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걸프지역 가이드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TMI 가득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GCC&GU/사우디

[사회] 사우디, 2018년부터 그간 제한해왔던 여성들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키로!

둘라 2017. 10. 30. 23:45
728x90
반응형


투르키 알 앗셰이크 사우디 스포츠청장은 29일밤 10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통해 스포츠 분야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여성들의 출입을 제한했었던 경기장 입장을 2018년초부터 전격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스포츠 경기 관람을 위한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 허용은 사우디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조치에 따라 가족동반 입장이라는 전제 하에 패밀리석을 갖출 수 있는 리야드의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알힐랄, 알나스르, 알샤밥 홈구장/68,752석), 젯다의 킹 압둘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알아흘리, 알잇티하드 홈구장/62,241석), 담맘의 프린스 무함마드 빈 파흐드 스타디움 (알잇티파끄 홈구장/35000석) 등 사우디 내 3대 도시의 주요 경기장부터 우선 여성들에게 개방됩니다. 아울러 여성을 동반한 가족 관중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식당과 카페, 비디오 스크린 등 편의시설을 경기장 내에 설치할 것도 의무화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축구 경기장을 비롯한 사우디 내 경기장들은 사우디인들에겐 (임신이 가능한) 완전한 여성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니깝과 히잡, 그리고 아바야를 착용하기 전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의 아주 어린 소녀들에 한해서만 입장을 허용하고 외국팀과의 경기가 있을 때 원정팀의 여성 서포터즈들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등 사우디 여성들의 입장을 사실상 금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의 인권이 강화되고 올림픽에 첫 여성 국가대표 선수를 내보내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서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4월 리야드에서 직관했던 아챔 경기장 관중석에서 아버지를 따라온 어린 소녀들을 두 명 볼 수 있었다. 직관기는 [ACL] 알 힐랄 대 알 샤밥 전 직관기 참조)


2013년 3월에는 한 사우디 TV쇼의 진행자인 일함 유스프가 축구장 관중석 내에서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 허용을 암시하는 떡밥이 아니냐며 사람들을 열광시키면서 ([사회] 경기장 안에 있는 여성 방송인의 사진이 사우디 SNS를 달아오르게 하다! 참조) 불과 두 달 뒤에는 사우디 축협 회장이 이 문제는 자신들의 권한 밖이라면서 공식 부인하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사회] 축구장은 사우디 여성팬들에게 개방될까? 그리고 아흐메드 알 하르비 축협회장 참조) 당시 건설 중이던 킹 압둘라 스타디움엔 패밀리석이 준비될 것이라는 설이 나도는 등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허용 문제 또한 오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014년 12월에는 당시 박주영의 소속팀이기도 했던 알샤밥의 열혈 여성팬이 후드티로 적당히 자신을 가려 남자인척 하고 알샤밥과 알잇티하드의 경기가 펼쳐진 킹 압둘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들어가 경기를 지켜보다 체포되기도 했고 ([사회] 남성으로 위장하고 경기장에서 관람하다 체포된 여성은 알샤밥팬으로 확인돼! 참조), 2015년 8월 런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알나스르와 당시 곽태휘가 뛰었던 알힐랄의 사우디 슈퍼컵에서는 해외에서 열린 첫 사우디 리그 경기이다보니 고국 사우디에서와 달리 여성들이 자유롭게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중계되어 사우디 내에서 논란이 뜨거웠던 가운데, 한 남성은 중계 카메라 속에 잡힌 영국 유학 중이던 자신의 부인을 보고 바로 전화를 걸어 경기관람에 대해 항의했다가 핀잔을 듣자 격분해서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혼해버렸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우디 여성들에게 경기장 출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본격적인 떡밥은 올해 내셔널 데이 행사가 열리는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여성들의 입장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던져졌습니다. 축구 경기는 고사하고 정부의 공식 행사 참석을 여성들에게 허용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불과 며칠 뒤 살만 사우디 국왕은 내년 이드 알피뜨르가 끝나는 6월 24일경부터 그간 금기시해왔던 여성들의 운전을 전격 허용한다는 칙령을 내리면서 다음에 철폐될 터부는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사우디 사회 내에서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사회] 살만 국왕, 사우디 내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는 역사적인 칙령 전격 발표! 참조)


많은 이들이 다음은 강경보수화로 급선회하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강타했던 80년대에 사라진 영화관의 부활 발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가운데, 엔터테인먼트청보다 스포츠청이 먼저 선수를 치고 경기장 내 여성 관중 입장 허용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청도 에니메이션 빌랄을 공식 상영하거나 단편 영화들을 모은 무비 나잇을 최근 개최하는 등 영화관 부활의 공식 발표를 앞둔 듯한 떡밥을 계속 뿌리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중이죠.



사우디 역사상 여권 신장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2017년에 발표된 일련의 개혁정책 발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추진 속에 여성들을 사회 발전에 함께해야 할 파트너로서 권리를 강화시켜 주면서 동기부여를 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노선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경기장 입장 허용 뿐 아니라 여성 전용 헬스장이 계속 문을 여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들의 운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입니다. 며칠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컨퍼런스를 통해 극단적인 원리주의를 폐기하고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 (왕세자는 1985년생)인 1979년 이전의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되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에서도 그 맥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