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걸프지역 가이드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TMI 가득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야!쌀람!풋볼/사우디 리그

[오피셜] 사우디, 국부펀드 PIF의 대형 클럽 인수를 포함한 사우디 리그 내 클럽들에 대한 투자 및 민영화 계획 발표!

둘라 2023. 6. 7. 02:23
728x90
반응형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5일 (월요일) 사우디 클럽들에 대한 투자 및 민영화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발표된 이번 프로젝트는 스포츠 클럽의 기술적인 수준, 행정 및 재정적인 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발전시켜 자국 클럽들과 국가대표의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민간 부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얼마전 알나스르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금과 같은 노력이 지속되면 향후 몇 년 내에 사우디 리그가 세계 5대 리그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사우디 정부의 목표는 사우디 리그의 수준을 세계 10대 리그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울러 민영화와 수익 개편을 통해 리그의 연간 수익을 현재의 4억 5천만 리얄 (약 1,560억원)에서 18억 리얄 (약 6,240억원) 이상으로 늘리고 리그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 시장 가치를 현재의 30억 리얄 (약 1조억원)에서 최소 80억 리얄 (약 2조 7천억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죠.

 

이를 위해 첫 단계로 대기업이나 개발업체로부터 구단 인수를 통한 투자를 유치하고, 두번째 단계로 여러 클럽들을 민영화시켜 나가게 됩니다. 

 

그럼 이번 발표는 왜 나오게 되었을까?

 

지난 22/23시즌까지 16개팀으로 운영되던 사우디 리그는 다음 23/24시즌부터 18개팀이 참가하는 리그로 확장하는데 이어, 얼마전에는 26/27시즌까지 두 개팀을 더 추가해 사우디 리그를 규모면에서 만큼은 유럽의 대표적인 리그와도 손색이 없는 20개팀 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알나스르 이적을 기점으로 이번 여름 이적시장부터 사우디 리그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리오넬 메시 영입전 속 알잇티하드의 카림 벤제마 영입에 이어 유럽에서 뛰고 있는 30대 베테랑 스타 선수들에게 십수명의 선수들에게 거액을 오퍼하며 사우디 리그로 데려오는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알나스르의 호날두 영입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났습니다. 사우디 리그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자신들의 리그를 유럽에 소개하겠다며 슈퍼컵을 2년 연속 런던에서 개최하기도 했었음에도 기대처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반면, 호날두 단 한명의 영입으로 인해 알나스르 구단이 자신들의 경기 중계권을 전세계 30여개국에 팔아치우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으니까요. 심지어 자국 중계도 아랍어, 영어 해설에 포르투갈어 해설이 추가되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거액을 오퍼하며 영입전에 뛰어드는 사우디 구단들의 구단주는?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알힐랄, 알나스르, 알잇티하드 등 대형 사우디 리그 클럽들의 정보를 봐도 대표이사 (Cairman)만 소개되어 있을 뿐, 구단주에 대해서는 위키 같은 곳에서도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랍어 페이지를 보면 구단주가 소개되어 있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리그 내 대다수의 클럽 소유주가 바로 사우디 스포츠부 (Ministry of Sports)이기 때문입니다. 네... 사우디 리그 클럽들은 일종의 국립 구단인 셈인거죠. 구단주 표기없이 이름이 알려진 각 구단의 대표이사들은 구단주가 아니라 이사진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임명직 대표일 뿐이구요.  

 

사실상 사우디 정부 산하의 구단이다 보니... 2010년대 카타르 리그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황혼기에 접어든 유럽의 유명 스타를 영입해 왔을 때도 네임드 영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가슴팍에 협찬 로고없이 뛰는 구단도 많았을 정도로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도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구단의 재정 상태가 말도 안되는 곳들도 많았고, 선수들에게 급여나 이적료 지불 등을 오랫동안 하지 못해 FIFA에서 징계를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길 정도였죠.

 

정부에서 평가를 통해 지원금도 받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공기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금줄이 제한되어 있는 구단들이 외국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나름의 거액을 지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특히 대형 구단일수록 외국 선수의 이적료와 연봉 등의 비용은 구단 이사회 멤버도 아니면서 팬심으로 구단에 대해 후원을 아끼지 않는 왕자들이나 비즈니스맨들 같은 갑부 후원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자금으로 충당해 왔습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경우 선수단 전원에게 (구단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몇 억씩 승리 수당 및 우승 수당 등도 챙겨주고, 해외 원정길에는 전세기도 지원해주는 알힐랄의 VVIP 스폰서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는 자신이 꾸준히 후원하는 알힐랄 외에도 다른 클럽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경우 그 팀 선수단에게도 거액을 쾌척해오고 있죠.

가운데 구단 스카프를 목에 걸치고 손녀와 함께 있는 이가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지난 겨울 알나스르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과 관련된 비용문제 등에 있어서는 한때 첼시를 인수하려고 들었던 사우디 비즈니스맨의 후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는 사우디 리그가 리그 확대를 위해 참가 구단수도 늘리지만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던 유명 스타 영입에 그 어느 때보다 궁서체로 나서면서 판을 키우기 시작하네요?

 

2010년대 후반부터 민영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구단들이 다양한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확대를 위해 다른 사업에도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워낙 질러대는 연봉을 미친듯이 올리고 있는 이런 상황에선 개인 후원자의 후원금을 보태며 연봉을 주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조만간 한계에 부딪치고,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아울러 이번 정부의 발표를 통해 리그와 구단에 유입될 20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투자금을 현재의 구단 시스템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 역시 또다른 문제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전부터 떡밥만 던지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던 기업구단화를 통한 민영화 카드를 본격적으로 뽑아들게 된 셈입니다. 구단 민영화 차원에서 정부가 알힐랄을 매물로 내놓으면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종종 밝혀왔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꿈은 이번 조치로 인해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지만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프로젝트 발표 몇 시간 후 사우디 스포츠부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프로젝트에 대한 취지 설명과 더불어 투자 유치 및 민영화의 첫 단계로 8개 구단의 기업구단화 소식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첫번째가 바로 프리미어 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로 유명해진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1부 리그인 루쉰 사우디 리그에서 18개팀 중 탑 A급으로 분류한 장현수의 알힐랄, 호날두의 알나스르, 강등 한 시즌만에 다시 1부 리그로 복귀한 알아흘리, 벤제마를 영입한 알잇티하드를 인수하면서 PIF 산하의 구단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각 구단마다 구단 가치에 따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PIF가 이 중 75%의 지분을 투자하는 대표 구단주가 되고, 각 구단의 비영리 재단이 25%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바뀌게 됩니다. PIF에 인수되는 네 클럽은 재무 평가를 받은 후 각 클럽이 갖고 있는 부채 가치를 공제한 나미저 금액을 투자 펀드에 예치하게 된다는군요.

 

카타르 투자청이 PSG의 단독 구단주인 것과 달리 PIF는 사우디 리그 클럽들도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할 때처럼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공동 구단주 형태로 구단을 소유하게 됩니다.

PSG 사우디 리그 탑4
PIF (80%)
PB 스포츠 & 미디어 (10%)
PCP 캐피탈 파트너스 (10%)
PIF (75%)
구단별 비영리 재단 (25%)

 

이에 따라 구단의 현 이사진은 자연스레 해산되고, 새로운 지배구조에 따른 대표회사 및 구단 이사진을 구성하게 됩니다. 구단 이사진은 PIF에서 5명, 현 이사진들이 넘어가게 될 비영리 재단에서 2명의 이사를 선임하며, 구단의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구단을 영입해 온 비영리 재단 추천 후보 중에서 선출할 예정이라는군요. 

 

아울러 이번 프로젝트가 사우디 1부 리그만이 아닌 모든 레벨의 클럽들에게 적용되는 정책인만큼 1부 리그 탑티어 4개팀 외에 하위 리그 4개 구단의 기업구단화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연고지가 코바르인 알까디시야 (2부 리그)는 인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우디 아람코,

디리야 (3부 리그)는 연고지인 디리야 일대를 개발 중인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 (Diriyah Gate Development Authority)

타북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수꾸르 (3부 리그)는 인근에 개발 중인 메가 신도시 네옴을 개발 중인 네옴 (NEOM)

알울라 (4부 리그)는 연고지인 알울라 일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알울라 왕립 위원회 (Royal Commission for AlUla)가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22/23시즌 기준 사우디 리그 클럽 수는

  • 루쉰 사우디 리그 (1부 리그): 16개팀 (22/23시즌부터 리그 스폰서를 맡게 된 루쉰 역시 PIF 산하 디벨로퍼, 23/24시즌에는 18개팀 확대 확정, 26/27시즌에는 20개팀으로 확대 예정)
  • 엘로 리그- 퍼스트 디비전 (2부 리그): 18개팀
  • 사우디 리그- 세컨드 디비전 (3부 리그): 32개팀 (16개팀씩 두 개 그룹으로 운영하여 두 그룹의 우승팀 맞대결로 리그 통합 우승팀을 가림. 23/24시즌부터 40개 팀으로 확대 예정) 
  • 사우디 써드 디비전 (4부 리그): 32개팀 (8개팀씩 네 개 그룹으로 운영하며 네 그룹의 우승팀 맞대결로 리그 통합 우승팀을 가림)

 

사우디 스포츠부는 이번 발표에 따라 올 연말까지 다수의 사우디 리그 클럽들이 기업에 인수되어 기업구단화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번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은 김승규의 알샤밥도 조만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리그 확대와 기업구단화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맞이하게 된 사우디 리그는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