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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문화] 차량 번호판 하나에 114억? 다른 곳에선 보기드문 UAE의 차량 번호판 경매 문화!

둘라 2022. 1. 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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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아부다비 번호판

 
일반적으로 한 자릿수에서 다섯 자릿수까지 있는 UAE 차량 번호판에는 자릿수에 따른 나름의 관습이 있습니다. 1자리 숫자는 UAE의 최고위층, 2~3자리 숫자 번호판은 로얄 패밀리와 그 가족의 차량, 그 외 UAE인들은 4자리, 외국인들은 5자리.

 

참고로 얼마전 영국 법원에서 거액의 위자료 지급 청구서를 받아들어 화제가 된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의 번호판은 두바이 1이고...
 
우리나라에선 맨시티를 인수한 이후 이 분보다 갑부의 상징으로 더 유명한 대통령부 장관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흐얀의 번호판은 아부다비 5 4

 

하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도 이런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약 7분경부터 시작, 처음 나오는 77번 노란 번호판은 오만 번호판이라는 게 함정),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자릿수 차량의 주인공이 반드시 UAE 최고위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길거리를 지나다 한 자릿수 번호판을 보고 "아... 이 차의 차주는 UAE 로얄 패밀리겠구나..."라고 판단한다면, 과연 이 라스 알카이마 X 1 번호판 차량의 차주로 알려진 아래 사진 속 중국인은 UAE 로얄 패밀리일까요?
 
 
여기서... 국내에 가끔 소개된 지위에 따른 UAE 내 차량 번호판 자릿수에 따른 호기심만큼이나 더 안 알려진 부분이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설명하게 됩니다.
 
바로, 우리에겐 생소한 차량 번호판 매매와 경매.
 
 
우리나라와 달리 UAE에서는 희귀한 차량 번호나 핸드폰 번호를 갖고 싶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매매나 경매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일반 번호판은 100디르함 (대략 3만원 정도. 특수 디자인된 번호판은 12만원 정도)면 등록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배정되는 차량번호 대신 한두 자릿수 번호판을 갖고 싶거나 내가 갖고 싶은 번호가 나름 프리미엄 번호로 등록되어 있다면, 경매나 매매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적은 자릿수, 특정 번호가 반복되는 번호판 등이 소위 말하는 프리미엄 번호로 분류되고 있죠.
 
위 사진 속 중국인은 숫자 1과 자신의 성 첫 자인 X를 조합한 저 번호판을 구매하고, 기념으로 12억원짜리 푸른색 롤스로이스를 질렀다고 하니 공개하지 않은 번호 구매가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겠죠.
 
 
난이도가 그나마 낮은 세~네 자릿수 번호판도 이런 매매 사이트들을 뒤지다보면 구할 수 있고...
 
 
만약 어마무시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한~두자리 번호판을 구하고 싶으면 UAE의 대표 경매장인 에미레이츠 옥션 (http://www.emiratesauction.com/en/Default.aspx) 등의 경매를 통해서 구할 수 있는데, 그 낙찰가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두바이 Q 22 번호판의 낙찰가는 5백만 디르함 (약 15억원)
 
 
이런 경매는 에마라티만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들도 참가는 할 수 있죠. 지난해 5월 1일 자선 경매에 나와 두바이에서 가장 비싼 번호판이라는 기록을 세운 "두바이 AA 9" 번호판의 낙찰가는 무려 3,800만 디르함 (약 114억원). 낙찰자가 자신의 신원은 안 밝혔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에미라티는 아닐 것 같죠?

 
이 초고가 차량 번호판 경매 시장에서 유명한 사람은 의외로 에미라티가 아닌 바로 아래 사진 속 인도인 사업가입니다. 2016년 경매에서 "두바이 D 5" 번호판을 낙찰받기 위해 3,300만 디르함 (약 99억원)을 질러버린 바 있는데...

 

이 금액은 자신이 1년전 "두바이 O 9" 번호판을 낙찰받기 위해 질렀던 2,500만 디르함 (약 75억원)의 기록을 셀프로 깼으니까요. 그래서 두바이에서 가장 비싼 번호판 1, 2위 기록을 갖고 있다가 2020년 뜬금없이 나타난 착찰자에게 1위 자릴 내줬다는게 함정...

 

두바이 차량 번호판 낙찰가 자체도 어마무시하지만, UAE에서 디르함 기준으로 가장 비싼 번호판은 2008년 아부다비 경매에서 나온 5,220만 디르함의 아부다비 5 1입니다. 낙찰자는 두바이와 달리 에미라티. 

 
두바이 기록이 2020년에 깨지기 전까지 순위를 보면 아부다비와 두바이 희귀 번호판이 얼마나 비싼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한 환율로 인해 영국에서 파운드 기준으로 매긴 순위에서는 아부다비 번호판이 2위로 잡혀 있습니다만...

 

"명예욕이나 남들 눈에 있어 보이고 싶어서..."라고 말하기엔 일반인들은 평생 일해봐야 얻을 수도 없는 어마무시한 거액을 희귀 번호판 하나 낙찰받겠다고 아낌없이 질러버리는 마인드를 이해할 수 없겠습니다만, 이런 초고가 경매를 유치하여 갑부들을 경매장으로 불러모으는 명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경매는 자선 기금 모금의 일환이니까요.

 

2020년 두바이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경매 역시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라마단 기간 중에 진행한 "1억명 분 식사" 기금을 모금하기 위한 경매였습니다. 라마단의 정신을 살려 30개 국가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이니셔티브였습니다.
 
만약 "우리가 자선기금 모금 중이니까 거액을 쾌척하라"고 요청한다면 아무리 갑부라고 해도 이를 기꺼이 낼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가 자선기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모금에 참가하는 댓가로 희귀 번호판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낙찰받기 위해 당신이 지르는 금액은 자선기금으로 쓰일 거야..." 
라고 한다면 입찰 참가자는 (실제로는) 자선기금에 대한 관심보다 희귀 번호판 획득을 위해 거액을 배팅하며 뛰어드는 것이겠지만, 주최측에선 이를 이용해 거액의 기금을 단시간에 모금할 수 있으니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두바이 AA 9 번호판을 포함한 희귀 번호판과 프리미엄 휴대폰 번호를 내걸었던 이 날 자선 경매는 낙찰가로 4,849만 디르함 (약 145억원)을 모금했다고 하고, 이 날 모금액의 78%를 혼자서 지른 두바이 AA 9 번호판의 주인은 낙찰 소감으로 자선 기금 모금에 참가할 기회를 준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에게 감사한다고 밝히기도 했었죠. .
일반인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어마무시한 거액을 입찰할 정도의 갑부라면 어떤 의미로든 그만큼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고, 부유한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건 무슬림의 의무 중 하나로 적극 권장하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지만, 경매를 통해 자선/기부 활동에 참가하고 그 댓가로 희귀 번호판을 받는다는 논리는 사행성을 금기한 이슬람 국가인 UAE에서 두바이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1회 참가비 1,000디르함/ 약 30만원), 아부다비 빅 티켓 (1회 참가비 500디르함/ 약 15만원), 에미레이츠 드로우 (1회 참가비 50디르함/ 약 15,000원), 마흐주즈 (구 에미레이츠 로토, 1회 참가비 35디르함/ 약 13,500원) 등 다양한 복권을 운영하는 논리와도 이어집니다.

 

차량 번호판과 달리 추첨이 끝나고 나면 쓸모없는 몇 자릿수의 번호를 뽑기 위해 한 번에 500디르함 (약 15만원) 이상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 고가의 아부다비/두바이 공항 면세점 복권에 비해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작된 훨씬 저렴한 1회 참가비 50디르함 (약 15,000원) 이하의 복권들은 하나같이 프로그램이 내건 특정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그게 생수 1병이던, 산호초 보호 프로그램이던, 연필 한자루던...), 그 댓가로 참여한 횟수만큼 복권에 응모할 기회를 준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슬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파트와를 얻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 이번 포스팅은 어제 유튜브 스브스 채널에서 숏으로 공개한 "자동차 번호판으로 신분 구별한다는 '이 나라'" 컨텐츠 구성에 자문으로 참가하며 제공한 정보를 보강하여 블로그용으로 재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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