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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사우디

[엑스포] 리야드, 엑스포 역사상 압도적인 표차로 부산과 로마를 제치고 엑스포 2030 개최지로 선정!

둘라 2023. 11. 2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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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국제박람회기구) 173차 총회의 주요 안건인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사우디 리야드가 한국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를 제치고 엑스포 2030 개최지로 선정되었습니다.
 
2025년 오사카 엑스포에 이어 열리게 될 등록 박람회인 2030년 엑스포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2021년 4월 29일)를 시작으로, 한국 부산 (2021년 6월 23일), 이탈리아 로마 (2021년 9월 28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2021년 10월 15일)에 이어 신청 마지막날 뛰어든 사우디 리야드 (2021년 10월 29일)까지 다섯개 국가가 개최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두 나라가 자연스레 개최안을 철회하고 자격이 박탈되면서 부산, 로마, 리야드의 3개국이 최종 후보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부산, 로마, 리야드 순으로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펼친 후 전자 비밀 투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3개국만 최종 참가했기에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가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투표 종료 및 개최지 확정,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꼴등을 제외한 1, 2위 국가가 결선 투표인 2차 투표에 들어가 두 국가 중 다수표를 획득한 국가가 개최지로 선정됩니다. 

하지만... 사우디 외무장관이 장담했던 130표까지는 실제로 획득하지는 못했음에도 기권없이 투표에 참가한 165표 중 2위를 차지한 부산보다 무려 90표나 많은 119표를 얻어 72%의 지지를 획득한 리야드가 2차 투표 없이 엑스포 2030 개최지로 확정되었습니다. 사우디 대표단은 현장 소식통들을 통해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부터 이탈리아 대표단이 먼저 떠나고, 한국 언론들도 갑작스레 자리를 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승리를 예상했었습니다.

  부산 (한국) 로마 (이탈리아) 리야드 (사우디) 기권
1차 투표
29 17 119 0
18% 10% 72% 0%
2차 투표 리야드의 당선 자격 충족으로 취소

 
 

"이번 투표에서 리야드가 얻은 119표는 엑스포 역사상 개최지가 받은 가장 많은 득표수가 되었으며,
리야드는 엑스포 역사상 1차 투표에서 100표 이상을 얻고 개최권을 획득한 첫번째 도시가 되었습니다."

 

투표가 계속될수록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에게 표가 더해져 결국 1차 투표 1위국이 유치전의 최종 승자가 되어왔던 전례를 감안하고, 본격적인 개최지 선정 투표가 도입된 2000년대 이후 1차 투표 결과를 비교해보면 기레기들이 외치는 "박빙" "투혼", "석패" 따위의 뇌내망상만으로는 도저히 정신승리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리야드의 승리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30 엑스포
리야드
2025 엑스포
오사카
2020 엑스포
두바이
2015 엑스포
밀라노
2010 엑스포
상하이
2005 엑스포
아이치현
2000 엑스포
하노버
최종 참가국 3 3 4 2 5 1 2
개최지 확정 1차 투표 2차 투표 3차 투표 1차 투표 4차 투표 자동 선정 1차 투표
1위 리야드 (119) 오사카 (85) 두바이 (77) 밀라노 (86) 상하이 (36) 아이치현  하노버 (21)
2위 부산 (29) 예카테린부르크 (48) 예카테린부르크 (39) 터키 (65) 여수 (28)   토론토 (20)
1, 2위 표차 90 37 38 21 8 0 1
  • 100표 이상을 받고 개최지로 선정된 두번째 국가 (첫번째 국가는 77표로 시작해 3차 투표까지 가서 116표를 받은 두바이) (2013.11.28 - [GCC/UAE] -[두바이] 2020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로 최종 선정!)
  • 3개국 이상 참가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1차로 끝낸 유일한 국가이자, 리야드와 부산의 표차인 90표가 2015년 밀라노가 얻은 86표를 제치고 1차 투표 역대 2위 득표수에 해당할 정도니 말이죠!

특히, 현실은 이런데...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이상 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면서 이탈리아를 누른 뒤에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에 역전하겠다는 전략은 허무맹랑 그 자체였습니다. 엑스포 역사상 역전승을 거둔 나라가 없는데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런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유치전에서 미리 경험해 본 바 있습니다. 1차 투표 결과 1위 상하이와 2위 여수의 표차는 겨우 8표에 불과했는데도, 2차에선 4표차로 좁혀 성공하는 듯 했지만 결국 4차까지 간 끝에 차이가 더 벌어져 20표차로 패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반년 전부터 절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했고 투표를 앞두고서는 100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선두 주자를 상대로 이런 전략을 꾀했다는게 정말 한심 그 자체였달까요.

2010년 엑스포(등록박람회) 유치 투표 결과
후보지
국가
1차
2차
3차
4차
결과
상하이시
중국
36
38
44
54
당선
여수시
대한민국
28
34
32
34
낙선
모스크바
러시아
12
10
12
 
낙선
케레타로
멕시코
6
6
 
 
낙선
브로츠와프
폴란드
6
 
 
 
낙선

 

 

리야드가 엑스포 개최지로 최종 확정되면서 리야드는 2022년 엑스포를 유치한 두바이에 이어 중동지역에서 두번째로 등록 박람회를 개최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사우디는 두바이 엑스포 기간 중 참가국들 중 단연 돋보이는 사우디관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두바이는 모라토리움 직전까지 내몰렸던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반면,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세운 첫번째 장기 비전인 비전 2030 (2027~2028년경 비전 2040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음)의 마지막 해인 2030년에 그간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쇼케이스로 엑스포 등 다양한 국제 이벤츠 유치에 도전했었습니다.
 
사우디는 지난 2020년 가장 먼저 참가했던 2030년 아시안 게임 유치전에서 카타르 도하에게 패해 자연스레 2034년 대회를 유치하게 되었고, 사우디-이집트-그리스를 연결하는 3대륙 공동 개최안을 꺼내들었던 2030년 FIFA 월드컵은 도중에 두 나라가 이탈하면서 철회한 후, 개최지 쿼터를 받게 된 그 다음 대회인 2034년 월드컵에 단독으로 개최의사를 밝혀 사실상 개최를 확정한 바 있으며, 비전 2030의 정점을 찍을 이벤트로 엑스포 유치에 나섰던 것입니다.

 
그간 희망회로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내 미디어들의 시선에서 보는 사우디는
인권침해국가다 (미칠 정도로 친 이스라엘적인 한국 언론들은 잘 안 다루지만, 사우디 인권을 비난해 온 미국과 EU의 서구 국가들의 민낯이 이번 가자지구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친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가 높아진 것이 특이할 만한 점이죠.)
와하비즘을 보여온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1980년 이후 38년간 사우디 사회를 지배해 온 와하비즘의 색채를 사우디로서는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상당히 빠르게 약화시켜오고 있음을 간과한 판단이죠. 제가 사우디를 떠났던 11년 전의 라떼는 말이야...나 어울릴. 물론.. 그런 상황이 지속 중이라면 국제 이벤트 유치에 나서지도 않겠죠.)
알후씨 반군의 테러로 불안요소가 높다 (사우디 남부 지역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중부 지역에 위치한 리야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가자지구 사태에서 팔레스타인 지원의사를 밝힌 것이 우리에겐 득이 될 것이다 (태생적으로 세속 국가인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지원할 뿐,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인 하마스가 부상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우디에게 있어서 하마스는 미국-이스라엘 등과 공공의 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선을 넘다못해 짓이겨버린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당초 사우디를 지지한다던 이스라엘의 지지를 잃긴 했습니다.)
아시안컵,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대규모 국제 이벤트가 사우디에 몰리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 등이 있다며 해볼만하다 (시기가 집중되어 있을 뿐 각 이벤트의 주최기관이 AFC, FIFA, OCA, BIE 등으로 다 다르다는 것이 함정)는 등등...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엉뚱한 정세 판단으로 막상막하네, 해볼만하네...라며 분위기를 억지로 끌고 온 국내 정치권과 언론의 희망고문과 상관없이 사우디는 투표 반년 전에 이미 절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기세를 이어 지지국가를 확보해 나가며 대세론을 앞세워 최종 투표일을 차분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1차 투표에서 엑스포 개최지 선정지 투표사에 남을 기록적인 득표수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며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습니다. 이런 상대와 붙으면서 막판 며칠 동안 요란법썩을 떨며 투혼을 불사른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던거죠. 국내 기레기의 수준이 얼마나 참담한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
 
개인적으로 어쩌다보니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부산을 가게 되었는데, 부산역에 설치된 홍보부스를 봐도 뭘 하겠다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작년에는 엑스포가 열리는 2030년까지 활동할지 여부도 모르는 연예인들의 사진으로 홍보하더니,

("부산 誘致해"인가, 아님 "부산 幼稚해"인가... 이런걸 엑스포 홍보 공식 포스터라고 승인한 사람들은 대체...)

 

올해는 그럴듯한 배경 이미지나 맥락 따위는 1도 없이 뭐가 어떻게 부산이 준비되었는지, 좋은 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텍스트로만 빼곡하게 채운 포토존이 있더군요.

이런 포토존으로... 뭘 어쩌라고???

 
포인트를 알 수 없는 홍보물 외에도 지난 2020 두바이 엑스포가 6개월간 약 2,500여만명의 방문객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연 현재 연간 방문객의 3배 이상 되는 엄청난 유동인구를 소화할 수 있는 도로 및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가 부산 내에 충분히 들어설만한 공간이 있을까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길은 좁고 정신없는데 빼곡하게 몰려있죠.
 

리야드의 엑스포 개최 확정 축하 영상. 하루 전에 스트리밍 예약을 걸어놨다가 비공개로 돌렸을 정도로 리야드의 자신감은 확실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짓눌려 있던 2018년 이전의 사우디는 오일머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가망이 없는 암울한 국가였지만, 종교세력을 찍어누른 후 폐쇄적이었던 사회 분위기를 바꿔가며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청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진정한 돈**의 업적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사우디는 한국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고, 엑스포를 위한 준비를 따로 할 필요도 없이 몇 년전부터 현재 진행 중인 국가 장기 계획에 하나 더 얹기만 하면 된다는 것도 장점이죠.
  
부산을 엑스포 역사에 남을 압도적인 표차로 꺾고 이번에 개최지로 선정된 리야드 엑스포는 변화의 시대: 앞선 내일을 위해 함께 (The Era of Change: Together for a Foresighted Tomorrow)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두바이 엑스포와 마찬가지로 동절기를 택해 2030년 10월 1일부터 2031년 3월 31일까지 6개월 간에 걸쳐 펼쳐지게 됩니다.

 
 
변화의 시대를 주제로 하는 리야드 엑스포는 다른 내일 (A Different Tomorrow), 기후 행동 (Climate Action), 모두를 위한 번영 (Prosperity For All)을 메인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관련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리야드 북부 킹 칼리드 국제공항과 리야드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6백만 평방미터의 부지 위해 조성될 리야드 엑스포 부지에는 회원국, 국제기구, 비공식 참가업체 등 246개 전시관을 설치할 계획이며 4천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개최일까지 되네마네 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2028년까지 엑스포장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두바이 엑스포장이 도심이나 공항에서 꽤나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면, 리야드 엑스포장은 공항과 도심 사이에 있어 접근성이 편하다는 지리적 잇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더 라인으로 상징되는 메가 신도시 네옴을 앞세운 기가 프로젝트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리야드 일대 역시 대대적인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엑스포가 열리는 2030년 리야드에는 엑스포 외에도 다양한 공간이 전세계에서 온 방문객들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워낙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어서 다 커버하지는 못하지만, 그 중에는 블로그를 통해 이미 소개해드린 프로젝트들도 있습니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역대급 승리를 거둔 다음날 사우디 영자신문의 1면을 보면...

 
전세계에 자신들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와 미래의 대한 비전에 대한 자신감이 함께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큰 악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슬람포비아를 바탕으로 그들의 급변하고 있는 모습에 관심없는 우리에게 사우디는 그저 원리주의 꼴통 오일머니 졸부로만 인식하고 깔보는 경향이 있는데...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부를 자랑하는 국가가 그 부를 진지하게 쓰기 시작하면 어떤 일을 벌일지...

 
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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