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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사회] 그 어느 해보다 방문객 친화적으로 변모한 UAE의 2017년 라마단 풍경

둘라 2017. 6. 1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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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마리나 몰)



첫날부터 나날이 갈수록 단식 시간이 길어져 (6월 22일이 하지인거 생각나시죠?) 라마단 막판에 가장 긴 단식 시간을 자랑하는 2017년의 라마단도 어느덧 끝나갈 때가 다가오면서 일찌감치 사우디처럼 급휴일에 들어간 나라도 있고, UAE처럼 연휴 일정을 공개한 나라도 있습니다.


1998년 1월 폭설도 가끔 내려주시는 요르단의 암만에서 생애 첫 라마단을 체험한 이후 한여름에 라마단을 맞이하는 올해까지 요르단, 사우디, UAE에서 봄을 제외한 겨울, 가을, 여름 순으로 10번 정도의 라마단을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요르단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짧은 겨울이라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던 듯했고, 사우디에서의 라마단은 워낙 빡빡해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우디에 비해 UAE에서의 라마단은 훨씬 널널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올해의 라마단은 지금까지의 기억과는 전혀 다르게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방문객 친화적으로 바뀌어 오히려 낯선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UAE에서의 라마단 하면 떠오르는 친숙한 모습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호텔은 일단 예외지만 (만약 식당이 공개된 장소에 있을 경우엔 아예 개방되지 않은 공간으로 이동해서라도 제공)



이프타르의 시작을 알리는 마그립 예배 시간이 오기 전까지 일단 쇼핑몰이라도 레스토랑은 무조건 문을 닫고... (그럼에도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이 있어 뉴스나 관련 사이트에서 소개도 해주죠)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몰 오브 에미레이트 내 식당)



커피숍이나 패스트 푸드점 등은 매장에 따라 문을 닫거나...



(2016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마리나 내 스타벅스 매장)



열더라도 테이크아웃, 혹은 배달을 원하는 고객들만 받았습니다.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라스 알카이마 알하므라 몰 내 스타벅스 매장)



그나마 12시 이후 문을 여는 쇼핑몰 내 푸드코트에서는 식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입구에 라마단 병풍을 치고 그 안에서만 먹는 조건으로 손님들을 받습니다.



(2016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마리나 몰 라마단 병풍 안내문)



최근에는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감안하여 병풍 안내문에 중국어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만...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두바이 몰 내 라마단 병풍 안내문)



관객들에게 쾌락과 자극을 안겨주는 영화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헐리웃 대작 영화라고 할지라도 우선 라마단 이후로 개봉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상영시간을 마그립 이후로 늦게 열어 상영횟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운타운 두바이나 주메이라 비치 같은 곳에서는 오늘도 무사히 단식을 마쳤음을 의미하는 이프타르 대포를 쏘면서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올해 라마단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방문객 친화적으로 변화했습니다. 한마디로 먹을 곳이 많아졌어요~!



그 변화를 처음 체험했던 곳은 라마단 첫 날 캐러비안의 해적을 보러 정오 무렵에 찾았던 멀티 플렉스 복스 시네마. 





상영시간을 제한했던 예년과 달리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티켓 판매소 중심의 한정된 구역에 푸드코트에나 볼 수 있었던 라마단 병풍이 들어서 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도록 무엇을 사던 종이 봉투에 담아주고 상영관 안에서만 먹는다는 전제가 붙어있습니다만, 가뜩이나 먹을 곳도 찾기 힘든데 대낮에 먹을 것 다 먹어가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쾌재를 부를 일이죠... 야홋!!!!!!





하지만, 같은 극장 안에서도 병풍이 쳐져 있는 곳에서만 음식물을 팔기 때문에 매표소를 극장 안 간이 매점은 아예 영업을 안한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극장 체인에서 병풍을 치고 음식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는게 함정;;;;; 음식물을 파는 복스 시네마를 생각하고 갔다가 록시 시네마에서는 낭패를 본 기억이 있네요. 





두바이야 워낙 튀는 동네니까 그러려니 합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라스 알카이마 역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곳 라스 알카이마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으면 과징금을 물겠다고 해변가에 안내판까지 세워뒀다 철거하는 해프닝을 겪으며 화제를 모을 정도로 "관광객 여러분, 여러분들을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여기에서만큼은 보수적인 정서를 가진 지역 주민들을 이해해주세요~!"라고 얘기했던 토후국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하리만큼 최근들어 퓔 받아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급작스런 두바이화- 두바이처럼 심시티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자유분방한 문화에 좀더 관대해지는...-추진으로 보수적인 정서를 가진 토착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강렬한 의지로 문을 여는 식당들이 많이 늘어나게 된 것이죠.


집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도 정상영업을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기도 하고...




두바이만 그런줄 알았더니, 라스 알카이마 내의 멀티 플렉스에도 라마단 병풍이 세워졌을 뿐더러...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두바이의 대형 쇼핑몰에서나 볼 수 있던 라마단 병풍이 아닌...





아예 출입문까지 달린 라마단 장벽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천장고가 높은 대형 쇼핑몰의 라마단 병풍은 천장까지 완전히 가리지는 못하기에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인데 반해, 아예 쇼핑몰 내로 냄새가 유입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나 할까요?





더욱 의외였던 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프라이빗 비치가 아닌 이상 일반 호텔 수영장 내 풀 바는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피텔 두바이 주메이라 비치 수영장)



아예 없거나 아니면 어딘가 짱박혀서 먹을 수 있도록 비축해 둔 곳이 있을 뿐이었죠.



(인터컨티넨탈 아부다비 수영장 시설 내 간이 식음료실)



런데... 1년전 라마단 기간 중에 묵았을 때는 영업하지 않았던 풀 바가 올해는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음료 무한정 제공 오퍼까지 내놓으면서 말이죠. (다음 호텔 리뷰는 소피텔 두바이 주메이라 비치가 되겠습니다....)




아이스티를 하나 시켜 마시면서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둘라: "작년에도 여기 묵었었는데 그땐 않한걸로 기억하는데... 맞죠?"

직원: "네.. 맞아요. 작년까진 라마단에 낮에는 영업 않했어요."

둘라: "그런데... 라마단인데 올해는 왜 하죠?"

직원: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올해는 아침부터 영업해도 된다고 위에서 오더가 내려와서요......."


타종교의 행사나 축일을 크게 뜯어말리지 않고 최근 아부다비 공항대로에 있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모스크의 이름을 마리아 예수 어머니 모스크로 바꾸는 등 타종교에 대한 관용을 강조하는 UAE이긴 합니다만, 이런 갑작스런 변화가 때로는 반가우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돈을 버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까지는 양보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긴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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