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걸프지역 가이드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TMI 가득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GCC&GU/사우디

[문화] 그동안 폐지했왔던 사우디의 영화관 부활 공식 발표로 본 사우디 영화 약사!

둘라 2017. 12. 12. 00:30
728x90
반응형



지난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매사상 최다액인 5천억달러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화 살바토르 문디의 실구매자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니냐는 논란으로 세계 유수언론의 문화면을 장식했던 사우디가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살바토르 문디가 전시될 루브르 박물관측은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구매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서구 언론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구입했다고 주장했다가 아부다비에서 이를 부인하고 자신들이 구매했다고 나서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구입해서 기증한 거 아니냐고 주장하기에 나섰죠.


사우디 문화정보부가 11일 공식 발표한 성명을 통해 2018년초부터 상업 영화관의 운영을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정보부의 오늘 발표는 1979년 발생한 이란 이슬람 혁명과 이에 영감을 받은 2주간의 메카 그랜드 모스크 점거사건을 겪은 후 급보수화되는 과정에서 없어진지 35년만의 부활 선언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얼마전 투자포럼에서 사우디를 1980년대 이전의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돌려놓겠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입니다. 


아우와드 빈 살레 알우와드 사우디 문화정보부 장관은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시청각 미디어 총괄위원회 (General Commission for Audiovisual Media/GCAM)에게 영화관 운영 허가증을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오늘부터 부여하여 본격적인 업무준비에 들어갔으며, 이에 따라 첫번째 영화관이 2018년 3월 개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사우디 영화업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1. 사우디 영화관의 등장과 발전 (1930년대~1970년대)

사우디에 영화관을 처음 소개한 것은 1930년대 석유 채굴을 위해 사우디에서 거주하던 현재 아람코의 전신인 캘리포니아 스탠다드 석유회사의 서구인 직원들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영화를 보기 위해 자신들의 거주단지 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것이 그 시초였습니다. 외국인 거주단지 내 스크린에서 시작된 사우디의 극장은 거주단지를 넘어 리야드, 젯다, 타이프, 아브하의 4개 도시로 확장되어 젯다에만 30여곳의 영화관이 들어섰습니다. 관람료는 3~10리얄 수준이었다는군요.


초기의 극장들은 주로 스포츠 클럽, 외국 공관에 세워지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영화관을 세웠습니다. 당시에는 별도의 허가없이 자유롭게 영화관을 세울 수 있었으며, 리야드 알무랍바 근교지역의 "영화관 골목 (Cinema alley)"에는 별명 그대로 많은 상영관이 있었으며, 젯다에는 구시가 내 "바브 샤리프"와 알힌다위 지구의 "아부 사피야"가 특히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사우디 영화관의 몰락 (1980년대~2010년대)

온건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 발전해오던 사우디 영화업계는 위에서 언급한 1979년의 사건으로 인해 그 흐름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이를 뒷수습하기 위해 급보수화의 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원리주의 종교세력들이 "도덕적인 범죄"로 규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운영되던 영화관들은 폐쇄조치 당하고, 영화상영을 위해 일반에게 문호를 개방했던 대사관들은 그 문을 걸어잠그게 되었죠.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영화 본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관이 없어진 지난 40여년간 사람들은 방송이나 2차 매체 등을 통해 주로 티비,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집에서 영화를 접하면서 보다 실감나게 영화를 보기 위해 홈씨어터에 투자를 하거나, 홈씨어터로 만족못하는 영화관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고자 영화관에 가기 위해 이웃 나라로 영화관 투어를 다녀오는 사우디인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랍뉴스 보도에 따르면 바레인 영화티켓 구매자의 93%가 사우디인들이라고 할정도니 말이죠.[각주:1] 심지어는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네마 500km가 나왔고, ([문화] 영화관람을 위한 탈출: 사우디의 영화관 금지가 이웃국가의 관광사업에 미치는 영향 참조) 사우디 알코바의 술탄 빈 압둘아지즈 과학기술센터 내 과학돔에 있는 사우디 내 유일의 아이맥스 상영관은 과학 다큐멘터리만 상영할 정도니까요. 




3. 사우디 영화관의 부활 움직임과 그 결실 (2010년대~)

이러한 상황 속에 운전 허용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잇점 (관광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등등등)을 내세우며 영화관의 부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4년에는 영화관 운영권 발급을 공식으로 요청한 투자자마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 영화관 없는 사우디, 드디어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을 허용하나?! 참조)


사우디 사회가 살만 국왕 취임 이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회개방의 거센 흐름 속에 영화관 부활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형 쇼핑몰들이 공식 발표만을 기다리며 멀티 플렉스 유치에 대비한 확장계획을 진행해 왔으며 (멀티 플렉스 유치 공간을 확보하고, 만약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으면 플랜B로 그 공간에 다른 매장을 유치한다...), 영화 관련 업계도 정부의 방침을 예의주시해 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내수시장만 해도 3200만명이 넘는 인구에다 이중 일부는 영화관 체험을 위해 해외여행도 불사해오던 매니아들이 있으니까요.


여성 운전 허용 방침이 발표된 이후 기대감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정부도 엔터테인먼트청 주관 하에 영화관만큼이나 금기시하던 콘서트를 유치하여 최근 야니가 성공적인 순회공연을 마치는 등 영화관 부활을 위한 군불을 지키기 시작한데다 애니메이션 빌랄을 공개적으로 상영하고 단편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사회 전반의 개혁 움직임 속에 영화관 부활은 사실상 확정되었고, 남은 것은 정부의 공식 발표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 뿐이었습니다. 올초 젯다에서 그동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우디 최초의 코믹콘이 열렸던 것은 덤. 사우디 정부는 공교롭게도 미래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 발표와 마찬가지로 살라토르 문디 실구매자 논란이 나오는 와중에 터뜨려버렸네요. 사우디 정부의 공식 허용 발표에 따라 국부펀드는 사우디 시장 개방만을 노리고 있던 미국의 멀티플렉스 체인 AMC와 영화관 개설 및 운영에 대한 양해각서를 작성하면서 영화관 설치준비에 들어갔고, 미국, 영국 등의 멀티 플렉스 업계는 물론 UAE의 VOX 시네마 체인 등 지역 멀티 플렉스 업계도 본격적으로 사우디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사우디 영화의 역사

옛날의 사우디 영화관의 상영작은 외국영화들이었는데, 이는 일천한 사우디 영화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1960년~1970년대에 불과 몇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된 것이 전부였는데, 이들은 동부지역의 정유회사에서 제작한 것들이었습니다. 1975년 리야드 발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압둘라 알무하이신이 사우디인 최초의 영화감독으로, 그는 차기작인 레바논과 내전이 아름다운 도시 베이루트에 끼친 피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수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영화관이 없어지면서 영화업계가 암흑기를 거친 지난 35년 동안에도 사우디 영화계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여 위에서 언급한 Cinema 500km로 대표되는 몇 편의 단편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가 간헐적으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최근들어서는 두 편의 장편 극영화를 세계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첫번째 영화는 사우디 최초의 장편 극영화이자, 영화 전편을 사우디 내에서 촬영한 영화, 사우디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최초로 출품한 영화 등의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사우디 사회 발전에 기여하여 더욱 화제를 모았던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만수르의 와즈다였고, 두번째 영화는 사우디의 이미지로는 전혀 연상이 안되는 로맨틱 코미디물 바라카가 바라카를 만나다가 있었습니다. 사우디 영화로는 처음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어 에큐매니컬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마흐무드 삽바그 감독의 바라카가 바라카를 만나다의 경우 온건했던 1960~70년대의 문화와 사회상에 대한 향수를 묘사하기도 했었죠. 공교롭게도 두 편을 다 감상한 둘라의 리뷰는...



 

 

[영화]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용감한 소녀의 이야기, 와즈다 (Wadjda) 

[영화] 바라카가 바라카를 만나다, 달콤쌉싸름한 사우디의 첫번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와즈다 이후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원작자 메리 셸리의 첫사랑 퍼시 셸리와의 만남과 연애를 그린 아일랜드-미국 합작 영화 메리 셸리 (Mary Shelley)를 연출한데 이어, 현재는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손잡고 Nappily Ever After를 촬영중인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은 사우디 영화관 부활 속보를 리트윗하며 영화인으로서의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관 부활을 통한 사우디 정부의 기대

최근 발표되고 있는 모든 사우디 개방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비전2030에 따르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우디 가정의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활동비 지출을 현재의 2.9%에서 2030년까지 6%로 늘리고, 아울러 내년엔 주요 지역에서부터 영화관이 먼저 개관하지만, 2030년까지 사우디 전역에 300개 이상의 영화관을 세워 2000 스크린 이상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에서 900억디르함 (약 240억달러) 이상의 수익으로 기여하고 관련 업계에서 3만명 이상의 정규직 및 13만명 이상의 비정규직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시청각 미디어 총괄위원회는 수주 내로 영화관 운영 허가증과 관련 규정 등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1. http://www.arabnews.com/node/1207671/saudi-arabia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