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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알아인 1일차 (1)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알아인으로 가는 길

둘라 2014. 9.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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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에서 1시간 10분 늦게 출발한 비행기가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밤 9시 50분 경. 바로 알아인으로 가는 에티하드 익스프레스 버스 막차가 알아인을 떠난 뒤였습니다. 비행기가 제시간에 출발했었으면 공항에서 부친 짐을 찾고 여유있게 버스를 기다리다가 타고 떠났어야 할 시간에 공항 활주로에 막 착륙한 셈입니다. 알아인행 버스 시간도 모르고, 택시를 타고 가면 분명 2~300디르함 이상을 써야 할 상황.


어차피 놓친 버스에 다시 한번 분통은 터졌지만, 역시나 방법은 없고 책임은 에티하드에 있으니 그나마 제대로 도착한 가방을 찾아 알아인으로 갈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에티하드 기사 서비스 데스크를 찾아갔습니다.



1. 에티하드 기사 서비스 데스크에서 생긴 일




에티하드 항공은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을 위한 두 종류의 무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이용 승객들을 위해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는 기사 서비스와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두바이나 알아인으로 가는 승객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 에티하드 익스프레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에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고 알아인은 초행인데다 아부다비 공항에 밤에 도착하기 때문에 에티하드 익스프레스를 미리 예약해두었습니다. 마침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알아인까지 가는 네 편의 버스 중 막차 시간이 원래 도착일정보다 한시간 20분 정도 뒤였기 때문에 충분히 갈아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현실은;;;;


일단 데스크를 찾아가 너네 비행기의 연착으로 예약해 둔 막차가 떠났으니 어떻게 해야하냐며 컴플레인을 겁니다. 버스 예약번호를 알려주고 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는데 직원이 제 이름으로 예약된 것이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이런...!!! 자세히 보니 제가 인터넷으로 예약 중 실수로 다음날 막차를 예약했었더군요!!!


하지만.... 너네 운송 서비스 때문에 바레인에서 3일 동안 옷도 못 갈아입고 다녔고, (예약실수는 있었지만) 너네 연착 때문에 버스가 이미 떠나버렸는데 난 어떻게 해야하냐며 계속 항의를 했더니, 데스크의 직원은 앞에 보이는 다른 데스크에 가서 예약된 날짜를 오늘 날짜로 정정해오면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래서 찾아간 앞에 보이는 다른 데스크.


그 데스크의 직원은 설명을 한참이나 듣고 나서야 겨우 이해한 듯 버스가 곧 출발할테니 지금 빨리 가면 탈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며 날짜가 변경된 예약서를 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상합니다. 


내가 탔어야 할 막차는 이미 45분 전에 떠났는데... 지금 가면 곧 탈 수 있을 거라고??? 뭐지???


그리고선 그 직원이 준 새로 뽑은 예약서를 다시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이런!!! 기껏 알아인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직원이 뽑아준 새로운 예약서의 목적지는 알아인이 아닌 두바이, 즉 두바이행 에티하드 익스프레스 예약서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러니 빨리가서 두바이행 버스를 타고 가란 의미였던 겁니다;;;; 지금 장난하나요???


발걸음을 돌려 데스크로 다시 돌아가 "제 목적지는 알아인이라구요!!! 알아인!!!"이라 말하며 다시 뽑아달라고 얘기했더니, 이 직원은 "이미 알아인행 막차 떠났는데??? 지금 날짜바꿔봐야 뭐하게요??"라며 딴소리를 하네요. 기껏 설명해줬더니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피곤함에도 에티하드 때문에 생긴 일로 않해도 될 설명을 기껏 했더니 딴소리하는 그 직원의 면상을 날려주고 싶은 기분이 확 드는걸 겨우 참았습니다;;;; 아쉬운 건 저니까요.  "저쪽 데스크에서 알아서 처리해준다니까 당신은 그냥 날짜만 오늘 날짜로 바꿔서 새로 예약서를 뽑아주세요!"라고 얘기할 수 밖에...


간신히 예약일을 오늘로 바꾼 알아인행 에티하드 익스프레스 막차 예약서를 들고 다시 기사 서비스 데스크를 찾아갔더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네요. 그 데스크 직원이 전산작업을 하는 동안 3일전 저녁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에티하드의 문제로 인해 열받아하고 있는 제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했습니다. 아쉬운대로 잘 처리해 달라는 나름의 호소랄까요? 


전산 작업을 마치고 목적지를 물어본 후 문 밖을 나갔다가 몇 분 만에 돌아온 그 데스크 직원은 알아인행 차편을 준비해 뒀으니 짐 챙겨서 나오라고 합니다. 백팩과 가방을 챙겨 공항 건물 밖을 나가니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눈 앞에는 (차종은 모르겠지만) 렉서스 한 대가 있었습니다.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이긴 하지만,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버스를 놓친 걸 감안해서 기사 서비스를 제공해 준 것이었습니다. 건물 밖을 나갔다 온 것은 알아인까지 갈 수 있는 기사를 섭외하고 왔던 것이죠. 


원래대로라면 버스를 타고 알아인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꼬인 상황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바로 갈 수 있게 된 셈이었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2.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기사 서비스 업그레이드받고 알아인으로 가는 길

1) 그런데...알아인은 어디???

아시아축구에 관심있는 팬들이 아니라면 낯선 지명인 알아인은 동쪽으로 오만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아부다비 토후국의 두번째로 큰 도시이자, UAE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참고로 UAE의 4대 대도시는 규모순으로 두바이 (두바이 토후국), 아부다비 (아부다비 토후국), 샤르자 (샤르자 토후국), 알아인 (아부다비 토후국)입니다.


UAE를 대표하는 가장 큰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사막지대인 알가르비야, 그리고 동쪽에는 오아시스 도시인 알아인. 지난 봄 박대통령의 방문 해프닝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라카 원자력발전소가 바로 알가르비야에 있습니다. 그리고 알아인은 7개의 토후국을 연합시켜 오늘날의 UAE를 건국하여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UAE의 국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현재 대통령인 셰이크 칼리파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2) 알아인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E22 (아부다비-알아인 고속도로)에서...




아부다비 공항에서 출발하여 알아인으로 향하는 길. 도심을 빠져나면서 본격적인 고속도로로 접어들기 전 기사는 양해를 구하고 주유소에 들러 차에 기름을 넣은 후 교통체증 하나없는 길을 시속 140km로 쭉쭉 나아갑니다. 좋은 차량에 교통체증없이 쾌적하게 가는 건 좋은데 사실 무섭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을 달리고 있는데 곧게 뻗은 길 외에는 주변에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인가도 없고, 가로등도 많지 않은데다, 심지어 지나가는 차 한 대 보기가 쉽지 않네요. 몇 십분, 혹은 몇 분을 가야 차 한대가 보일까말까한 고속도로.



(깜깜한 밤에 이런 길을 100km 넘게 처음보는 기사와 단 둘이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도 어쩌다 가~~끔 보일까말까;;;)



저를 태우고 알아인에 데려다주러 가는 기사는 제가 불안해 보였는지 너무 인적이 뜸하다고해서 겁먹지 말라고 위로해 주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셰이크 자이드를 존경한다는 그는 UAE에서만 17년간 살고 있는 시리아 사람이었습니다. 고향은 시리아 남부 요르단을 넘어오면 지나치게 되는 첫 국경도시 다라아. 바로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곳이라고 합니다. 


가족의 절반은 고향 시리아에, 나머지 절반은 이 곳에 살고 있으며 자신은 UAE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하던 그는 지금의 사단이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인 바샤르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남겨둔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통신상태가 열악하여 며칠, 혹은 몇주만에 잠깐 통화가 가능해지면 안부를 묻는게 전부라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현재 달리고 있는 E22 고속도로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아부다비와 알아인을 연결하는 이 고속도로는 지금 네 눈으로 직접 보고 있듯 방금 전 주유했던 고속도로 초입부분에 있는 마지막 주유소를 지나치면 알아인에 도착할 때까지 주유소도, 정비소도 없기 때문에 고장나도 대응하기 힘든 길이어서 튼튼하고 좋은 차만이 달릴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부다비 알아인을 연결하는 일반 버스도 이 길로 다니지 않는다면서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알아인에 도착합니다. 제가 도착하던 날 오후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짙은 모래먼지로 고생했는데, 되려 내륙에 있는 알아인엔 폭우가 퍼부어서 도로가 깨끗할 정도로 날씨가 다른 동네라고 설명해줍니다.. 모래먼지는 없었지만, 강풍이 불은 듯 줄기가 꺾인 나무가지들이 땅에 끌려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번개 때문에 불이 나기도 했었다는군요.


그는 얘기를 나누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아부다비에 언제 돌아올 거냐며 일정을 물어봅니다. 지금이야 사정상 기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이라 에티하드 익스프레스로 돌아갈 수 밖에 없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얘기를 해줄 수 밖에요.


그리고 자정이 조금 너머 최종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한 일은 밑에 있는 사진 속 TV 뒤에 보이시죠??? 에티하드 때문에 바레인에 있는 3일 동안 행방불명되었던 가방과 함께 제대로 충전시켜줄 수 없었던 모든 전자기기 (컴퓨터, 핸드폰, 카메라 등등)를 충전시키는 일이었습니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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