라지만, 옥외 광고를 싣는다던가...



공연장인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까지 쉽게 올 수 있도록 버스를 대절해서 아미들에게 제공하기도 했고, 



심지어 생일을 앞두고 공연하는 지민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SOHO SHOT 카페와 콜라보하여 지민 생일 축하 특제 종이컵홀더를 만들고 생일 이벤트까지 열 정도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한국 아이돌 팬클럽이라고 나이표기는 한국 나이와 만 나이까지 함께 병기해주는 센스!



아랍 아미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호응하듯 BTS 역시 현지 사정을 감안한 여러 가지 연출을 보여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현지 팬들과 언론들은 특히 그들에게 있어서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아랍어를 곳곳에서 적절하게 활용한 연출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가령 RM의 트리비아 승 러브의 마무리를 장식한 "나는 리야드를 사랑합니다"라는 연출이라던가... (리야드 시즌 이벤트 아니랄까봐...^^)




멤버들이 아랍어로 부른 지민의 서프라이즈 생일축하송을 포함해 곳곳에서 구사한 짧은 아랍어들은 누군가에게는 아랍인인 자신의 발음보다 낫다는 평가를 하는 팬들이 나올 정도로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아랍애들은 아랍어보다 영어가 더 편;;;;;;;;;)



게다가 한창 질풍노도의 개방무드 속에 있지만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사우디의 정서를 감안하여 안무를 수정하고 스탭들에게도 사전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전례없는 규모의 콘서트로 많은 우려 속에 진행되었던 콘서트는 BTS와 아미들의 멋진 교감 속에 리야드를 뒤흔들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도한 국내 매체 기사들을 둘러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이들의 교감과 달리, 급변하는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우디를 19년째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면서도 지난 2년간은 천지개벽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매체들의 기사는 달라진 현지 사정을 모르거나, BTS 콘서트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뒤집는 기사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었으니까요. 평소 팬들에겐 BTS 보도는 메이저 연예기획사에 밀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슬람 율법을 깼다"는 둥, "마흐람" 제도를 지켜야 하지만 외국인 여성 관객에겐 완화했다는 둥의 표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선 이슬람 율법을 깼다는 표현은 넓은 지역에 퍼져있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이들의 특성을 무시한 표현입니다. 이 표현대로라면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적용되어야 겠지만, 현실은 나라마다 다르니까요. 그나마 사우디가 심한 편이긴 했습니다만...


이슬람 율법을 언급하면서 나온 "마흐람"을 놓고 보자면, 계속되는 사우디 내 여성 권익 강화 분위기 속에 지난 8월 1일 살만 사우디 국왕이 직접 폐지하는 칙령을 내리면서 구시대의 유물이 된 사우디 사회의 악습입니다. ([사회] 살만 국왕, 사우디 여성들의 여행제한 족쇄였던 마흐람 제도를 폐지하는 칙령 발표! 참조)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잔 2030 발표 이후, 이란 이슬람 혁명과 메카 그랜드 모스크 사건으로 인해 보수 강경화되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며 그간 금지해왔던 여성운전 허용, 경기장 입장 허용, 여권 및 신분증 발급 허용, 남녀 섹션 구별 철폐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왔었습니다. 그 와중에 위상을 잃어가던 마흐람 제도가 지난 8월의 여권법 및 가족관계법 개정 발표, 그리고 관광비자 발급과 함께 지난 10월 5일 숙박업법 개정을 통해 사우디 여성도 신분증만 있으면 남성 보호자의 허가없이 자유롭게 호텔 예약을 가능할 수 있게 되면서 마흐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호텔] 사우디, 관광비자 개방과 함께 투숙 규정을 개정하여 외국인 남녀 여행객의 한 방 투숙을 허용키로! 참조)


사우디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 매체들은 BTS 콘서트와 마흐람을 엮어 기사를 쓰더군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팩트 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애써 사족을 달아 무지함을 보여주고 있달까요.


사우디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 없이 이동이 불가했다면, 위에서 보여드린 것과 같은 셔틀버스 이용, 그리고 여성들로 가득찬 대기열의 행진을 보기 힘들었겠죠.



아울러 리야드 시즌 개막에 맞춰 펼쳐진 BTS의 리야드 공연 소식을 1면 메인 기사로 소개한 12일자 사우디 가젯트지에 실린 큼지막한 사진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했던 사우디 내 여성복장 규정 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연하는 BTS나 무대 실황 사진이 아닌 히잡도, 아바야도 입지 않은 여성 아미의 모습에 포커스가 맞춰진 사진이 메인으로 실린 이유는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여성들에게도 히잡은 완화되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아바야 착용만큼은 의무였던 사우디 내 복장 규정이 지난 9월 28일 관광비자 발급에 맞춰 발표된 "공공장소 예절 규정"에 따라 대폭 완화되었으니까요. ([비자] 사우디, 전자 관광비자를 공식 발급하며 걸어잠궜던 문호를 세계에 개방해! / [정보] 사우디, 관광비자 발급에 발맞춰 "공공장소 예절 규정" 시행 발표! 참조)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고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사우디 사회의 관습은 이슬람 규정, 혹은 이슬람 관습이라는 순수한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종주국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세속국가인 사우디 왕가의 약점에서 나온 사회적 관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사우디 사회 내 논의를 거쳐 천천히 진행되었던 변화가 최근 몇 년간 종교세력을 억누르는데 성공하면서 그야말로 급변하는 것이구요. ([사회] 사우디 현대사의 볼드모트, 그리고 종교경찰의 흥망으로 본 사우디 사회의 격변사!! 참조)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성사되어 성황리에 마무리된 이번 BTS 리야드 콘서트 이모저모를 지켜본 바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최근 2년간 급변하고 있는 사우디의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첫 스타디움 단콘에 이어 스트리밍 생중계까지 허용한 사우디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전세계적인 아이돌로 위상이 높아진 BTS가 적격이니까요. BTS 리야드 콘서트로 인해 사우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도 분명 있을테구요.


평소에 이러한 사우디 사화의 급변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으니 "BTS 콘서트를 위해 ~~을 철폐했다, 허용했다"는 표현을 쓴 국내 매체의 보도들은 그 인과관계를 거꾸로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평소에는 주목하지 않다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다보니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기사들의 문제랄까요? 아랍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종종 비판해오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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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우디_아라비아 | 리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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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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