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아미르 셰이크 미슈알은 6월 1일 내린 칙령을 통해 셰이크 사바흐 알칼리드 알하마드 알무바라크 알사바흐를 크라운 프린스로 지명했다고 공표했습니다.
새 크라운 프린스 셰이크 사바흐의 약력
쿠웨이트의 차기 통치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셰이크 사바흐는 1978년 외무부에 입부하면서 경력을 쌓아나갔으며, 1995년부터 1998년까지는 주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대사,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국가안보국장,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외무부 장관을 거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리를 지낸 후 정부와 의회 사이에 벌어졌던 수년 간의 정치적 대립 끝에 장관 선출과 기타 문제에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받기 며칠 전 내각 총사퇴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셰이크 사바흐의 크라운 프린스 지명은 쿠웨이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통치자 승계방식을 뒤흔든 역사적인 지명이라는 평가입니다.
양대 파벌 교차 승계구도 종식
1953년생으로 올해 70세인 셰이크 사바흐의 크라운 프린스 지명은 쿠웨이트를 통치하고 있는 알사바흐 가문에서 암묵적으로 유지해 왔던 승계구도를 깨버렸습니다.
쿠웨이트는 이웃 걸프국가들과 다른 독특한 승계구도를 갖고 있는데....
차기 통치 계승자는 알사바흐 씨족의 7대 통치자였던 무바라크 사바흐 알사바흐 (재임 1896년~1915년)의 직계 후손 중에서 씨족 의원회가 선정하며, 그의 자녀들 중에서도 그의 사후 쿠웨이트를 이어서 통치했던 셰이크 자비르 무바라크 알사바흐 (1915~1917년)와 차남 셰이크 살림 무바라크 알사바흐 (1917년~1921년)의 직계 후손들로 왕위를 이어왔습니다. 아미르가 되기 위한 양대 파벌의 권력 투쟁이 심화되자 알사바흐 가문은 자비르파에서 아미르가 나오면 다음 아미르는 살림파로, 그 다음 아미르는 자비르파에서 선출하는 양대 파벌간 교차계승이라는 독특한 승계구도에 합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림파 출신의 마지막 통치자가 된 셰이크 사아드가 지병인 크론병 등 건강 상의 문제로 취임 9일만에 퇴위당한 후 의회에 의해 지명된 자비르파 출신의 셰이크 사바흐 (쿠웨이트 5대 아미르/ 재위 기간 2006년~2020년)가 셰이크 나와프 (쿠웨이트 6대 아미르/ 재위 기간 2020년~2023년)를 크라운 프린스로 지명하면서 양대 파벌간 교차계승제가 깨지고 자비르파, 특히 쿠웨이트 통치자 중 가장 오랫동안 통치자로 재임했던 셰이크 아흐마드 알자비르 알사바하의 아들간 형제 상속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셰이크 나와프는 셰이크 사바흐의 이복동생이었고, 자신이 아미르에 취임하자 이복동생인 셰이크 미슈알 (쿠웨이트 7대 아미르/ 재위 기간 2023~현재)을 왕세제로 지명하게 되면서 셰이크 아흐마드 알자비르 알사바흐 (재위 기간 1921년~1950년)의 아들 중 네 명이 잇달아 쿠웨이트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셰이크 미슈알의 선택은 다섯명이 있다는 자신의 아들도, 다른 자비르파 출신이나 살림파 출신도 아닌 파벌이랄 것도 없는 셰이크 사바흐 알칼리드 알하마드 알무바라크 알사바흐를 크라운 프린스로 지명하면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양대 파벌간 승계구도마저 깨버린 것이죠. 이에 따라 셰이크 사바흐는 아버지가 쿠웨이트를 통치한 적이 없는 최초의 크라운 프린스가 되었습니다.
이는 나름의 세대 교체이기도 한데.... 새로운 크라운 프린스는 셰이크 사바흐는 셰이크 아흐마드 알자비르 알사바흐의 외손자이기 때문입니다.
국회 해산 속 지명된 크라운 프린스
쿠웨이트는 파벌간 교체 승계 외에도 새로운 아미르가 취임하면 취임 1년 이내에 크라운 프린스를 지명하고 국회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셰이크 미슈알은 몇 년 동안 지속되어왔던 내각과 의회 사이의 분쟁 속 국정 운영에 "간섭"하려는 몇몇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며 지난달 국회를 해산하고 쿠웨이트 헌법의 일부를 정지한 상황에서 크라운 프린스를 지명해 버렸습니다.
셰이크 미슈알은 이를 공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부 정치인들이 사전에 후보를 공개하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크라운 프린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의 권한을 침범했다고 말하며, 정치 체제가 국가를 "파괴"하는데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절대왕정국가지만 자문기관 성격의 형식적인 의회를 운영하는 이웃 걸프국가와 달리 의회에 장관 청문·해임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등 그나마 제대로 된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쿠웨이트는 내각과 의회 간의 정치적 분쟁으로 지난 수년간 홍역을 겪어왔습니다. 내각의 사퇴와 개각이 반복되고, 임기 4년의 의회도 수시로 해산되어 2020년 12월 이후 지난 4월 선거까지 불과 4년도 안되는 사이에 네 번의 선거가 펼쳐질 정도였으니까요. 이웃 국가들이 석유 의존도가 높은 무슬림 국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정책 개혁, 탈석유화 등 새로운 아젠다를 앞세워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쿠웨이트는 여전히 뒤떨어져 있음에도 내각과 의회의 갈등으로 아사리판 같은 상황을 몇 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야당이 지난 선거에서 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하며 의회 장악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장관들을 부패혐의로 비난해온 반면, 정부는 의회가 국가의 개발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의회는 자국민들을 위한다며 국가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보조금을 삭감하려는 정부의 개혁정책에 제동을 건다던가, 외노자들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나 각종 엽기적인 제안 등으로 악명을 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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