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GU/사우디2021. 7. 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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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

사우디 일간지 오카즈와 사우디 가젯트 등은 15일 사우디 상공회의소연합이 발행한 회람을 통해 사우디 내 매장과 영업시설들이 예배시간에도 영업 및 경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링크)

 

일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우디는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쌀라 브레이크"라고 해서 무슬림들이 매일 드려야 하는 다섯번의 예배 시간- 새벽 (파즈르), 정오 (주흐르), 오후 (아스르), 일몰 (마그립), 밤 (이샤) (실제 예배 시간은 계절과 국가가 아닌 지역에 따라 매일 변함)- 중에는 모든 영업 시설이 영업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새벽에도 영업하는 주유소 같은 시설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운영시간에 따라 정오 예배부터 최대 네 번의 예배시간이 이에 해당하며, 매 예배시간마다 30분 휴식이니 하루에 총 두시간~두시간 반은 매장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하루에 셔터만 최대 12번 (24시간 영업하는 경우)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죠. 

 

사우디에 살다보면 이 쌀라 브레이크는 알면서도 막상 어쩔수 없이 당하면 열받게 만드는데,

  • 기껏 두세시간을 기다려서 내 차례가 왔다 싶었는데 바로 내 앞에서 끊고 예배시간이라며 30분 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던가,
  • 그렇게 기다려서 일보고 다른 곳에 가서 볼 일을 보려는데 또 예배 시간이 걸려 30분을 또 기다려야 한다던가,
  • 식당에서 식사 중에 예배시간이 걸리면 먹고 있는 걸 끊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 식당 정문을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조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식사를 하다 예배시간이 끝나기 전에 식사와 계산이 끝나면 쪽문으로 나간다던가...
  • 일보러 갔더니 아스르에 걸리고, 다른 곳에 일보러 갔더니 마그립에 걸린 후, 또 다른 곳에 일보러 갔다가 이샤에 걸리는 쌀라 브레이크 3콤보에 걸리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예배시간 중 영업 중단은 사우디 건국과 동시에 적용되었던 것이 아니라, 1979년 그랜드 모스크 점거사건을 계기로 사우디 건국 이후 40년 넘게 세속적인 사우디 정부에 눌려있던 원리주의 종교세력들이 통칭 무따와라 불리던 종교경찰청을 신설하면서 1940년대 창설 이후 순수한 종교 기관에 불과했던 권선징악위원회 (CPVPV)에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사우디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늘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사우디는 최고종교지도자가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신정국가 이란과 달리 태생부터 세속주의적인 사우드 씨족과 원리주의적인 와하비스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혼종으로 태어났기에 사우디 역사는 그 두 세력의 기나긴 세력 쟁탈전의 역사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누가 헤게모니를 잡느냐에 따라 사회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 버리는...

 

예배시간 중 영업 중단은 1987년 당시 권선징악위원회 회장이 공표한 권선징악위원회 집행 규정 제1조의 두번째 단락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그 문제의 두번째 단락은...

"예배는 무슬림이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의례 중 하나이기에 위원회 멤버들은 모스크에서 특정한 시간에 이를 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예배를 알리는 아잔이 들리면 이에 즉시 반응할 것을 촉구해야 하며, 그들이 예배시간 중에는 매장을 닫음으로서 판매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해야만 한다"  

 

그 문제의 두번째 단락은 샤리아나 사우디 사회의 시스템과는 상관없이 강경한 원리주의 성향의 권선징악위원회가 자체 규정 내에 임의적인 재량으로 삽입한 단락에 불과했지만, 행동대장이나 다름 없는 종교경찰을 앞세워 하나의 관행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시간의 예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배인 금요일 주흐르 예배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도 위원회는 종교경찰을 앞세워 모든 예배에 적용해왔던 것이죠. (참고)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졌던 여성들의 자전거 탑승, 운전 금지, 영화 상영금지 등을 포함해 사우디 내에서 사회개혁 흐름을 타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잇달아 족쇄가 풀리고 있는 악습들은 사실 샤리아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실권을 빼앗은 권선징악위원회가 근본없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냈던 셈입니다.

 

아울러 이 집행 규정이 담긴 문서에는 종교경찰들이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허용하는 권한 역시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종교경찰들은 견제 세력이 없자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강경하게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사우디 사회 내에 건드릴 수 없는 합법적인 폭력조직,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전임 압둘라 국왕 통치기에 온건화시키려다 실패하고, 결국 살만 국왕 통치기에 들어서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숙청의 밤과 함께 잠재적인 위협세력들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순식간에 폭망해 버렸죠...

 

무소불위의 권력에 맛들인 광기에 휩싸여 폭주하던 종교경찰은 몇 년전 해체되고 권선징악위원회도 원래의 역할로 돌아가면서 그들이 그동안 금기시해왔던 악습들이 잇달아 철폐되는 흐름 속에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던 예배시간 중 영업 중단 해제 논의 역시 가속도를 띄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20일 슈라 위원회에 이에 대한 찬반 투표가 의제로 상정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다음날 이 논의가 연기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던 와중에 15일 상공회의소연합의 지침이 담긴 공문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첫번째 단락에서는 이번 지침을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고, 두번째 단락에서는 지침의 시행 내용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아즐란 빈 압둘아지즈 알아즐란 사우디 상공회의소연합 회장 명의로 발행된 공문에 따르면 (물론 그 누구보다 수십년 동안 폐지를 주장해왔던) 상공회의소연합이 이러한 지침을 내리면서 내세운 명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한 예방수칙에 따라....

 

로 시작되는 이 공문에서는 자신들이 내린 지침에 대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수칙이자 쇼핑객들과 손님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두에서부터 밝혔기 때문이죠. 원래 오랫동안 주장해왔을 명분이었던 중단없는 영업으로 쇼핑객과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수준 및 쇼핑 경험 향상은 덤.

 

이들이 이러한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건 온건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 경제적인 이유와 맞물려 예배시간 중 영업 중단 폐지론이 오랜 시간의 논의 끝에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 슈라 위원회 의제로 상장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질 정도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쇼핑객이나 고객들이 쇼핑몰이나 영업장에 갔다가 쌀라 브레이크에 걸리게 될 경우 30분 후 다시 영업을 재개할 때까지 매장 근처에서 몰려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매장이 통째로 문을 닫아버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작년에 크게 고생했다가 올초까지 어느정도 진정시켰다고 봤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상공회의소연합이 정부를 설득시킬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겠죠.

 

이 소식을 접한 로이터가 확인을 요청했지만 대답이 없었다고 보도할 정도로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상공회의소연합은 관련 당국과의 필수적인 협조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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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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