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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혀 다른 장르에 도전한 UAE 감독 알리 무스타파의 신작, 선택받은 자 (The Worthy)

둘라 2017. 2. 2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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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선택받은 자 (The Worthy/ Almukhtaruna, 2015) 

제작: 스티븐 슈나이더 (인시디어스 시리즈), 피터 사프란 (컨저링 시리즈)

감독: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스토리/극본: 비크람 위트

출연: 마흐무드 알아트라쉬 (이사 역), 마이사 압델하디 (귈빈 역), 사미르 이스마일 (무사 역), 알리 술라이만 (자말 역), 사미르 알마스리 (슈와이브 역) 외...

언어: 아랍어

국가: UAE

* 영어 제목으로는 가치있는 자가 더 가깝겠지만, 아랍어 제목이기도 한 선택받은 자들이 더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1. 줄거리

전세계에 있는 거의 모든 수자원이 치명적으로 오염되어 찾아온 세상의 종말. 슈와이브가 이끄는 소수의 무리가 그나마 남아있는 깨끗한 물이 있는 곳에 모여 함께 뭉쳐 힘겹게 살아나가고 있다. 어느날 밤 그들의 거주지 부근에 홀로 나타나 구조를 요청하는 낯선 여성의 요청을 거절하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슈와이브가 그녀를 구하러 거주지 밖으로 나가면서 암울함 속에 평화로웠던 그들의 운명이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2. 알리 무스타파 감독의 전작

영화 "선택받은 자"는 지난 2009년 두바이의 대표적인 도로인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통제하고 촬영한 UAE 최초의 장편 극영화 시티 오브 라이프 (City of Life)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알리 무스타파 감독이 지난 2014년 두번째 작품인 코믹 로드무비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From A to B)에 이어 헐리우드의 제작자인 스티븐 슈나이더, 피터 샤프란과 함께 만들어 2년 만에 내놓은 자신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작년 영국에서 열린 BFI 런던 영화제를 통해 처음 상영되었고, 두바이 국제영화제에 이어 2월 23일부터 공식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City of Life, 두바이에서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운명

[영화] 어리버리한 세 아랍청년들의 코믹 로드무비,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From A to B)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는 한국에서 열린 2015년 아랍 영화제 개막적으로 선정되어 알리 무스타파 감독이 직접 내한하여 자신의 영화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아랍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알리 무스타파 감독과 나딘 니우스 감독/ 출처: 대한민국 외교부 블로그 "MOFA"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3. 선택받은 자가 세운 UAE, 혹은 아랍 영화사의 새로운 기록들

알리 무스타파 감독의 입봉작이었던 시티 오브 라이프는 앞서 설명해드린대로 UAE 최초의 장편 극영화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데 비해, 선택받은 자는 여러가지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아랍 영화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선택받은 자는 UAE는 물론이거니와 아랍 영화의 선봉장인 이집트 영화 등 아랍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세상의 종말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어지간한 영화 장르는 다 다뤄보고 싶다는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군요. 

   

두번째, 대형 쇼핑몰에 등장한 팝업 홍보부스, 셰이크 자이드 로드의 대형 옥외 광고판

UAE가 최근 몇 년간 패스트 앤 퓨리어스 7 (아부다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아부다비), 스타트렉 비욘드 (두바이), 쿵후 요가 (두바이) 등 전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헐리우드 등의 외국 영화 촬영에는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를 아끼지 않는 반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자국 영화의 지원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불과 몇 년전의 일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홍보가 자국 내 상영시 흥행으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은 함정.


하지만, 이번엔 UAE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상당히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인 야스몰 내에 팝업 홍보부스를 운영한다거나, 길거리 대형 옥외 광고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특히 대형 옥외 광고판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의 친구가 업자라서 친구의 출연을 축하하며 선물했다고....



세번째, 4DX 포맷으로 개봉하는 최초의 아랍영화


UAE 내 멀티 플렉스 체인의 CGV와 같은 복스 시네마는 개봉을 불과 며칠 앞두고, 4DX 포맷으로의 개봉을 공식 발표하고 상영에 들어갔습니다. 선택받은 자는 헐리웃이나 외국 영화 상영의 전유물이었던 4DX 포맷으로 개봉하는 최초의 아랍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감독 자신도 4DX를 잘 몰랐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을 정도로 당초 4DX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는 아니었다는 게 함정. 4DX 상영을 위해 해외에서 추가로 손봤다고 하네요.



4.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선택받은 자

알리 무스타파 감독의 전작인 시티 오브 라이프나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는 비록 장르나 전개 방식은 달랐지만, 세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밝은 톤의 성장기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스릴러라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선택받은 자는 주인공이 단 한 명뿐인데다 첫 시도이기에 어설픈 면도 있지만 그의 전작에선 전혀 느끼기 힘들었던 어두운 분위기 속의 참혹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제작자부터...) 국내에서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로건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UAE에서 이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했을 정도로 말이죠. 예산 상의 이유로 화려한 특수효과는 없고 그나마 있는 CG도 합성한 티가 날 정도로 어설프긴 하지만, 루마니아의 황량한 폐공장을 세트로 삼아 찍은 영화는 폐허가 된 공간과 어두운 톤의 촬영을 통해 작품이 담고 있는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적절히 살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랍어 글자의 처음인 알리프와 야를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선택받은 자의 낙인은 베르세르크의 주인공 가츠에게 찍힌 제물의 낙인이, 주인공 이사가 선택받은 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학살의 토미노옹, 혹은 다른 슬래쉬물이 연상될 정도로 내용 전개에서 참신함을 보기는 쉽지 않지만, 종교적 가치관과 맞물려 종말이 온 세상에 대한 영화를 만들지 않아 온 아랍권에서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 상영관에서 봤기에 비교해 볼 수는 없었지만, 원래 4DX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는 아닌데다 현실적인 문제로 큰 액션이 많지는 않아 4DX 효과가 어떨지는 상상이 잘 안가네요.


덧붙여, 종말이 온 세상에서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물을 손아귀에 쥐고도 자신의 집단 보호에만 관심을 두고 이를 활용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주인공 이사의 아버지 슈와이브를 보면서 석유가 발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아 동생이자 현 UAE의 국부가 된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에게 무혈 쿠데타로 쫓겨났던 그의 형이자 전 아부다비 통치자였던 셰이크 샤크부트 빈 술탄 알나흐얀을 모델로 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선택받은 자가 된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이사는 아랍어로 예수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죠.


다른 직업, 다른 계층이어서 전혀 마주칠 일이 없을 것만 같던 세 주인공의 운명이 두바이 셰이크 자이드 로드에서 만났던 시티 오브 라이프, 그리고 다른 국적,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부다비의 국제학교에서 만나 죽은 친구를 쫓아 베이루트까지 여행을 함께 하며 각자의 길로 한단계 성장해 나가는 세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뤘던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와 달리 세상의 종말에서 다가온 낯선 이들에 의해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주인공 이사의 이야기를 다룬 선택받은 자는 참혹한 이야기의 끝에 후속편의 여지를 남긴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후속편을 염두에 둔 결말이라고 밝힌 바 있기도 했지만, 과연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온 알리 무스타파 감독의 속편을 볼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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