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사람들에게도 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세금 없는 나라로, 다른 누군가에는 새로운 투자처로,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화려함과 럭셔리함이 넘치는 관광지로,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화려함 속에 드러나지 않는 이면까지 말이죠.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에 대해선 당연히도 널리 알려질 일이 없었습니다. 최근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방문 시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흰 옷을 입고 머리를 흔들던 소녀들의 모습이 화제를 모은 것이 전부였달까요?

두바이에 그나마 있던 얼마 안 되던 석유는 다 고갈되어 석유수익이 두바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거의 제로에 수렴한지 십수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겐 두바이...하면 오일머니를 떠 올릴 정도로 모르는 현실 속에 지난 1월말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을 다룬 귀중한 번역서가 한국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 민속문화로 전해진 삶의 지혜 라는 책입니다.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 | 압둘아지즈 알무쌀람 - 교보문고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 |
product.kyobobook.co.kr
이 책은 이슬람 역사와 문명을 전공하고 유네스코를 국제 문화유산기구에서 연구와 자문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샤르자문화유산연구소 소장 압둘아지즈 압둘라흐만 알무쌀람이 2019년에 쓴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 주요 원천과 영향에 대한 고찰
(التراث الثقافي في الإمارات العربية المتحدة: رؤية في أهم المنابع والمؤثرات)을 번역한 책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1971년 건국되어 건국 54주년을 맞이한 UAE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유목생활을 하던 씨족 집단들이 18~19세기를 즈음하여 오늘날 각 토후국을 이끄는 가문들이 국가 건립의 기반을 닦았지만,
| 아부다비 (알나흐얀): 1761년 | 두바이 (알막툼): 1833년 |
| 샤르자, 라스 알카이마 (알까시미): 1722년 | 아즈만 (알누아이미): 1816년 |
| 움 알쿠와인 (알무알라): 1768년 | 푸자이라 (알샤르끼): 1879년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동인도회사의 상선을 노린 라스 알카이마의 해적질에 빡친 영국군이 침공해 라스 알카이마군을 궤멸시킨 후 1820년 2월 5일 영국과 일반해상조약을 맺으면서 1971년 12월 2일 UAE 건국을 선포할 때까지 150년 이상을 자체적인 군사력을 박탈당한채 영국군의 통제 하에 있던 휴전 국가 (Trutial State) 신세였고, 완전한 주권국가가 된 UAE가 건국한 이후에는 현대화의 물결에 휩싸이면서 전통문화라던가 민속문화 등이 잊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목민들의 구전으로 전승된 것들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이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이라는 것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 2019.04.07 - [중동여행정보/관광지] - [라스 알카이마] 다야 포트, 1819년 영국군 보복침공 당시 최후까지 저항했던 토후국들의 마지막 보루
- 2025.11.27 - [GCC&GU/UAE] - [사회] UAE는 왜 내셔널 데이 휴일을 이드 알잇티하드 (이드 알에티하드)로 바꾸었을까?
UAE는 자신들이 나름 이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후손임을 강조하기 위해 두바이 엑스포 로고를 철기시대 유적지인 사루끄 알하디드 유적 현장에서 발견했다는 반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야기하고, 자이드 국립 박물관, 알신다가 박물관 등을 개관하면서 오래된 유물 등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이들의 민속문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는 많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전문적인 문화유산 연구 분야의 학술적 공백을 메우고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나왔다는 이 책이 나온 것이 2019년이었으니, 이들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귀중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이 잭의 역자가 후배였기에 책이 나온다는 소식은 발간 전부터 접하긴 했지만, 아쉽게도 서적형태로만 나오고 전자책 버전으로는 따로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구할까 살짝 고민했었습니다. 한국에서 사오려면 최소 휴가라도 들어가야 가능할테니 말이죠. 그러던 와중에 교보문고에서 해외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걸 뒤늦게 알게되어 결국 책이 나온지 두 달 후에 주문해서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UAE에서 관한 책을 UAE에서 받아보면 더 의미가 있을테니까요.
교보문고 해외배송 서비스
해외배송 서비스는 처음 이용해 봤는데...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긴 하네요. 물론, 한국에 가서 사오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훠~~~~얼씬 싸지만요.
- 책값: 16,200원 (18,000원에서 10% 교보문고 자체 할인)
- 배송비: 29,800원 (FedEX 특송)
- 통관비: AED17.49 (약 7,191원)- FedEX에서 물건 수령 전 납부해야함.
- 총: 약 53,791원
BTS 컴백콘과 주말이 겹치면서 교보문고에서 책 배송준비가 지연되고 해서 송장을 받았을 때는 주문한 날로부터 10일 뒤에나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뒤숭숭한 와중에도 7일 뒤에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DHL로 받으면 그보다 더 빨리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ㅎㄷㄷ한 배송비가 붙기에 이 정도면 선방한거죠.

책 소개와 소감.
이 책은 서론에 해당하는 1장 문화유산과 민족문화로 시작해 8장 민속 예술까지 총 8개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옛 이름이 언어와 전통, 문화유산 속에서 어떻게 남아있는지(2장), 구전으로 전해진 공동체의 기억이 역사 속에 어떻게 남았는지 (3장), 이마라티들에게 계절의 의미와 생활 방식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4장), 바다와 관련된 전설적 존재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5장), 너무 없어도 문제고, 너무 많아도 문제인 비가 끼치는 영향과 풍습 (6장), 과거 이들에겐 어떤 직업이 있었고, 지금은 사라졌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이들의 전통 직업 (7장), 이들의 민속 예술을 소개하는 마지막 장 (8장)까지 이들의 생활상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읽다 보면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들의 속담이 있다던가, 우리네와 비슷한 민속놀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랍에 애착을 갖게된 것도,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우리네와 비슷한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겄기 때문이거든요. 특히, 블로그를 통해 아이얄라를 소개한 바도 있지만, 긴 머리를 휘날리며 추는 소녀들의 춤을 "나야샤트"라고 불린다는 점과, 그 아이얄라도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는 여러 파생형이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네요.
- 2017.12.02 - [GCC&GU/UAE] - [문화] 알아이얄라 (Al-Ayyala)"우리집에 왜 왔니"가 연상되는 오만과 UAE 전통춤
- 2025.05.20 - [GCC&GU/UAE] - [문화] 트럼프의 UAE 방문 시 머리를 흔드는 여성들의 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UAE 전통춤 알아이얄라!
아무래도 일반적인 한국 독자에겐 생경한 분야이고, 아랍어로 된 이름들도 낯설다 보니 눈에 확 쉽게 와닿지는 않을 수 있지만, 나름 학술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문체는 딱딱하지 않고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되어 있어서 그나마 큰 부담없이 가볍게 읽어보기엔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배경지식이 약간은 있는 상태에서 봤어도 205페이지짜리 책을 첨부터 끝까지 한번 훑는데 한 시간이 채 안걸렸으니 말이죠.
최대한 쉽게 요약해서 정리했기에 전반적인 가독성도 좋고 한국 독자들을 위한 추가설명도 있긴 하지만, 배경지식이 전무한 독자들을 배려해 원서에 없는 추가 삽화나 사진 등이 있었다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한결 도움이 되었겠다는 아쉬움도 살짝쿵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과 민속문화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겐 입문용으로 좋은 책이 아닐까 싶네요.

덧, 개인적으론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2020년작 아랍에미리트 문화유산 속 전설적 존재 백과사전
(موسوعة الكائنات الخرافية في التراث الإماراتي: دراسة في المخيلة الشعبية / Encyclopedia of superstitious creatures in the Emirati heritage)이란 책에도 관심이 가는데.... 아쉽지만, 한국어로 번역될 일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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