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한국땅을 떠나 아랍에 발을 내딛었던 1998년 어느날 밤 요르단 국영TV에서 틀어주던 영화를 보다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 공영방송에선 너무나 잔혹하다는 이유로 삭제되었을 살상 장면들을 무삭제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랍권 국가들의 검열기준에 잔혹한 장면에 얼마나 관대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지난해 개봉한 실베스타 스탤론의 마지막 람보 씨리즈 영화, 람보: 라스트 블러드 (한국명 람보: 라스트 워)입니다. 아래 영상에서 보듯 잔인한 살상 장면으로 인해 미국에선 R등급을, 한국에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UAE를 비롯한 아랍권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고 무삭제로 스트리밍되고 있죠. 



아랍권 극장가에서 영화속 잔혹한 장면에 대해선 관대한 대신 선정성이 강한 장면이나, 욕설, 신성모독 등에 대해서는 장면을 삭제하거나 무음처리하는 방식으로 자체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 본편 중 무려 45분을 가위질해버려 영화팬들에겐 욕을 바가지로 먹고, 검열 기관에선 우리가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소동이 있었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2014/01/14- [영화] UAE에서 과도하게 삭제된 편집본을 상영하여 더욱 논란이 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공각기동대에서 쿠사나기 소령이 나신으로 나오는 장면을 삭제할 수 없자 검은색 마스킹을 씌워 상영할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 애플TV 스트리밍 서비스 조차도;;;



올해 아카데미상 화제의 주인공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나름 장기 상영된 바 있습니다. 사전정보 없이 극장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극장 상영본은 삭제된 버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조여정과 이선균의 소파씬이 선정성을 이유로 잘려나간 것이었죠. 애플TV를 통해서는 무삭제 버전이 공게되고 있습니다만...


기생충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스트리밍 서비스권을 갖고 있는 OSN은 셰이크 자이드 로드에 초대형 옥외광고판을 통해 OSN에서 최초로 선보일 대표적인 스트리밍 작품으로 소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 끝에 지난 6월 19일부터 기생충을 정식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그러던 OSN이 한 달 반만인 8월 2일 자정 (한국시간 새벽 5시)에 OSN 채널을 통해 아랍어 더빙된 기생충을 첫 방송한다는 광고를 봤을 때, 아랍인 성우의 발연기스런 어색한 더빙보다 더 궁금했던 것이 과연 그 소파씬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습니다. OSN은 태생부터 무삭제 버전 방송을 모토로 내건 유료 서비스였으니까요. 그렇다면  그들이 택한 방법은?


(OSN 스트리밍 상영분 녹화: 아랍어 음성 및 자막 선택)


온라인 스트리밍 버전과 아랍어 더빙판 방송용 버전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버전은 한국어판이 기본 베이스로 제공되기에 완전 무삭제로 공개하고 있기에 그 장면에서의 한국어 대사 때문에라도 위와 같이 아랍어 자막도 같이 지원되지만, 아랍어 더빙판 방송용 버전은 영상 자체는 무삭제인 반면, 사운드는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살린 가운데 배우들의 말과 교성을 무음처리하고, 더빙판이기에 당연히 자막없이 방송되었습니다. 


(OSN 야 할라 시네마 채널에서 방영된 방송용 버전 캡처)


행위가 보이는 상황에서 완전 무음도 아니고 (배우들의 대사나 교성을 제외한) 효과음은 그대로 들리니 더욱 묘한 느낌을 준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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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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