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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숙청의 밤을 이끈 사우디 반부패최고위원회, 최고 갑부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석방으로 사실상 마무리!

둘라 2018. 1. 2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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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사우디의 유력인사들이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있는 초호화 구치소로 불렸던 리츠칼튼 리야드가 호텔 전체를 전세낸 정부의 사정 활동으로 인해 그동안의 영업정지를 깨고 2월부터 예약을 다시 받기 시작한 가운데, 24일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지난해 11월 4일 숙청의 밤으로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각종 부패행위에 대한 조사 및 당사자에 대한 정산이 수일 내로 종료될 것이라며 성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용의자, 참고인, 목격자 등 조사대상자 350명을 소환하여 조사를 펼쳤으며,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현찰, 부동산 및 기타 자산을 납부하는 정부와의 정산에 합의한 가운데 이중 90명은 혐의를 벗고 사면되었으며, 정산에 합의하지 않고 구속 중인 95명은 검찰에 넘기는 것으로 80여일 넘게 계속된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부패위원회의 성과 발표로부터 3일뒤 정부와의 정산협상을 계속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로이터간의 독점 인터뷰가 공개되었으며, 보도가 나간지 몇시간 뒤 그도 역시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주말 그와 더불어 MBC 그룹의 주인인 언론재벌 왈리드 알이브라힘과 눈에 가시같았을 칼리드 알투와이지리 전 왕실법원장 ([인물] 사우디를 움직이는 권좌 뒤의 실세, 압둘라 국왕의 최측근이자 왕실법원장 칼리드 알 투와이지리 참조) 등 남아있던 주요 거물들과도 석방, 혹은 정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부패위원회의 활동은 사실상 마무리되었습니다.


조금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반부패위원회가 대상자들을 심문하기 위해 고문을 가해 의료진이 리츠칼튼에 상주하고 있었다는 언론보도를 의식한듯 자신이 머물렀던 스위트룸을 소개하며 조사를 받는 동안 편히 지낼 수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지난 11월 4일밤 대대적인 검거작업에 들어가 조사에 들어간 후 11월 29일 압둘라 국왕의 전아들이자 한때 왕위 계승 순위권에 있었던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가 10억달러 이상을 납부하고 석방된 이래 가장 큰 손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석방되는데까지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당초에는 추정 자산의 70%선에서 정산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었던 것과 달리 1억달러의 자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의 보석금이 그 10배를 상회하는 10억달러 이상이었단 소식은 아직 정산조건이 밝혀지지 않은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보석금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일설에는 거의 모든 재산을 정부에 바치고 일정 수준의 수당을 받으며, 해외 출국시에는 해외도피를 방지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가 지정한 인사와 동행한다는 굴욕적인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걸프 국가 역사상 국왕에 취임하기도 전 불과 2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잠재적 불안요소였던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와 압둘라 국왕파를 완전히 제거하고 국방 (사우디 군부 3권의 완전 장악)+경제 (경제개혁의 책임자, 아람코 이사회 의장)+내무 (사정기관 장악)를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전대미문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자신을 수장으로 하는 반부패위원회 활동을 통해 확실한 대국민 메세지를 보내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대규모 숙청작업으로 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투쟁기 참조)


첫째,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법이라는게 함정;;;)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왕족, 고위관료, 언론인, 그룹총수 등 기득권 세력은 사우디에서도 설령 죄가 있다고 해도 법 위에 있어 죄를 면피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세력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잇다른 구속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이례적인 언론전과 함께 시작한 이번 숙청의 밤을 통해 이들 역시 죄를 지으면 사정기관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음을 일반 국민들에게도 법 (자신)을 지킬 것을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죄가 있는데 나가고 싶으면 그동안 축적해놓은 대다수의 재산을 토해낼 각오를 하라!

멀쩡하던 양반들이 검찰 수사만 받으면 일단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얼굴을 가린채 휠체어에 타고 출두하고, 처벌을 설령받더라도 그들에겐 새발의 피만큼이나 위협적이지 않은 우리나라 사정기관의 관례를 떠올려보면, 와병 중인척 연극할 시간도 주지않고 속전속결로 잡아들여 혐의가 있다고 판명될 경우 보유재산 중 70% 이상을 게워내야 석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이번 반부패위원회의 활동은 석방금의 규모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만한 대부분의 사우디 국민들에겐 사이다 같은 조치로 보여질 것입니다. 덤으로 막대한 정산금 수입으로 인해 가벼워진 국고(일지 사금고일지 모를...)를 채워넣은 건 덤.


셋째, 관례를 깨고 석방된 인사 중 필요할 경우엔 사안에 따라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숙청된 고위인사들의 경우 재산을 동결하고 해외로 내보냈다가 잠잠해지면 조용히 불러들여 좋은 곳에 모셔두고 잠수타게 만드는 것이 관례였던 이쪽 동네에서 이번 숙청의 밤에 구금된 인사들 중 일부는 적절한 순간에 대중에 노출시키며 일방적인 숙청이 아님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선, 청지적으로 가장 큰 위험인물이었던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는 석방 후 한 달여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공개석상이 바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와 함께하는 연례 경마대회 개회식이었죠. (완전히 개털이 된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 입장에서야 내심 떨떠름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무죄로 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이브라힘 알앗사프 전 재정부 장관의 경우엔 석방되자마자 바로 내각 회의에 참가하고 사우디 대표단을 이끌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하는 등 현역으로 복귀한 상황입니다. 일단은 "확실하게" 킹덤 홀딩스 회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거취가 관건이겠습니다만...


와하비즘에 입각한 원리주의적 보수종교세력을 약화시키고 사회를 개방무드에 올려놓은 채 소수 세력이 쥐고 있던 특권을 깨며 법치주의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이번 반부패위원회 활동으로 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 내 자신의 반대세력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리며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우드 왕가를 포함하여 정계, 재계, 언론계, 군부를 막론한 고위인사의 대대적인 구금과 정산 협상을 통해 이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에데 반대하면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될지 보여준 쇼케이스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이는 역으로 지금은 큰 그림을 잘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잘못된 길을 걷게될 경우 법을 앞세운 전제군주의 철권통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그의 통치 스타일상 중요 권력을 장악할 그를 견제할 세력도 없어 사우디의 운명이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을 자초하게 될 위험요인도 분명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사우디는 극단적인 사우디제이션 추진에서도 보여지듯 시장경제를 추진하는 것 같으면서도 반시장경제적인 정책을 병행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외교에 있어서도 내부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에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나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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