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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 알나스르, 마침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 발표, 그리고 이런저런 뒷이야기!

둘라 2022. 12. 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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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나스르 구단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부터 사우디 리그와 연결되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호날두가 인터뷰 파문으로 불명예스럽게 맨유에서 퇴단한 월드컵 기간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에 뛰어들었다고 하죠. 계약기간은 2023년 1월 1일부터 2025년 6월까지이며, 무직 선수라 이적료는 발생하지 않지만 총액 2억 1400만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인 킬리언 음바베 (PSG, 1억 2천 8백만 달러), 메시 (PSG, 1억 2천만 달러)에 이어 3위였던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유럽 생활을 끝내고 아시아에 온 황혼기에 당분간 깨지기 힘들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유럽과 달리 소득세나 부유세가 없는 사우디임을 감안하면 실수령액 기준으로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기도 하죠. 그리고 등번호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7번. 당초 알나스르의 7번은 우즈베키스탄 국대 공격수 자롤리딘 마샤리포프가 달고 있었으나, 알나스르가 호날두 영입을 준비하며 그의 등번호를 77로 바꾸고 번호를 비워둔 바 있습니다.

자신들을 자칭 “세계적인 클럽 (العالمي)“이라 얘기해왔지만, 허세와는 달리 정작 세계는 고사하고 아시아에서도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 알나스르가 그야말로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하며 주목을 받게 된 셈입니다.

알나스르는 현재 시즌 30라운드 중 11라운드 (12월 30일~31일)가 진행 중인 사우디 리그에서 김승규가 골문을 지키고 있는 알샤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홈구장은 25,000석 규모의 무르술 파크입니다.

원래 이름인 킹 사우드 유니버시티 스타디움으로 한때 알힐랄이 홈구장으로 사용했다가 현재는 리노베이션을 거친 후 알나스르의 홈구장이 된 무르술 파크는 내년 1월 20일 한국 걸그룹으로서는 사우디에서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블랙핑크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우디 리그 이적 사가와 무함마드 카누 이중계약 파동

지난 여름 이적팀을 물색했지만 유럽팀들에게 오퍼를 받지 못했던 그에게 먼저 오퍼를 던졌던 곳은 같은 사우디 리그의 알힐랄이라고 하죠. 당시 알힐랄의 총액 3억 6800만달러짜리 오퍼를 받았던 호날두는 맨유에 있는게 행복하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에둘러 말했었지만, 실제로는 그가 수락했었어도 성사될 수 없는 거래였었습니다. 알힐랄이 알나스르와 사우디 국대 미드필더 무함마드 카누 이중계약에 대한 징계로 22/23시즌 여름,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한 새 선수 영입 및 등록을 할 수 없었거든요. 대체, 새 선수 영입 금지 징계 중이었던 알힐랄이 뭘 믿고 오퍼를 던졌는지 미스터리지만요,…

무함마두 카누 이중계약 파동은 올초 알힐랄과 계약 연장하는 대신 알나스르로 이적한다고 오피셜까지 떴다가 불과 며칠 만에 알힐랄과 재계약 발표를 하자 이에 빡친 알나스르가 항소하면서 제기되었던 사건으로 선수 본인의 각종 국내 대회 4개월 출전 정지와 알힐랄의 새 선수 영입 금지, 그리고 공동으로 알나스르에게 금전적인 배상을 하라는 판결로 종결된 바 있습니다. 이 징계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난 시즌 막판부터 출전이 정지되었던 그는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12월이 되어서야 리그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고, K리그로 돌아오기 위해 재계약을 거절했던 장현수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발표했던 알힐랄 역시 (22/23시즌엔 대체 선수를 구할 방법이 없기에...) 결국 그를 설득해서 계약을 1년 더 연장하게 된 빌미가 된 바 있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사우디 소식통들을 통해 알힐랄이 알나스르가 안데르송 탈리스카를 하이재킹했던 것처럼 호날두 하이재킹에 나섰다는 루머도 흘러나오긴 했지만, 상기한 이유로 현실성이 없는 얘기였죠. 지금 그와 계약해봐야 아챔 토너먼트 아니면 올시즌엔 출전은 고사하고 선수 등록도 못하니까요. 이중계약 파동에 따른 징계로 반년 가까이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소속팀의 영입길을 끊어먹은 그가 정작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터키 리그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덤.

 

호날두를 아챔에서 보려면?

사우디 리그는 이번 시즌까지는 리그 1~3위팀과 국왕컵 우승팀에게 아챔 티켓을 배정해 왔었지만, 다음 시즌부터 현재의 춘추제가 아닌 추춘제로 변경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을 감안해 티켓 배정 방식을 한시적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회기간의 변경에 따라 21/22시즌의 성적이 새 시즌의 아챔 출전팀에 반영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21/22시즌 및 22/23시즌의 결과를 합쳐 반영하기로 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리그나 국왕컵에서 우승해야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리그 2위나 3위를 차지한 후 경우의 수를 따져야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23/24 AFC 챔피언스 리그- 사우디 리그 출전팀
티켓 취득 자격 현재 확정 팀
조별리그 직행 22/23 루쉰 사우디 리그 우승팀  
22/23 국왕컵 우승팀  
21/22 무함마드 빈 살만 프로 리그 우승팀 알힐랄
플레이 오프 21/22 국왕컵 우승팀 알파이히


내년 9월 18일부터 시작될 아챔 무대에서 뛰는 호날두를 보려면 알나스르가 이번 시즌에서 그를 앞세워 리그나 아챔에서 무조건 우승을 차지해야만 합니다. 역대급 우승 경쟁을 펼쳤던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디펜딩 챔피언 알힐랄과 초반 기세가 좋은 알샤밥, 알나스르, 알잇티하드가 놓고 벌이는 더욱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고된 상황인데, 이 딜을 성사시키고도 우승을 못하면 뭐....... 챔스에서 뛰고 싶다고 난리치다가 결국 아시아 무대로 이적했는데 아챔에도 못 뛰면 뭐.... 그래서 알나스르에게 이번 시즌 성적은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호날두의 사우디 리그 이적이 갖는 의미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리그 중 하나이자 리그 규모나 관중동원 능력면에서 걸프지역 내에서 가장 큰 리그를 자랑하는 사우디 리그는 의외로 유럽에서 명성을 날렸던 네임드 플레이어를 많이 영입해온 리그는 아니었습니다. 한동안 현질로 미친듯이 선수들을 영입했다가 지금은 폭망한 중국 리그, 지역 내에서 가장 작은 리그에다 관중동원 능력도 떨어지지만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 리그가 리그 규모에는 걸맞지 않지만 차비 에르난데스 등 현역 황혼길에 접어든 유럽 리그에서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말이죠. 기본적으로는 폐쇄적인 사회적 풍습으로 인헤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들로 하여금 매략적이지 못한 환경이었건 탓도 있지만,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구단의 재정 체질 개선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우디 리그를 꾸준히 봐왔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유니폼 위에 각종 스폰서 로고가 많이 붙어있음이 보일텐데, 이는 정부 주도에서 떠나 구단 스스로 재정 조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 왔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형 구단들조차 재정상태가 엉망인 곳이 많았지만, 지금은 스폰서 확보 및 각종 부대사업 진출을 통해 재정조달 능력을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이죠.

 

알나스르의 호날두 영입에는 사우디 리서치 앤 미디어 그룹 (SRMG) 회장 모하메드 알카리지가 큰 역할을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첼시 팬으로 알려진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국 내 재산이 동결된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에게 27억 파운드의 인수 오퍼를 던지면서 영국 축구계에 이름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비록 자신이 팬이던 첼시를 인수하는 성덕은 되진 못했지만, 호날두를 지르고 말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알나스르가 축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긴 파격적인 연봉으로 호날두를 영입한 것은 앞으로 사우디 리그의 대형 클럽들이 유럽 이적 시장에서 한 플레이어로 뛰어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카타르 리그가 해왔던 것처럼 말이죠. 사우디가 정부차원에서 그동안의 각종 이슬람적인 억제정책을 철폐하면서까지 전세계에 자신들을 공개하기 위해 불과 몇 년 사이에 유럽 리그 클럽 인수, 각종 국제 대회 및 대형 이벤트 유치 및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다, 민간 부문이 이에 도전할 경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표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지금은 징계로 영입전에 뛰어들 수 없지만, 알나스르보다 더 유명하고 재정상황이 더 좋은 알힐랄이 과연 다음 시즌엔 어떤 선수를 영입할지 궁금해진달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소
이 계약이 잘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불안요소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이 어마무시한 오퍼를 날린 알나스르가 체불하지 않고 잘 지불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오퍼에는 각종 경기장 밖 광고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하죠. (그 비중이 어느쪽이 더 클지는 모르겠지만요).

호날두는 이미 올해 봄 우리로 치면 배민 같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 배달업체 중 하나인 딸라바트와 브랜드 앰베서더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상업 광고 등을 통해 보전해준다는 얘기겠죠.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월드컵 유치 홍보대사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사우디는 올해 5월 리오넬 메시를 사우디 관광 홍보대사로 영입한 바 있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죠.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하지만…한국 선수들 중에도 이천수를 시작으로 김병석, 김진수가 뛰었던 알나스르는 고질적인 임금 체불과 체납으로 악명높은 구단이기도 합니다. 알려진것만 8억을 떼였다는 이천수를 포함해 계약된 연봉을 제대로 받은 선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천수의 알나스르 이적으로 인해 제 블로그를 통해 걸프지역 축구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의 주제가 확대된 바도 있습니다만....) 그런데... 알나스르의 구단주가 PSG나 맨시티처럼 공식적으로 국부펀드급 오너가 아니기에 그야말로 구단의 재정상황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연봉을 그에게 어떻게 체불하지 않고 잘 지불할 수 있을지가 현실적인 불안요소입니다. 호날두에게 체불했다간 기록적인 연봉으로 주목받은만큼 그야말로 전세계 축구계에 개망신으로 남을테니까요. 야심차게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조국 사우디에 대한 이미지 먹칠은 덤.

그리고... 가뜩이나 유럽인들과는 성향이 다른 아랍인들인데다, 전 소속팀 맨유를 퇴단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던 그의 유별난 성깔머리를 구단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것인지도 이 이례적인 이적에서 예상되는 또 하나의 불안요소죠. 워낙 알나스르기 리그 내에서도 나대는 경향이 있는 구단이라곤 해도 말이죠. 맨체스터의 시끄러운 이웃에 불과했던 맨시티가 통 큰 구단주에 힘입어 대세로 탈바꿈했던 것처럼, 알나스르도 호날두의 영입으로 탈바꿈 할 수 았을까요???

 

유럽을 떠나 사우디 리그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우디 리그 데뷔전은 1월 5일 목요일 오후 6시 (한국 시간 1월 6일 자정) 홈인 무르술 파크에서 열리는 알따이와의 리그 12라운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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