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GU/UAE2020. 4. 19. 21:55


어느덧 올해의 라마단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만, 그 어느 해보다도 라마단이 다가온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 것도 처음입니다. 라마단을 한 달여 앞둘 정도부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이프타르 홍보물도, 라마단 대목을 앞두고 다양한 오퍼를 내거는 매장도 볼 수 없는 전혀 낯선 라마단.


이는 블로그를 통해 라마단에 대해 올렸던 다양한 글들을 모아 "알아두면 쓸데있을지도 모르는 라마단 잡학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한데 모아놓기도 했지만, 이 곳에서 다룰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 바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2018/05/15 - [공지&소식/기획 시리즈] - [라마단] 알아두면 쓸데있을지도 모르는 라마단 잡학 가이드


모스크에서의 집단 예배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집단 감염의 빌미를 없애기 위해 양대 성지부터 GCC 내 주요 국가들의 모스크를 걸어잠그고 사우디에서는 우므라를 일찌감치 중단시킨 데 이어 성지순례도 중단할 수 있다는 떡밥을 던졌던 것이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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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감염을 예방하겠다며 각종 통행금지령에 슈퍼와 약국 등의 필수 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매장에 휴업령을 내리면서 라마단 프로모션을 진행할 기회를 날려버렸던 것은 덤이었죠. 전통적으로 라마단은 금식 기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으로는 1년 중 가장 경제활동이 왕성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라마단을 앞두고 구매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구매자들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다양한 오퍼제공은 물론, 라마단 중에 서로 경쟁이 붙는 이프타르, 그리고 다양한 소셜 활동에 이르기까지...  

 

사우디에서는 해당없지만, UAE의 경우 보통 라마단 시작 보름전에 가지는 이벤트인 "하끄 알라일라"를 정부가 금지시키면서 썰렁한 라마단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서양의 할로윈처럼 아이들을 밤에 동네 이웃집으로 보내는 행사이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금지시켜 버렸으니까요. 

2016/05/21 - [GCC/GU/UAE] - [문화] 라마단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베품의 미덕을 공유하는 전통 명절, 하끄 알라일라


라마단이 다가오면서 사우디 이슬람부 장관, 그랜드 무프티 등은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속될 경우 라마단 기간 중 행하는 특별 예배인 타라위흐 예배와 라마단 후 이드 예배를 집에서 드릴 것을 요구하기에 나섰습니다. 어차피 모스크를 걸어잠그고 있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만, 집단 예배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걸프 국가에서 확진자 수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죠.


그리고 UAE 파트와 위원회는 올해 라마단을 앞둔 19일 코로나 관련 공식 파트와를 공표했습니다.


첫째. 단식은 건강한 무슬림들이 지켜야 할 의무이므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은 단식에서 제외. 그리고 일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들 역시 단식에서 제외. 네... 먹고살자고 믿는 종교니 아픈 사람은 건강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이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은 잘 먹고 치료 및 간호에 전념하라는 얘기죠.

둘째. 라마단 특별 예배 타라위흐, 라마단 끝난 후 이드 예배, 금요 오후 예배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전부 집에서. 위에서 언급했듯 집단 감염 예방차원이죠. 


모스크가 일찌감치 문을 잠궈버렸기 때문에 올해 라마단 기간 중에는 모스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이프타르도...



타라위흐 예배에 참가하겠다고 모스크를 가득 메운 무슬림들의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UAE에서 가장 큰 아부다비의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의 경우 지난해 라마단 기간 중 1천여명의 스탭들이 참여해 매일 35,000명분의 이프타르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었지만, 이들의 모습도 올해는 볼 수 없겠네요.



모스크에서 제공하는 이프타르가 없어진 건은 물론, 가난한 사람에게나 부유한 사람에게나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이프타르 풍경 역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할 겸 집 근처에 라마단 텐트를 세우거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에 저소득 근로자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프타르를 나눠주는 풍경은 라마단 기간 중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 역시 올해는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금지되었습니다. 



라마단 기간 중 이프타르를 나눠주던 UAE 내 자선기관들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는 차원에서 건국 이래 최초로 집단 이프타르 금지령이 내려져 한 자리에 모여 나눠주기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나눠주기로 결정했다는 군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호텔이나 고급 식당 중심의 럭셔리한 이프타르도 올해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호텔은 호텔 내 식당을 활용하거나, 임시로 텐트를 세워 이프타르와 수후르 메뉴를 내놓는데, 호텔이 가장 많은 두바이는 여전히 24시간 통행금지령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그나마 영업중인 호텔들도 투숙객이 급감하면서 최소한의 식당만 운영 중이기에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더욱 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설령 야간 통행금지령만 내려진 다른 토후국의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고, 음식을 배달로 시켜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저녁, 밤 시간대에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고, 최근 1~2년 동안 라이센스를 팔아 금식 시간 중의 영업이나 주류 판매를 허용했던 토후국 정부의 수입도 급감할 전망입니다. 



한편으로는 호텔의 이프타르 영업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생기는 반사이익으로 음식 쓰레기 역시 큰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하네요. 워낙 호텔 이프타르는 아랍인들의 전통에 맞게 푸짐하게 준비하다 보니 호텔측에서 다양하게 기부를 한다고 해도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그야말로 어마무시할 수준이었거든요. 음식 쓰레기가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UAE의 경우 평소에는 일일 평균 38%의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라마단 기간 중에는 60%로 폭증하는데 호텔과 식당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 최근들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음식 쓰레기를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프타르를 예로 들었지만, 현지 아랍인들의 경우에도 그간 흩어져 살던 친지들이 한 집에 모이는 전통적인 라마단 풍경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UAE의 경우 한 집에 살지 않는 가족이 라마단 기간 중에라도 한 곳에 모이지 말 것을 명했다고 하니 말이죠. 식당에 모여서 이프타르를 즐길 수도, 평소 떨어져 살던 가족 친지마저 한 집에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영업 중인 슈퍼마켓만 나름 성업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바이의 대표적인 그룹 중 하나인 마지드 알푸타임의 경우 영화관 휴관으로 인해 쉬고 있는 복스 시네마 직원들을 계열사인 까르푸에 파견근무를 보냈다고 하죠.


하끄 알라일라를 일찌감치 금지시켰던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풍경도, 라마단 텐트나 한데 모여 다같이 이프타르를 즐기는 풍경도, 슈퍼와 약국 외에는 강제 휴업중이라 야시장은 물론이거니와 올초 라마단에 나름의 대목을 기대했을 유통업계의 풍경도 볼 수 없는 생소한 라마단이 될 예정입니다.


그나마 올해의 라마단 기간 중 예전과 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우리에겐 해당없는 각 방송채널의 라마단 스페셜 프로그램 정도 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방송사에서 라마단 한 달을 노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라마단 스페셜 프로그램은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사전제작 프로그램이 많아 코로나 사태 이전에 대부분은 촬영을 마쳤다고 하니 말이죠. 이 와중에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를 등에 업은 OSN까지 스트리밍 서비만큼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큰 재미를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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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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