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처음 라마단을 접했던 1998년 1월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태어나서 첫 비행기 여행의 목적지였던 요르단 암만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보슬비가 내리던 을씨년스럽고 어둑어둑한 날씨 속에 환전소와 비자 발급창구를 제외한 공항 터미널 내 모든 시설에 조명이 꺼져있어 차갑게 느껴졌던 그날 아침을 말이죠. (그렇게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밤새 폭설로 바뀌어 그 다음날 아침엔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던 건 덤;;;;;) 그렇게 시작한 아랍 생활이 한해 한해 늘어가면서 어느덧 봄을 제외한 여름 가을 겨울철의 라마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에 있어서 성스러운 달로 알려진 이슬람력 9월의 이름이자, 무슬림이라면 누구나가 지켜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인 한 달간의 단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종교] 무슬림을 선교하는게 왜 어렵고 위험할까? 참조) 이 라마단 단식에 대해서는 꾸란에서 가장 긴 장이기도 한 제2장 바까라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왜 1년 중 콕 찝어서 이슬람력 9월에 단식을 실시할까요? 이슬람력 9월은 무슬림들에게 있어서 꾸란에 언급된 25명의 선지자 중 마지막 선지자인 무함마드에게 꾸란이 처음 계시된 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위한 복음으로, 그리고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라마단 꾸란이 계시되었나니 달에 임하는 너희 모두는 단식을 하라. 그러나 병중이거나 여행중일 경우는 다른 날로 대체하면 되니라. 알라는 너희로 하여금 고충을 원치 않으시니 일정 (라마단 내내) 채우고 너희로 하여금 편의를 원하시니라. 그러므로 너희에게 복음을 주신 알라께 경배하며 감사하라." (2 185)


** 라마단 달 중 꾸란이 처음 계시된 것으로 간주하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권능의 밤"은 콕 찝어 언제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9월 하순을 그 시점으로 본다. 순니 무슬림들에게 있어 중요한 밤은 이슬람력 9월 21일, 23일, 25일, 27일, 혹은 29일. 반면, 시아파는 19일, 21일, 23일을 중요시하게 여기며, 특히 4대 칼리프 알리가 쿠파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예배 중 암살자에 의해 독이 묻은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난 날 (헤지라력 40년 9월 19~21일)과도 겹쳐있다.   


그리고 한 달간의 단식을 통해 욕망을 자제함으로써 알라를 경배하고 감사함을 깨달으며 의로워질 것을 권고하고 있죠.

"너희 선임자들에게 단식이 의무화된 것처럼 알라를 믿는 너희에게도 단식은 의무라 자제함을 통하여 의로워질 것이라" (2 183)



신앙도 어디까지나 먹고살기 위해 있는 것이기에 성스러우면서도 고통을 수반하는 이 의무를 무조건 이행해야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열외 가 능한 조건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행이나 와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단식이 힘든 상황에 닥칠 경우 라마단이 지난 후에 이를 스스로 시행할 수 있는 다른 날로 대체하거나 자신보다 더 불쌍한 자에게 베풀어도 된다고 사정을 공식적으로 봐 줍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가능한 스스로 지키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은 덤이죠. 종종... 이 부분을 대충 넘겨 짚고 들어서 아프다고 난리치면서도 주사나 투약을 거부하는 황당한 무슬림들도 경험해보기도 했고, ([칼럼] 어떤 파키스탄 노동자를 떠올리다... 참조) 자카트와 맞물려서 불쌍한 자에게 베풀라는 내용에 촛점을 맞춰 구걸하는 거지들이 더욱 늘어나는 달이기도 합니다. 두바이 같은 곳에선 적발되면 추방대상입니다만! ([문화] 싸딕~! 캄싸 리얄~! 참조)

"정하여진 날에 단식을 행하면 되나 병중에 있거나 여행중에 있을 다른 날로 대용하되 불쌍한 자를 배부르게하여 속죄하라. 그러나 스스로 지킬 경우는 많은 보상이 있으며 단식을 행함은 너희에게 더욱 좋으니라. 실로 너희는 알게 것이라." (2 184)



꾸란에서는 해가 진 후 하루의 단식이 끝나는 이프타르에서부터 다음날 새벽 동틀 무렵 직전 수후르까지 식욕과 성욕 등 하루 종일 참았던 본능을 발산할 수 있는 그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식날 너희 아내에게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녀들은 너희들을 위한 의상이요, 너희들은 그녀들을 위한 의상이니라. 알라께서는 너희들이 은밀히 행하는 것을 알고 계시나, 너희들에게 용서를 베풀고 은혜를 베푸셨노라. 그러나 지금은 그녀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되, 알라가 명하신 것을 추구하고 하얀실이 검은실과 구별되는 아침 새벽까 먹고 마시라. 그런다음 밤이 올때까지 단식을 지키고, 그녀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것이며, 사원에서 경건한 신앙 생활을 것이라. 이것이 알라께서 제한한 것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 이렇듯 알라는 인간들에 자제함을 배울 있도록 계시하였노라." ( 2 187)



이렇듯 꾸란의 가르침으로부터 시작된 난이도가 두번째로 높은 무슬림의 의무인 라마단 단식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올렸던 포스팅 중 주요한 내용들을 아래와 같이 모아모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매년 10일씩 앞당겨 지는 이슬람력과 지역별로 다른 단식 시간, 그리고 무슬림들의 시간관념

[문화] 이슬람력과 그들의 종교적 공휴일

[S-OIL] 사우디 이야기 (7) 아랍의 시간 (2009년 7월호) 

[라마단] 신월 관측 위원회, 라마단의 시작과 끝을 결정지을 초저녁 신월을 찾아라!

[라마단] 한여름의 라마단, 금식시간이 가장 긴 지역은 어디일까?


2. 라마단이 2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UAE 등 일부 국가 한정)

[문화] 라마단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베품의 미덕을 공유하는 전통 명절, 하끄 알라일라


3. 이프타르, 라마단 기간 중 단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하루의 첫 식사

[음식] 라마단 기간의 금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식사 이프타르

[라마단] 1년 중 라마단 기간에만 발사하는 라마단 대포의 전통과 그 유래

[음식] 사우디인 친구집에서 대접받은 가정식 이프타르 

** 호텔이나 식당에서는 가성비 좋은 라마단 기간 한정 이프타르 셋트 메뉴도 판매하니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 이프타르로 배를 채워 그 밤의 마지막 식사가 되는 다음날 새벽의 수후르는 그 시간 전에 잠들어서 먹어 본 적이 없기에 소개는 다음 기회에~^^


4. 라마단 기간 중 비무슬림들은 어떻게 점심을 해결해야 하나요!?

[여행] UAE에서 라마단 기간 중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들!

[사회] 그 어느 해보다 방문객 친화적으로 변모한 UAE의 2017년 라마단 풍경

[문화] UAE의 라마단 라이센스, 종교적인 전통과 현실적인 수익 사이에서의 균형찾기

[라마단] 아부다비, 라마단 금식시간 중 식당과 카페에 매장을 가리지 말고 정상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려! (2019년)


5. 라마단 기간 시즌 한정 핫 아이템!!!!

[라마단] 라마단 시즌 한정으로 폭발적으로 판매되는 핏빛 음료수 빔토 (Vimto)를 아시나요?

[드라마] 쿠웨이트 사회의 문제를 다룬 라마단 특집 드라마 "사끄 알밤부",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맡은 첫번째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

[라마단] 라마단 기간 중 밤에만 여는 야시장 같은 전시장, 두바이 라마단 나이트 마켓!


6. 라마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 문화현상

[문화] 손님, 오늘만큼은 경건하게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UAE와 카타르의 드라이 나이트!

[경제] 런던, 라마단 기간 중 걸프지역 관광객들로부터만 기록적인 1,565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려!

[문화] 라마단과 헐리웃 블록버스터, 걸프지역에서 이번 시즌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라마단 뒤로 연기된 사연 (이제는 옛날 이야기...)

[라마단] 종교적 의무인 라마단 기간 중 중동지역에서 SNS 접속 및 이용이 급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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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GCC/GU/UAE2017.06.18 18:14

(2016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마리나 몰)



첫날부터 나날이 갈수록 단식 시간이 길어져 (6월 22일이 하지인거 생각나시죠?) 라마단 막판에 가장 긴 단식 시간을 자랑하는 2017년의 라마단도 어느덧 끝나갈 때가 다가오면서 일찌감치 사우디처럼 급휴일에 들어간 나라도 있고, UAE처럼 연휴 일정을 공개한 나라도 있습니다.


1998년 1월 폭설도 가끔 내려주시는 요르단의 암만에서 생애 첫 라마단을 체험한 이후 한여름에 라마단을 맞이하는 올해까지 요르단, 사우디, UAE에서 봄을 제외한 겨울, 가을, 여름 순으로 10번 정도의 라마단을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요르단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짧은 겨울이라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던 듯했고, 사우디에서의 라마단은 워낙 빡빡해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우디에 비해 UAE에서의 라마단은 훨씬 널널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올해의 라마단은 지금까지의 기억과는 전혀 다르게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방문객 친화적으로 바뀌어 오히려 낯선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UAE에서의 라마단 하면 떠오르는 친숙한 모습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호텔은 일단 예외지만 (만약 식당이 공개된 장소에 있을 경우엔 아예 개방되지 않은 공간으로 이동해서라도 제공)



이프타르의 시작을 알리는 마그립 예배 시간이 오기 전까지 일단 쇼핑몰이라도 레스토랑은 무조건 문을 닫고... (그럼에도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이 있어 뉴스나 관련 사이트에서 소개도 해주죠)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몰 오브 에미레이트 내 식당)



커피숍이나 패스트 푸드점 등은 매장에 따라 문을 닫거나...



(2016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마리나 내 스타벅스 매장)



열더라도 테이크아웃, 혹은 배달을 원하는 고객들만 받았습니다.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라스 알카이마 알하므라 몰 내 스타벅스 매장)



그나마 12시 이후 문을 여는 쇼핑몰 내 푸드코트에서는 식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입구에 라마단 병풍을 치고 그 안에서만 먹는 조건으로 손님들을 받습니다.



(2016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마리나 몰 라마단 병풍 안내문)



최근에는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감안하여 병풍 안내문에 중국어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만...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몰 내 라마단 병풍 안내문)



관객들에게 쾌락과 자극을 안겨주는 영화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헐리웃 대작 영화라고 할지라도 우선 라마단 이후로 개봉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상영시간을 마그립 이후로 늦게 열어 상영횟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운타운 두바이나 주메이라 비치 같은 곳에서는 오늘도 무사히 단식을 마쳤음을 의미하는 이프타르 대포를 쏘면서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올해 라마단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방문객 친화적으로 변화했습니다. 한마디로 먹을 곳이 많아졌어요~!



그 변화를 처음 체험했던 곳은 라마단 첫 날 캐러비안의 해적을 보러 정오 무렵에 찾았던 멀티 플렉스 복스 시네마. 





상영시간을 제한했던 예년과 달리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티켓 판매소 중심의 한정된 구역에 푸드코트에나 볼 수 있었던 라마단 병풍이 들어서 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도록 무엇을 사던 종이 봉투에 담아주고 상영관 안에서만 먹는다는 전제가 붙어있습니다만, 가뜩이나 먹을 곳도 찾기 힘든데 대낮에 먹을 것 다 먹어가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쾌재를 부를 일이죠... 야홋!!!!!!





하지만, 같은 극장 안에서도 병풍이 쳐져 있는 곳에서만 음식물을 팔기 때문에 매표소를 극장 안 간이 매점은 아예 영업을 안한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극장 체인에서 병풍을 치고 음식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는게 함정;;;;; 음식물을 파는 복스 시네마를 생각하고 갔다가 록시 시네마에서는 낭패를 본 기억이 있네요. 





두바이야 워낙 튀는 동네니까 그러려니 합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라스 알카이마 역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곳 라스 알카이마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으면 과징금을 물겠다고 해변가에 안내판까지 세워뒀다 철거하는 해프닝을 겪으며 화제를 모을 정도로 "관광객 여러분, 여러분들을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여기에서만큼은 보수적인 정서를 가진 지역 주민들을 이해해주세요~!"라고 얘기했던 토후국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하리만큼 최근들어 퓔 받아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급작스런 두바이화- 두바이처럼 심시티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자유분방한 문화에 좀더 관대해지는...-추진으로 보수적인 정서를 가진 토착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강렬한 의지로 문을 여는 식당들이 많이 늘어나게 된 것이죠.


집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도 정상영업을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기도 하고...




두바이만 그런줄 알았더니, 라스 알카이마 내의 멀티 플렉스에도 라마단 병풍이 세워졌을 뿐더러...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두바이의 대형 쇼핑몰에서나 볼 수 있던 라마단 병풍이 아닌...





아예 출입문까지 달린 라마단 장벽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천장고가 높은 대형 쇼핑몰의 라마단 병풍은 천장까지 완전히 가리지는 못하기에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인데 반해, 아예 쇼핑몰 내로 냄새가 유입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나 할까요?





더욱 의외였던 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프라이빗 비치가 아닌 이상 일반 호텔 수영장 내 풀 바는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피텔 두바이 주메이라 비치 수영장)



아예 없거나 아니면 어딘가 짱박혀서 먹을 수 있도록 비축해 둔 곳이 있을 뿐이었죠.



(인터컨티넨탈 아부다비 수영장 시설 내 간이 식음료실)



런데... 1년전 라마단 기간 중에 묵았을 때는 영업하지 않았던 풀 바가 올해는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음료 무한정 제공 오퍼까지 내놓으면서 말이죠. (다음 호텔 리뷰는 소피텔 두바이 주메이라 비치가 되겠습니다....)




아이스티를 하나 시켜 마시면서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둘라: "작년에도 여기 묵었었는데 그땐 않한걸로 기억하는데... 맞죠?"

직원: "네.. 맞아요. 작년까진 라마단에 낮에는 영업 않했어요."

둘라: "그런데... 라마단인데 올해는 왜 하죠?"

직원: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올해는 아침부터 영업해도 된다고 위에서 오더가 내려와서요......."


타종교의 행사나 축일을 크게 뜯어말리지 않고 최근 아부다비 공항대로에 있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모스크의 이름을 마리아 예수 어머니 모스크로 바꾸는 등 타종교에 대한 관용을 강조하는 UAE이긴 합니다만, 이런 갑작스런 변화가 때로는 반가우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돈을 버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까지는 양보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긴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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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GCC/GU/GCC/GU2016.06.19 18:30

(라마단 대포발사를 준비하는 두바이 경찰. 차량과 대포 사이에 차려진 이프타르 상차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발사가 끝나자마자 그자리에서 식사를 시작했다는....)





라마단 기간 중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무슬림들에게 그날의 단식이 끝나는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라마단 대포는 1년 중 이슬람력 9월에 해당하는 단식월 라마단 기간에만 항상 볼 수 있는 친숙한 풍경입니다. 


각 나라마다 다 다르겠지만 대표적으로 메카의 라마단 대포는 알마다피산에 설치되어 있고, UAE에서는 매년 두바이와 샤르자의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구역에서 쏘게 되며, 무슬림들은 그 대포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먹지 않습니다. 식당들 역시 그 시간대 이후로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기에 대포가 설치된 곳 근처에서는 시끄럽지만 대포 발사 시간을 기다리는 종업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라마단 대포는 그날의 단식이 끝나고 첫 식사를 하는 이프타르 시간을 알려주는 것 외에도 라마단과 관련된 주요 일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1) 라마단의 시작을 알릴 때: 라마단달 1일 일곱발 (사우디의 경우, 두바이는 한 발)

2) 이프타르 시간 (그 날의 단식이 끝나고 첫 식사 시간)을 알릴 때: 매일 저녁 한 발

3) 수후르 시간 (그 날의 단식이 시작되는 파즈르 예배 전 마지막 식사 시간)을 알릴 때: 매일 새벽 한 발 (사우디의 경우)

4) 라마단의 종료를 의미하는 이드 알피뜨르의 시작을 알릴 때: 라마단달 말일 (두바이의 경우 두 발)

5) 이드 알아드하 예배 후: 두 발 (두바이의 경우)



사우디의 경우 최근에는 대포를 쏘는 사람이 대포알을 안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발사가 되는 최신식 반자동 대포가 사용되고 있으며, 살상용이 아니기에 해롭지 않고 단순히 큰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대포알의 무게는 각각 1.5kg으로 대포를 쏠 때 나오는 연기는 멀리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우디 보안군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라마단 대포는 라마단 기간 중 총 150발의 대포를 발사하며, 이드 알피뜨르가 끝나면 보관장소에 갖다 놓아 다음 해 라마단 시작 며칠 전에 설치하기 위해 꺼내놓을 때까지 11개월간 사용하지 않고 보관됩니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에서 발사를 기다리는 라마단 대포)



반면, 알맘자르 파크, 데이라, 알카라마, 다운타운 두바이/부르즈 칼리파,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의 다섯 구역에서 라마단 대포가 발사되는 두바이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에서 발사하는 점을 고려하여 대포를 고정적으로 설치하는 대신 시간에 맞춰 두바이 경찰이 끌고 와서 설치를 하고 두바이 경찰 통제실에서 보내는 발사 신호에 맞춰 발사한 후 가져갔다가 다음날 다시 가지고 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주력 무기 중 하나였던 QF-25 Pounder, 통칭 25PDR을 사용하는 두바이 경찰의 라마단 대포는 라마단 기간 11.5kg의 대포알을 총 175발 발사한다고 하네요. 연기와 폭발음만 크게 울려퍼질 뿐 대포알이 실제로 발사되지는 않습니다만, 그랬다간 대포를 발사하는 근처의 건물들이 남아나지 않을듯;;;;


두바이 외에는 UAE 내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샤르자에서 주기적으로 라마단 대포가 발사되는데, 올해 라마단의 경우 샤르자 경찰은 고립 영토를 포함한 총 아홉 곳에 대포를 설치하여 발사하고 있습니다.

1) 본토 5개소:  알사라 모스크 (제라인), 알바라 빈 아젭 모스크 (알메르깝), 마즐리스 모가이다르 (탈라아), 컬쳐 팰리스 스퀘어 (팔라즈), 누르 모스크 (마자즈 워터프론트)

2) 고립 영토 4개소 (라스 알카이마, 푸자이라 쪽에 떨어져 있는 샤르자 영토): 타리프 모스크 (칼바), 알부카리 모스크 (코르 팤칸) 셰이크 라쉬드 빈 아흐메드 알까시미 모스크 (딥바), 다이드 경찰서 앞 (다이드)


마침 올해 라마단의 첫 날 저녁 두바이 경찰이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에서 라마단 대포를 발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두바이 경찰의 라마단 대포에서 나는 발사음은 170데시벨로 10km 떨어진 곳까지 발사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포는 보이지도 않고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라마단 대포의 발사음이 선명하게 들리더군요.



(대포가 안 보여도 대포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비즈니스 베이에서...)




라마단 대포의 유래

이러한 라마단 대포의 유래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전해지는 두가지 설과 다소 마이너한 한가지 설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세 가지의 설 모두 단식의 중단을 알린다던까 따위의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마그립 예배 시간 즈음에 쏘았는데, 하루종일 단식으로 허기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복을 깨버리는 것과 같은 그 대포소리를 듣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단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소리로 "오해"했던 우연이 맞물려서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졌다는 것입니다.


 

메이저 썰

1) 1455년경 이집트의 맘룩 술탄 카샤끄담이 새로 인도받은 대포의 성능 테스트를 하기 위해 대포를 쏘았는데 공교롭게도 대포를 쏜 시간이 라마단 기간 중의 마그립 예배 (이프타르를 먹기 전 하는 일몰 예배) 시간이었고, 단식으로 배고픈 상황에서 사정을 모른채 이 대포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술탄이 직접 그 날의 단식시간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오해하면서 기뻐하자 이를 본 술탄이 만족하여 매일 쏘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단식이 시작되기에 앞서 음식 섭취를 멈출 것을 알려주기 위해 새벽에도 쏘는 것을 추가하면서 전통으로 굳어졌다는 설.


3) 19세기 후반 이집트 총독 케디브 이스마일 시기에 병사들이 정확히 마그립 예배 시간에 시험사격한 대포소리를 들은 케디브의 딸 파티마가 이 대포는 마그립 예배시간과 이드 연휴 중 공식 이벤트 시간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령을 발표했다는데서 유래한 설로 라마단 대포가 때때로 "파티마 대포"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이너 썰

3) 19세기 초반 이집트의 통치자였던 무함마드 알리가 마그립 예배 시간에 독일제 대포를 쏜 것이 사람들에게 단식을 끝낼 것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이해하면서 전통으로 굳어졌다는 설.


(라마단 대포의 유래와 두바이 라마단 대포의 사양, 이미지를 누르면 출처로 연결됩니다.)

참조: "Ramadan cannon, a 50-year tradition" (Saudi Gazette)

        "Ramadan cannon was ‘born by chance’" (Arab News)

        "What you need to know about Ramadan Cannon" (Gulf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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