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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사우디

[사회] 살만 국왕, 사우디 내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는 역사적인 칙령 전격 발표!

둘라 2017. 9. 27.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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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사우디 국왕은 현지시간 9월 26일 화요일 저녁 전격 발표한 그야말로 역사적인 칙령을 통해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할 것을 명령하며 2010년대 들어 정부 주도로 급격히 확대시키고 있는 여성 사회진출의 필수조건 겸 마지막 걸림돌이자, 그와 더불어 사우디 사회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이번 칙령은 또한 내무부, 재무부, 노동 및 사회 개발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30일 내에 신설하여 이번 결정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관련 법안 개정과 절차를 갖추어 내년 이드 알피뜨르 연휴가 끝나는 2018년 6월 24일부터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을 함께 명했습니다.


사우디는 그동안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해왔었지만열악한 여성 인권 문제와 맞물린 국제 사회의 비판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데다 사우디 내에서도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각계각층의 지지를 받으며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슬람이 창시된 당시에도 말이나 낙타를 타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쿠란이나 하디쓰 등에 공식적으로 금기시하지 않았기에 보수적인 성직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으로도 이런 요구를 억누를 수 있는 명분이 없는데다, 사우디 내 체류하는 외국인 거주자수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운전이 허용되면 굳이 없어도 되는 외국인 "하우스 드라이버" 수십만명을 확실하게 줄일 수도 있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하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동의 제약으로 인한 출퇴근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맞물려 각계각층으로부터의 폐지 요구는 더욱 힘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 왜 사우디는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을까? 그 이유와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참조). 


무엇보다 사우디 여성들의 외국 체류가 늘어나면서 자국내에서는 못하지만 해외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넓은 땅덩어리 내 공권력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무면허지만 실제로는 운전을 해온 여성들이 있어왔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살만 국왕의 칙령이 내리기 불과 몇시간 전 SNS를 통해 화제가 된 영상 속에서도 사우디 여성의 운전실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기회를 확대시켰던 선왕 압둘라 국왕 재임 시절부터 이를 개방하려는 정권의 의지가 있었음에도 이를 쉽게 추진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야말로 남들이 보기엔 유치찬란한 이유로 반대해왔던 보수적인 성직자들의 반발이 워낙 강했던 탓으로 이를 무마시키고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율 과정에 있어서 여성 운전허용은 그 어느 금기를 깨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사우디 밖 세상을 접해 전통적인 관습과 종교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국민들은 정부의 금지방침에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다 체포되기도 하고 패러디 동영상으로 이를 비꼬면서 저항해 왔으며, 슈라 위원회 등에서 거절당해도 또다시 탄원서 등을 올리며 목소리를 높여나가며 지지세력을 확장시켜 왔습니다. ([사회] 사우디 최고 성직자, 여성 운전금지는 "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참조)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와 조율 과정을 거쳐 사우디 정부는 고위 종교학자 위원회 회원 대다수로부터 여성운전이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종교적으로 금기시된 것은 아니기에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는 한 설령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여성운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전격 발표된 살만 국왕의 칙령은 지난 주말 내셔널 데이에 사우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에게 건국 87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의 출입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조치에 이은 것이었습니다. 사우디는 그동안 어린 여자아이들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정작 여성으로 간주하는 히잡, 혹은 니깝을 착용하는 시기부터는 경기장 출입을 금지해 왔었습니다.



사우디가 여성들의 운전 허용을 공식 선언한 것은 살만 국왕 재임기의 실세인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추진중인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조치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상대적으로 젊고 개방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 사이의 공감대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최근 사우디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개혁정책과 프로젝트의 흐름을 볼 때 세속적인 사우드 왕가와 보수적인 성직자들간의 균형이 변화를 통한 실리와 명분을 앞세운 사우드 왕가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이러한 변화에 동의하는 성직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뭐... 너무 원리주의적인 성직자들은 위험한 사상을 주입시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퇴츨시켜온 탓도 있겠네요.)


여성운전 금지가 철폐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이지만, 철폐시기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예전 인터뷰나,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워 공개적으로 지지의견을 피력해 온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견해에서도 볼 수 있듯 사우드 왕가 내에서도 여성 운전 허용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지난 8월 무함마드 왕세자가 여성들의 운전도 허용하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홍해 관광 프로젝트는 결국 이번 칙령의 예고편이 된 셈입니다. 홍해 개발 프로젝트에 홍해 연안의 미개발 섬 뿐만 아니라 마다인 살레와 같은 내륙의 관광지를 포함시킨 상황에서 특정 지역만 운전을 허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할테니 말이죠.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영화관 조차 없는 보수꼴통적인 사우디의 이미지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건국과 그랜드 모스크 점거 사건이 잇달아 일어난 1979년의 이벤트 이후 사우드 왕가가 종교 세력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 극보수화되면서 나타나게 된 셈이었지만요.  


살만 국왕의 칙령 발표 이후 국왕의 아들이자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 살만 왕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철폐된 신분증, 여권 신청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의 동의없이 운전면허를 신청할 수 있게 되며, GCC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여성들 또한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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