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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몇 년전까지 영화관도 없었던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 그리고 영화 산업의 도약!

둘라 2022. 12. 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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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셰계적으로 히트한 넷플릭스 오리지날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여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박해수 배우는 지난 12월 1일 젯다 리츠칼튼에서 열린 제2회 홍해 국제 영화제 (2022년 12월 1일~10일) 개막식에 귀빈으로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공식 인스타에 올라온 소개글. 영어 이름 표기는 오타라는게 함정

네... 불과 2108년 4월까지 나라 전체에 영화관이 없어서 영화팬들은 홈씨어터가 아닌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관람 체험을 하기 위해 굳이 비자발적인 해외여행을 택해야만 했던 바로 그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에 말이죠!!!!!

 

 

35년만의 영화관 부활, 그리고 사우디 영화 산업의 시작

석유가 처음 발견되었던 1930년대에 석유 채굴을 위해 사우디를 찾은 외국인 직원들에 의해 영화관이 사우디에 소개되어 수십년 동안 나름 성황을 거두었지만, 1979년 그랜드 모스크 점거 사건 이후 사회의 주도권이 사우드 왕가가 아닌 그동안 눌려있던 원리주의 종교세력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자국 내 모든 영화관이 폐쇄 등 대중문화 암흑기의 직격탄을 맡게 됩니다. 그 암흑기 속에서도 사우디에서 만든 흔치 않은 영화들이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을 때도 정작 사우디에선 볼 수가 없었죠.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살만 국왕, 실제적으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수십년 동안 사우디 사회와 문화를 경직시켰던 종교세력을 제압하는데 성공하면서 철폐되던 각종 제약들 중 하나로 2017년 12월 영화관 부활을 공식 발표하였으며, 2018년 4월 18일 블랙팬서 개봉을 시작으로 사우디 내 멀티플렉스가 개관하며 영화산업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정치적으로 누군가를 연상시킨다고 볼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굳이 블랙팬서가 사우디 영화관의 부활을 알린 첫 블록버스터가 된 이유 중 하나로 블랙팬서 영화를 통해 전세계에 와칸다가 알려졌던 것처럼 블랙팬서 개봉을 위해 그동안 숨겨져있던 사우디 영화시장이 다시 열렸음을 알리는 또다른 의미가 담겨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사우디가 영화시장에 매력적인 이유로는 GCC 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 그런데 자국민이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는, 를 가진 내수시장이 있고, 1980년대 이전 영화관을 다녀본 노년층과 해외여행을 감수하며 영화관을 다녀오는 열혈 영화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구가 영화관이란걸 체험을 해보지 못한 신규 고객층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시작은 미국 멀티플렉스 체인점이 문을 열었지만, 외국, 이웃 GCC 국가의 대표적인 체인, 그리고 사우디 로컬체인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죠.

 

 

영화 소비국에서 세계적인 영화 촬영지로! 사우디 로케 촬영 지원 프로그램 발표!

과거 사우디는 영화관도 없었지만, 영화 촬영지로도 허가가 안나는 나라였기에 사우디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두바이 등 외국에서 촬영하거나, 어떻게 쵤영을 하더라도 당국의 눈을 피해 몰래 도둑 촬영하듯 영화를 찍어야만 했습니다. 사우디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킹덤은 실제론 UAE에서 촬영했고, 사우디의 첫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만수르의 영화 와즈다는 외국에서 투자를 받아 리야드에서 촬영했지만 당국의 시선을 피해 몰래 촬영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죠.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영화 촬영 자체가 힘들었던 사우디에서 영화관 개방과 함께 관련 인력 및 인프라 개발에 투자를 진행하고 심지어는 외국 영화의 로케 촬영도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야말로 놀랄만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이미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루소 감독과 톰 홀랜드의 영화 "체리"가 사우디의 알울라와 리야드에서 촬영했었죠.

사우디 알울라에서 일부 촬영된 톰 홀랜드의 애플TV 영화 "체리"

올해 5월 칸 영화제에 참가한 사우디 영화위원회는 전세계 영화 제작자들을 상대로 사우디 내에서 영화 전체, 혹은 일부 촬영시 제작비의 40%를 현금으로 캐쉬백해주는 필름 사우디 프로그램 (The Film Saudi Programme)을 운영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아부다비 영화 위원회가 아부다비에서 영화 촬영시 제공해주는 30% 캐쉬백에 10%를 더 얹어버린 유인책입니다. 아부다비가 미션 임파서블, 듄 등의 촬영지로 이름을 알렸던 것처럼, 필름 사우디는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많은 제작사들을 유치하여 사우디를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 촬영지"로 홍보하고 싶은 사심이 담겨있는 것이죠.

 

이를 위해 사우디 내 영화 인력 및 인프라 개발에 한창 투자 중인 것과는 별개로, 사우디는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제공할 수 없는 자신들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촬영지로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사우디하면 엠티쿼터로 대표되는 초대형 사막만 가진 사막 국가로 생각하기 쉽지만, 거의 대부분 미개발지이기에 인위적인 색채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CG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이한 지역부터 고산지대까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다카르 랠리를 유치한 것도 대회를 통해 사우디의 다양한 자연환경을 소개하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하죠.

지름 4km, 깊이 250m의 초대형 분화구처럼 생긴 Al-Wathba Crater. CG 아님에 주의!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사우디 최초의 국제 영화제, 홍해 국제 영화제 (Red Sea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영화관 부활을 포함해 사우디 사회의 적폐로 남아있던 각종 문화적인 제약들이 철폐되기 시작한 2018년 바드르 빈 압둘라 알사우드 초대 사우디 문화부 장관 (2018년 6월 2일 사우디 정부에 첫 문화부 신설)이 설립한 비영리 문화조직인 홍해 영화제 재단 (Red Sea Film Festival Foundation)은 2019년 6월 사우디 역사상 최초의 국제 영화제인 제1회 홍해 국제 영화제를 젯다 구도심에서 2020년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개최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우디 문화부 장관 바드르 빈 압둘라 알사우드 왕자

홍해 국제 영화제 개최가 발표된 2019년은 공교롭게도 2004년 첫 영화제가 개최된 이후 걸프지역을 대표하는 영화제였던 두바이 국제 영화제 (Dubai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소리소문없이 없어진 때였습니다. 2017년 제14회 영화제까지 매년 열렸던 두바이 국제 영화제는 2018년 영화제를 연례 행사에서 돌연 격년제로 포맷을 변경하겠다며 2019년에 제15회 영화제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결국 사라져버리고, 홈페이지 도메인도 소유권이 없는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바이 국제 영화제를 통해 극장에서 볼 길이 없었던 범죄도시를 봤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사우디에서 야심차게 발표했던 제1회 홍해 국제 영화제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 된 끝에 2021년 12월 6일부터 15일까지 67개국에서 온 138편의 영화가 출품된 가운데 젯다 구도심에서 열릴 수 있었습니다. 제1회 영화제에는 두 편의 한국 작품이 출품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모든 것이다 (Film is Everything)"를 테마로 삼은 올해 제2회 영회제는 무대를 젯다 구도심에서 리츠칼튼과 레드 씨 몰 복스 시네마로 장소를 옮기고 코로나19가 많이 안정된 만큼 성룡, 스파이크 리, 올리버 스톤 등 해외 유명 영화인들을 초빙하여 보다 성대하게 그 개막을 알렸습니다.

 

홍해 국제 영화제는 총 11개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프로그램에 따라 출품 지역에 제한이 있다던가, AR/VR 처럼 시대에 맞는 독특한 분야도 있습니다.

- Red Sea: Competition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영화 중 장편 경쟁 부문) 

- Red Sea: Shorts Competition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영화 중 60분 이내 단편 경쟁 부문)

- New Saudi/New Cinema (해외 무대 공개를 목표로 하는 사우디 영화)

- International Spectacular (세계젹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아랍세계에서는 공식 상영되지 않은 전세계 영화)

- Arab Spectacular (아랍 세계에서 유명한 영화)

- Red Sea: Festival Favourites (영화제측에서 엄선한 해외 영화)

- Red Sea: Virtual Reality (AR 혹은 VR 작품)

- Red Sea: Treasures (유명한 감독들의 고전 걸작들이지만, 대부분은 사우디에서 처음 상영되는 리마스터 버전) 

- Red Sea: Families and Children (가족용 영화)

- Red Sea: New Vision (참신성이 돋보이는 영화)

- Red Sea: Series (시리즈물의 스토리 텔링에 촛점을 맞춰 선정/ 최대 2부까지 TV, 스트리밍, 웹 플랫폼으로 공개)

 

이번 영화제에 한국 영화는 3개 프로그램에 총 6편이 출품되었습니다. 작년 1회 영화제에는 단편 부문 (Red Sea: Shorts Competition)에 "육식콩나물"과 Episodic 부문 (2회에선 Red Sea: Series로 바뀐듯)에 "가족의 초상" 두 편이 출품된 것에 비해서는 출품작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올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경쟁 부문에 "다음 소희"가 출품되어 14개 작품과 경쟁을 벌이고...

다음 소희 (12월 7일, 8일): 작품 상영일정 및 얘매는 링크!

 

 

영화제에서 큐레이션한 Festival favories에는 한-싱가포르 합작 영화 "아줌마"와 국제 영화제 단골 홍상수 감독의 "탑"이...

아줌마 (12월 3일, 7일): 작품 상영일정 및 예매는 링크!

탑 (12월 5일, 8일): 작품 상영일정 및 예매는 링크!

 

 

International Spectacular에는 유럽 영화제에 출품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그리고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식 상영됩니다.

브로커 (12월 7일, 8일): 작품 상영일정 및 예매는 링크!

헤어질 결심 (12월 9일, 10일): 작품 상영일정 및 예매는 링크!

헌트 (12월 3일, 10일): 작품 상영일정 및 예매는 링크!

 

 

국제 영화제의 불모지였던 걸프지역에서 4년 전까지 영화관이란 것 자체가 없었던 사우디에서 국제 영화제를 키워나가는 것도 놀랄만한 변화지만, 넷플, 비키 등의 외국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이 동네 지역 한정 스트리밍 서비스인 OSN과 Shahid에서 한국작품 전용 섹션, 혹은 채널이 생길 정도로 한국 컨텐츠들이 소개되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 이러한 영화제를 통해 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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