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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알카이마] 아담한 규모의 요새 속에 라스 알카이마의 역사를 담은 라스 알카이마 국립 박물관

둘라 2015. 6. 1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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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가 없는 토요일 오전 전부터 가보겠다고 생각했던 곳을 찾았습니다. 길안내판이 애매하게 되어 있어 살짝 헤메서 도착한 작은 요새 같이 생긴 곳. 바다를 통해 먹고 살았음을 보여주듯 배가 한 켠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 곳은 바로 라스 알카이마 국립 박물관입니다. 





18세기에 지어진 이 곳은 라스 알카이마를 통치하는 알까시미 씨족이 1964년까지 살았던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셰이크 라흐마 알까시미가 자리를 잡고 1708년부터 UAE의 일부 지역을 지배하기 시작한 알까시미 씨족은 1803년을 기점으로 갈라져 오늘날의 샤르자와 라스 알카이마 두 에미레이트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샤르자와 라스 알카이마의 통치자 이름이 알까시미로 끝나고, 빨간 직사각형을 감싸고 있는 하얀 직사각형으로 생긴 같은 모양으로 생긴 고유의 국기를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UAE는 7개의 토후국이 모인 연합국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UAE 국기는 바로 연합국을 대표하는 국기인 셈이죠)


(샤르자와 라스 알카이마의 국기)



길가 모퉁이에 세워진 라스 알카이마 박물관 뒷켠에는 허름하게 생긴 주택가가 늘어서 있습니다. 유독 택시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는 걸로 봐서 택시기사들의 숙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좁게 느껴지는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면 전통 복장을 입고 무장한듯한 형상의 마네킹이 손님을 맞이하고 그 옆에 매표소가 있습니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5디르함 (약 1,500원)입니다. 티켓에 날짜가 없으니 제가 111120번째 손님이었을 거라 살짝쿵 추측해 봅니다.





매표소를 지나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짧은 통로를 활용한 전통방식으로 꾸며진듯한 휴식 공간에는 남성 마네킹들이 허세떨고 앉아있습니다. 포토존도 될 수 있겠고....





짧은 통로를 지나면 마당이 펼쳐집니다. 사진 왼쪽에 짤린 마대자루 같은건....





실내에 폼잡고 있는 다른 이들과 달리 혼자 밖에서 햇볕쬐고 앉아있는 또다른 마네킹입니다....두둥!!!








일단 이 박물관의 가장 높은 곳인 전망대로 올라가 봅니다. 박물관 입구와 남자 화장실이 있는 통로에서 이어지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옛날 이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덩치가 왜소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키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저에게도 상당히 빡빡한 계단이 마지막에 있더군요.





대포의 방향이 향하고 있는 사진 중앙의 고층 건물은 라스 알카이마의 최고층 건물이자 랜드마크인 라스 알카이마의 두 개의 탑, 아니 줄파르 타워입니다. (사진에는 하나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란히 늘어선 두 개의 건물) 줄파르는 역사적으로 이 지역을 일컫었던 지명이며, 1980년에 설립된 라스 알카이마의 제약회사 걸프제약산업주식회사의 약칭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시내가 보이는 반대편에는 바다가 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바다는 라스 알카이마의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이자, 1809년 영국 해군과 동인도 회사가 침공하여 알까시미 씨족의 선박들을 거의 대부분 박살냈던 라스 알카이마 전투의 빌미를 제공한 해적질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물론, 박물관은 자신들의 흑역사일 수도 있는 해적질에 대해선 다루지 않습니다.)





일단 전망대까지 올라왔으니 상층부를 둘러봅니다. 역시나 전통적인 방식의 풍력 냉방시설인 윈드 타워가 눈에 띄네요.





통로에도 사람들이 휴식을 취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손님들을 위해 돗자리와 쿠션이 깔린 야외 대기공간이 있습니다...





이 곳의 윈드 타워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바람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여닫이 문이 없습니다.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다 받을 수 밖에 없네요.





윈드 타워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이 방안의 온도를 떨어뜨려 줍니다. 완벽한 냉방 설비를 갖춘 것으로 봐서는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였으리라 미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마당 중앙에는 큰 대추야자 나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건물 밖 곳곳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도록 재현된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손님 접대를 위한 공간도 있고...












대충 둘러보았으니 전시실을 방문해 볼 차례가 되었네요. 박물관에는 세 개의 전시실이 있습니다.





첫번째 전시실은 바로 자연사 전시실





라스 알카이마에서 발견된 각종 조개류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전시실로 가는 한 켠에는 마네킹이 아닌 관리인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동안 직원이라곤 매표소 직원과 관리인 밖에 못 본듯 했습니다만, 매표소 직원은 냉방이 되는 매표소에 있었던 반면, 관리인은 야외에서.....





다음 전시실은 고고학 전시실입니다.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라스 알카이마는 기원전 3~4천년경부터 지리적 이점을 살린 걸프만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줄파르 및 이 일대에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살아남았던 고고학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페르시아 걸프 지역의 주요 해상 교역로로써 바레인의 딜문과 함께 라스 알카이마의 줄파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시대에 따라 그 역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시대별 지도를 통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해상교역로로써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에 교역에 필요한 돈, 특히 동전이 어떤 형태로 변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연사와 고고학 전시실을 지나 마지막 전시실은 바로 근현대에 발견된 것들을 전시한 전시실입니다. 





전시실 입구 주변에는 라스 알카이마판 대항해 시대, 아니 호르무즈의 해적이 아니라 주로 바다에서 놀았음을 보여주는 전시품들이 있습니다. 







이 전시실은 라스 알카이마의 전통산업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이기도 합니다. 라스 알카이마는 자연환경에 따라 크게 해안, 내륙, 산악지방의 세 부분으로 경제환경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해안 (1)에는 진주잡이 및 어업이, 내륙 오아시스 지역 (3)에는 대추야자 재배, 내륙 사막 지역 (4)엔 유목민들의 낙농업, 비가 내리는 (혹자는 눈도 내린다고 이야기하는) 산악 지역 (2)에는 농업이 발달했었다고 합니다. (숫자는 아래 지도상의 노란 원 속에 있음)





자연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판이하게 다른 지역 구성은 라스 알카이마 내에만 무려 3개의 방언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해안과 내륙에 비해 동떨어져 있을 산악지역의 방언은 라스 알카이마 내 다른 지역 사람들도 못 알아듣는 표현이 있다고 하네요.


근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있고...






각종 경제활동에 사용했던 도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보기드문 특이한 어류들을 음식 메뉴에서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다양한 어족에 있었네요!





농사지을 때 사용한 도구와 사용하는 모습도...





대추야자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데 이용하는 장비도 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이용하려면 허리힘이 좋아야만 하겠네요!!!





낙타 등짝에 얹는 지게도....





마지막 전시실을 둘러보고 나오면 처음 봤던 손님 접대용 공간 재현과는 달리 이 공간은 가정 살림살이를 재현한 공간을 볼 수 있습니다. 









가정 살림살이를 재현한 공간답게 한켠에는 박물관 내 유일한 여성 마네킹이..... 이 동네의 여러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 선조들이 과거에 사용했던 것들과 비슷한 것들을 이 곳에서도 사용했었음을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나름 충실한 전시물을 갖춘 라스 알카이마 국립박물관을 둘러보고 떠났습니다. 이름은 라스 알카이마 국립박물관이지만 UAE 국기만 걸린 것이 인상적이네요. (라스 알카이마 국기는 쇼핑몰 등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라스 알카이마는 UAE가 건국을 선포한 1971년 12월 2일 당시에는 바레인과 카타르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국가였지만, 넉 달 뒤인 1972년 2월 10일 두 나라와 달리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UAE는 7개 토후국의 연합국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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