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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빈손으로 끝난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을 초래한 미 민주당 정부의 자충수

둘라 2022. 7. 1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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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GCC + 꼽사리 3개국

 

지난 주말 터키에서 일어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하며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던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미 애틀랜틱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던지 간에 난 신경쓰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야기한 주먹 인사와 함께 결국 사우디 젯다에서 만났습니다.

 

악수 대신 주먹 인사

 

취임 후 1년 반만에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방문하는 중동 순방길에 올랐던 바이든 미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이스라엘에서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연합 방위"와 역내 역할론을 강조하며 격한 환영을 받았지만, 사우디 방문길이 바이든이 원하는 대로 되진 않을 것임은 사우디 정부가 공항에 마중보낸 인사에서부터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살만 국왕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아닌 (젯다가 있는) 메카 주지사 칼리드 빈 파이살 알사우드 왕자와 주미 대사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공주를 대신 내보냈으니 말이죠.

 

바이든 방문 두번째 날에 열린 미국과 GCC 6개국+ 이웃 3개국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이 참석한 젯다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에 도착한 이웃 국가 사절단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마중나갔던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죽자고 다퉜던 이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국제적 왕따"를 언급하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자가 된 사우디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멀리했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가 되어 급변한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위기 해소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저못해 방문인만큼 사우디는 이번 그의 방문에서 아쉬운 것이 없음을 마중객을 통해 시그널을 보낸 셈이었죠.

 

그 시그널 대로 사우디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양국간 중요 분야의 양해각서 체결 및 자국민의 미국 비자기간 연장을 얻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원유 증산이라는 가장 중요한 성과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비록 사우디가 감산없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이 채굴할 수 있는 최대 능력치 (일일 1,300만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 치솟은 유가를 조절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튿날 이어진 젯다 정상회담과 이와 관련한 당사국과의 개별 회담을 통해 바이든은 GCC 외에 추가로 참석한 관련국으로부터 여러가지 청구서를 받아들었습니다.

미국 + GCC + 꼽사리 3개국이 모인 젯다 정상회담장 풍경

 

꼽사리로 낀 이라크에게는 ISIS에 대응하기 위한 관계 강화를, 요르단에게는 경제 원조와 팔레스타인 국가 문제 해결을, 이집트로부터는 식량 안보, 에티오피아의 르네상스 댐 운영 문제, 팔레스타인 평화 정책 부활 등을 말이죠.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의 최우선 목표였던 원유 증산 및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판 나토를 논의하는데 실패한데다, 어설프게 카쇼끄지 문제를 거론했다가 되려 미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역공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과 지난 5월 이스라엘군에 의해 총격으로 사망한 알자지라 특파원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 피격 사건을 꺼내들면서 말이죠.

 

 

바이든이 강조하는 "인권 정책"이 과연 중동에서 먹힐까?

트럼프 정권 시절 일어난 자말 카쇼끄지 암살사건을 통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세로 자리잡은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지만,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자행해 온 행위를 감안하면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 문제에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태도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니까요. 일단 미국이 빌미를 제공한 21세기에 벌어진 일들을 놓고 보자면...

 

거짓 정보에 낚여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핑계삼아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겠다며 침공하여 자신들이 키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긴 했지만, 침공에만 신경쓰다보니 결국 아사리판이 되고 만 이라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인권 문제의 역공 소재로 사용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 후세인 정권 몰락의 후폭풍으로 탄생한 ISIS를 위시한 원리주의 무장주의 세력들이 활개치면서 생긴 이라크인들의 인권 피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독재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리아 내전에 대한 방치로 인한 시리아인들의 인권 피해. 이라크처럼 시리아도 석유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없는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개입했겠지만, 얻을 게 없으니 아랍에서 발을 뗄 겸 무시하면서 내전은 현재 진행중.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시리아를 멀리했던 걸프 국가들도 바샤르 정권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중.

 

거기에 바이든은 자신의 재임기도 아닌 몇 년 전 벌어진 자말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선 아직도 물고 늘어지면서, 정작 자신의 재임기간 중인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난민촌 급습을 취재하던 언론인을 조준시살한 이스라엘에 대해선 립서비스만 했을 뿐 사우디에게 놓았던 엄포는 고사하고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심지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된 기자가 팔레스타인인도 아닌, 무려 미국인인데 말이죠. 바이든 미 대통령 이스라엘 방문 당시 유족들의 면담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공개 석상에서 만났더라면 그나마 점수를 얻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변없이 성사되진 않았죠.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던 사우디 언론인의 목숨과 이스라엘군의 만행을 취재하던 미국인 언론인의 목숨이 갖는 무게가 다를까요?

알자지라가 공개한 쉬린 아부 아클레 사망 당시 장면. 무차별 난사가 아닌 취재 중인 언론인을 향해 정밀한 조준 사격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중동문제에 있어서 스탭이 꼬이는 이유는 바로 쉬린 아부 아클레 살인사건에서 보듯 민주당/공화당 정권 가릴 것 없이 이스라엘에 대해서만큼은 어떤 악행을 해도 무한 쉴드를 치기 때문입니다. 나찌에게 당한 12년 간의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대를 이어 인정에 호소하면서, 정작 지난 세기에 이어 그보다 몇 배나 더 긴 시간 동안 영국과 미국의 공조 하에 남의 땅에 터를 잡으면서 창살없는 감옥을 만들고, 정착민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땅따먹기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각종 악행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의 인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미국 역시 공범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이 문제를 놓고 안보리에 제재안을 상정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들의 악행에 도움이 되는 각종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까요. 팔레스타인인들에겐 인권이 없을까요? 미국이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동내에서 행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 자말 카슈끄지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고 한들 퍽이나 와닿을까 싶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지난 6월 워싱턴 DC는 주미 사우디 대사관 앞 거리 이름을 자말 카슈끄지 웨이로 공식 개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앞 도로명 (인터내셔널 드라이브 NW)을 이스라엘군의 난민촌 침공을 취재하다 사살당한 자국인 기자의 이름을 따 쉬린 아부 아클레 웨이로 개명할 용기는 못 내겠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앞에서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외치다 제지당한 미국인 기자가 이스라엘에선 그런 오버액션을 취할 깜냥은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에 비춰보면 미국이 이스라엘의 역대 역할 강화를 표방하며 중동판 나토인 "연합 방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GCC 내에서도 그나마 공동의 적이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다방면에서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으니까요.

 

이스라엘이란 이름 대신 시온주의자라는 표현을 쓰는 61년 전통의 쿠웨이트 영자 신문지 쿠웨이트 타임즈. 이스라엘은 바이든이 웨스트 뱅크를 방문한 후에 폭격을 가했다.

 

찌라시가 아닌 공식 영자 신문지에서조차 이스라엘이라는 이름대신 시온주의자, 시온주의자 집단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정도로 이스라엘에 대해선 가장 적대적인 반감을 갖고 있는 쿠웨이트와 정권 유지 차원에서 "내 적도 우리편, 이웃의 적도 우리편"이라는 전방위적인 외교 방침에 따라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대치해 온 (사우디나 UAE에게는 이스라엘과 함께 공동의 적대 세력이기도 한) 팔레스타인 내 무장집단 하마스를 지원해 온 카타르, 그리고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세번째 GCC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GCC 내 파벌 싸움에 얽히지 않는 정치외교적 중립지임을 표방하며 (역사적으로 전통을 자랑하며, 종교적으로도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이바디파)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을 때까지는 이스라엘과 수교할 생각이 없다는 오만 등 반 이스라엘, 혹은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 국가들은 물론, 공동의 적이 있어 비공식적으로는 많이 가까워졌지만 이를 드러내놓고 친 이스라엘 행보를 펼치기엔 부담이 많은 사우디까지 엮여 있어 이스라엘 + GCC의 일곱개 국가만 놓고 따져도 논의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GCC 국가들에 덤으로 끼어 바이든을 만난 이집트와 요르단 역시 국경을 맞닿고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 해결을 들먹이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스라엘이야 원래 그렇다고 치더라도 미국 내 유대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수십년간 무한 쉴드로 지속해 온 미국의 이스라엘 전략이 바뀔 일도 거의 없기에 바이든의 의도와 달리 단기간 내에 극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수가 있는 상황이죠.

 

 

버락 오바마가 시작한 미국의 탈 아랍 정책은 효과적이었나?

아랍국가 중에서도 특히 걸프 산유국을 비롯한 아랍의 왕정 국가들은 민심의 반발이 있을지언정 자신들의 정권 안정을 위해 친미 정책을 고수해 왔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껄끄러울 수는 있으나 이 일대에서 정권을 잡은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각종 무장세력들이 발호하여 아사리판이 되는 것보다는 통제하기 쉽기에 자신들이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와는 상극임에도 불구하고 지원해 왔었죠.

 

하지만 이라크를 아사리판으로 만든 아들 부시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란과 핵협상을 맺고, 자신들이 벌려놓고 수습못한 중동 사태에 있어서는 발을 빼는 탈 중동정책을 통해 왕정 국가, 특히 사우디, UAE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 결국 오늘의 굴욕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미국이 발을 빼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지 못할 것 같았던 이들에게 그전까지는 정치적으로 썩 가깝지 않았던 중국과 러시아가 그 공백을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과 3~4년 사이에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이 커진 중국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후덜덜하달까요? 지난 22년 동안 6년 가까이 사우디에서 살았었고, 현재는 7년 넘게 UAE에 거주하면서 관찰하는 입장에서 더욱 크게 실감하게 됩니다만... 

 

수십년 넘게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사우디와 UAE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벌여온 중국 압박 정책에도 적극 관여하지 않고 되려 미국의 영향력 속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이 곳에서는 화웨이도 잘 팔고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를 빠져 나온 러시아 부호들을 받아들이는 등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고 해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 젯다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중국, 러시아 또는 이란이 채울 공백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댓가를 감수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가지로 상황이 꼬여 있는 이란 문제도 난제지만, 자신들이 비운 공백을 메운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보상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얘네들은 장사꾼이기도 하니까요.

 

사우디와 UAE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 미국 일변도의 정책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선택지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이란 때문에라도 그럴 일이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미국을 무시하고 선을 넘었다간 이라크처럼 폭망할 수도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겠죠. 이들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되 자신들의 가치를 높여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적절하게 이익을 취하는 줄타기 노선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 일변도의 산업 다각화와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미국, 중국, 러시아의 강점인 부분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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