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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우리는 언제까지 이름 대신 "살만네 아들"로 부를 것인가?

둘라 2022. 11. 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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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인해 요 며칠사이 블로그 일일 방문수는 미친듯이 폭증했었습니다. 일간 방문수가 1만회를 돌파하는 등 하루 평균 방문수가 500명을 넘기기 힘든 이 곳에 어쩌다 가끔씩 포스팅이 다음 메인에 걸릴 때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니까요.

 


이 방문객 폭증의 전적인 지분은 3년 전에 올렸던 포스팅으로 아마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사진을 소개했던 그의 부인 사라 빈트 마슈후르 알사우드 공주에게 있습니다. 이 포스팅도 지난 2019년 무함마드 왕세자가 방한하지 않았으면 올릴 생각이 없었던 포스팅이란 것이 함정.


다양한 미디어에서 그에 관련된 기사를 볼 때마다 가장 답답했던 건 그를 다루는 매체들이 하나같이 그의 이름인 "무함마드" 대신 "살만네 아들"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빈 살만"으로 부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길지만, 알고보면 족보인 아랍인들의 이름

"본인 이름 (빈) 아버지 이름 (빈) 할아버지 이름 씨족 이름"으로 이름에서 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아랍인들의 작명법에 따른 (유족생활 중심의 부계 사회였기에 이름에서 어머니의 이름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이름은...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알사우드 씨족의 압둘 아지즈의 아들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입니다.


아랍인 무슬림들이 실제로 이름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가계가 다 드러나는 풀네임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동일인인지 동명이인인지 확인하는데 필요합니다. 부모님, 조부모님의 이름을 순서대로 따서 자신의 자녀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워낙 많죠. 무함마드 왕세자의 장남 이름이 아버지 이름을 따 살만인건 (살만 빈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하지만, 얘네 문화도 우리와 은근히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좀더 개인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경우 본명 대신 "~~ 아버지/어머니", 혹은 "~~~ 아들/딸"로 부르는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전자의 경우 아부 ~~ (~~ 아버지)/ 움무 ~~ (~~ 어머니)로,
후자의 경우 빈 (이븐) ~~ (~~ 아들)/ 빈트 ~~ (~~ 딸) 이라고 하죠.


살만 국왕을 무함마드 아버지란 의미를 담아 아부 무함마드로 부를 수도 있고 (보통 장남, 장녀 이름을 붙이기에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부르진 않습니다만...), 무함마드 왕세자를 살만네 아들이란 의미로 빈 살만, 혹은 장남 살만의 아버지란 의미로 아부 살만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또는 보통은 "누구네 아들"보단 "누구네 아버지"로 더 많이 부르긴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은 한국에서도 친밀감 있는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 공식 석상에서까지 그렇게 부르지는 않습니다. 만약 공적인 자리에서 멀쩡한 재용이란 이름을 놔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대신 삼성전자 회장 건희 아들 이러면 어떨까요???

무함마드? 빈 살만?

그런데... 무함마드 왕세자만큼은 이재용 회장을 건희 아들 회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우리 언론들이죠.

사우디와 UAE에 워낙 통치자 무함마드가 많아서 구별하기 위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호칭을 붙이면 되니 구별하는덴 충분할텐데도 말이죠.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UAE 대통령/아부다비 통치자, 무함마드 UAE 부통령/두바이 통치자 등등... 그렇다고 서양에서처럼 MBS, MBR, MBZ로 축약해서 무빈살, 무빈자, 무빈라.. 이건 더 이상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을 그렇게 표기한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고 있으니 참 거시기 합니다.

얼마전 한 공영방송에서 방영된 모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사우디 국왕 계보를 살펴보면...

사우디 국왕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빈 살만 식으로 표기하면....
1대 "빈 압둘라흐만" (아버지 이름과 상관없이 이븐 사우드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불리긴 하지만...)
2대~7대 국왕은 모두 압둘 아지즈 선대 국왕의 아들들이니 "빈 압둘 아지즈"가 되어야할텐데 말이죠.

그런데... 왕위 승계를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이름 체계를 뒤흔들어서 뜬금없이 두 사람의 이름 무함마드 대신 나예프 아들 (무함마드 빈 나예프), 살만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라 부릅니다. 이름이 같아서 구별을 하려는 의도지 싶으면서도 호칭도 다르고 사진도 같이 소개하고 있으니 제1왕세자? 왕세질? (본인 아들이 아닌 친형 아들입니다만...) 무함마드, 제2왕세자 무함마드라고 써도 상관없을텐데 말이죠.


빈 살만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더욱 애매한 이유는 이번 방한 때 세 명의 빈 살만 왕자가 한국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미디어는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꽂혀 그와 같이 온 사우디 정부 내각의 핵심 인사들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겠지만, 한국에 온 사우디 사절단에는 그를 포함한 세 명의 살만네 아들 "빈 살만"이 있었습니다. 세 명의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 정부의 핵심 부처 장관을 맡고 있죠.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압둘아지즈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칼리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사우디 국방부 장관
1985년생 1960년생 1988년생
본인
(어머니는 살만 국왕의 세번째 부인)
이복 형
(어머니는 살만 국왕의 첫번째 부인)
친동생
(어머니는 살만 국왕의 세번째 부인)


어차피 관심 밖이라 기사엔 거의 안 나오긴 했지만 일관성있게 빈 살만 왕세자,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 빈 살만 국방부 장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방한한 귀빈의 신분도 확인 못하는 미디어

여기에 기가 막혔던 건 심지어 무함마드 왕세자 외에 누가 사절단으로 왔는지 애시당초 관심없었을 여권 관계자가 불러주는대로 팩트확인 없이 받아적은 기레기는 무함마드 왕자의 친동생을 "전투기 모는 빈 살만 동생..."이라며 소설을 썼다는 거죠. 소설 내에서는 칼리드 빈 살만 왕자라고 제대로 이름을 부르긴 했습니다만... 사실 무함마드 왕세자를 빈 살만으로 부른다면 빈 살만 동생 칼리드도 빈 살만으로 불러야하는데도 말이죠. 두 사람 다 살만네 아들이니까요.

 


직함도 소개도 엉망인 이 소설에서는 그를 “주미 대사에 임명됐던…”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F-15를 운용했던 사우디 공군 92중대에서 복무하며 약 1,000여시간의 조종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IS와의 전쟁과 예멘 침공에 참전 후 2016년 제대한 칼리드 빈 살만 왕자는 2017년 4월 23일부터 2019년 9월 23일까지 주미 대사로 근무하고 (네... 소설 속 경력은 3년전 끝난 경력입니다...) 2019년 9월 23일 국방차관에 지명되며 군부로 돌아온 후, 지난 2015년 1월 살만 국왕 취임과 함께 국방장관을 맡았던 무함마드 왕세자가 2022년 9월 27일 총리에 지명되면서 그의 후임으로 국방장관을 물려받은 현 사우디 국방장관입니다. 군생활 중 4개의 훈장을 받은 그는 허리 부상으로 전투기 조종은 더이상 못하게 되어 제대 전 복무 막판에는 파일럿에서 국방부 행정직으로 전직했었다고 합니다만.....

제대로 쓰려면 "무함마드 왕세자의 동생 칼리드 국방장관이 F-15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었다라는 걸...."이라고 써야죠.

"빈 살만의 동생이 F-15 전투기 조종사라는 걸 알...."이 아니라.


참고로 사우디 3대 군조직 (군부 Saudi Arabian Armed Forces, 친위대 국가방위부 Saudi Arabian National Guard, 내무부 보안군 Security Forces) 중 하나인 군부를 이끄는 국방장관은 1963년 10월부터 48년간 국방장관직을 유지했던 살만 국왕의 친형 술탄 왕세제 사망 이후 당시 리야드 주지사였던 살만 왕자가 국방장관에 지명된 후 (2011년 11월), 무함마드 왕세자 (2015년 1월), 칼리드 왕자 (2022년 9월)로 이어지며 살만 현 국왕파가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살만 왕세제가 국방장관을 맡고 있던 당시 왕세제실 실장이었던 무함마드 왕자는 군부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압둘라 전 국왕에 맞서 압둘라 국왕이 지명한 국방차관을 6주 만에 자리에서 내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당시 위키에도 영어 페이지가 없었을 정도로 듣보접이었던 그를 처음 다루었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죠.


덧붙여 사우드 씨족 내에서 소수파였던 압둘라 전 국왕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 주었던 국가방위부는 압둘라 국왕의 사망과 함께, 나예프 왕세제-무함마드 빈 나예프 제1왕세질의 뒷배경이 되어주었던 내무부 보안군은 무함마드 왕자가 벌인 정적 숙청 과정을 통해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 손에 들어가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왕국 역사상 최초로 국왕도 제대로 장악해 본 적 없는 사우디 3대 군부 조직 전부를 손아귀에 넣은 주인공이 된 바 있습니다.



돈 말고 관심없는건 익히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규칙도 없이 이상하게 부르고, 방한 사절단에 어떤 고위직 인사가 있는지 확인도 않하는게 바람직한 미디어의 자세일까요?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아랍쪽 자료찾기도 훨씬 쉬어졌는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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