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GU2019.06.03 12:33


UAE를 상징하는 엠블렘에 사용된 동물은 "꾸라이쉬의 매"라 불리우는 매입니다. 꾸라이쉬는 이슬람을 창시한 선지자 무함마드가 속한 씨족명으로 역사에 따르면 꾸라이쉬 씨족과 선지자 무함마드가 매를 씨족의 상징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해왔기에, 이 점에 착안하여 UAE를 비롯한 아랍 연맹 내 여러 국가나 조직에서 꾸라이쉬의 매를 형상화하여 엠블렘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를 국조로 여기는 UAE의 경우 1973년 황금빛으로 착색한 꾸라이쉬의 매를 UAE를 상징하는 엠블렘으로 채택해 온 이래 2008년 디자인 부분 변경을 거쳐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은 매의 심장에 그려졌던 전통 배 도우 대신 UAE 국기를 넣음으로써 고전적인 씨족 국가 연합체에서 현대 국가로의 정체성을 고취시키기 위함입니다. 국기가 그려진 메달을 둘러싸고 있는 일곱 개의 별과 일곱 개의 깃털은 UAE를 구성하고 있는 일곱 토후국을 상징하며, 일곱 토후국이 하나의 매와 국기 아래 하나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우디가 양대 이드 외에 건국 기념일을 내셔널 데이 연휴로 만들었던 것처럼 2000년대 중반 이후 전통적인 씨족 국가를 넘어 현대적인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고취시키려는 이웃 국가와의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1973~2008)                        (2008~현재)


UAE이 공식 엠블렘인 꾸라이쉬의 매는 정부 기관 및 정부 관련 문서에서 빠지지 않고 그 모습들 드러냅니다.



그러다보니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매를 들고 다니며 포즈를 취해주거나 매와 기념사진 찍는 것을 통솔하는 매 사냥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만, 전용 장소를 찾지 않는 이상 실제 매가 날라다니거나 훈련하는 모습을 보기는 그리 쉬운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 아부다비에 있는 사막 리조트를 들렀다가 리조트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팔콘쇼를 우연히 볼 기회가 생겨 듣게 된 매에 대한 어런저런 얘기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팔콘쇼는 매조련사가 중동지역에서의 매의 역사와 매 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구경 중인 손님들과 포토타임을 잠시 가진 후, 실제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2부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UAE에서 매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문헌상으로는 확인이 어렵지만...) 대략 2500년전 부터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서 베두윈들과 동거동락해왔기 때문입니다. 사막을 떠돌던 베두윈들은 낙타에서 짜낸 우유와 대추야자나 과일 등으로 식사를 헤결했지만 (낙타 우유와 대추야자는 영양학적인 면에서 완벽한 조합이라고 하죠.), 주위에 날라다니는 새를 사냥하여 단백질을 섭취하고 싶었을 때는 이를 사냥할 도구가 문제였습니다. 도구는 재빠른 조류나 동물들을 사냥하기엔 빈약했으니까요. 이때 그들의 눈에 띈 것이 타 대륙에서 넘어온 매였습니다. 매를 길들일수만 있다면 동물들을 사냥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 판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매는 사냥감 포획에 성공하면 다른 맹금류들과 달리 포획한 동물을 바로 죽이지 않기 때문에 신께 감사를 드리기도 전에 죽은 고기는 먹지 않는 무슬림들에게 매는 유용한 할랄 육류 공급원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매를 길들이는데 성공하면서 매사냥은 낚시, 낙타 경주 등과 함께 UAE와 아라비아 반도의 오래된 전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 매는 천성이 비교적 게으른 동물이라 청력이 떨어지는 대신 사람보다 8배나 좋은 시력을 활용하여 자신이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먹잇감을 포착한 후 최고 4000피트 높이까지 올라가 시속 30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자유낙하하면서 발을 이용해 사냥하며, 현재까지 관측된 매의 최고 속도는 시속 389km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 조련사 사랍이 인조 미끼 틸와를 휘돌리며 매 셰이카 (4살, 암컷)를 조련하고 있다.)


2. 매를 길들이는덴 한 달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매의 특성상 먹잇감을 낚아채어 사냥에 성공해도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매가 사냥감을 잡았을 경우 최대 5분 내에 매를 찾아가 노획한 사냥감을 회수하면서 매에게 보상을 해줘야만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배를 채우러 또다른 곳으로 날라가기 때문에 매를 놓치기 쉽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매와 매 주인의 관계는 일반적인 애완 동물들과 달리 충성심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고, 단지 매 주인이 매의 허기를 채워줄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매일수록 트레이닝시키기 쉽다고...



3. 매는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양을 먹어둔 후 소화를 시키기 때문에 식사는 하루에 한번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식사횟수가 적고 한 번에 많이 먹는 이유는 바로 소화시키지 않고 목과 내장 사이에 음식물을 비축해두었다가 천천히 소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공복일 때는 그 공간이 비어있어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가지만, 음식물을 섭취하면 섭취한만큼 부풀어 오른다고 하네요.



4. 매는 더위에 민감하기 때문에 뜨거운 한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는게 습성이지만, 요즘은 굳이 그럴 필요없이 뜨거운 한 여름에도 냉방이 잘되는 실내나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이 리조트의 경우엔 매가 쉴 수 있는 냉방만 되는 방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조명을 설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냉방만! 대신 쇼 등을 위해 야외에 있을 때는 순간순간 물을 살짝 뿌려주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5. UAE 등 영토가 작은 나라에서 모든 이들에게 매 사냥을 활성화하면 사냥 당해 개체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에 매사냥에 제약이 있어서 특히 부자들은 영토가 크고 개체가 많아 사냥이 허용되는 이웃나라로 원정 사냥을 떠나곤 합니다. 몇 년전 카타르 왕족이 이라크로 매사냥을 떠났다가 무장단체에 인질로 잡혀 수십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거액의 돈을 내고 석방된 사건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죠.


(이라크로 매사냥 갔다가 무장단체에 납치되었던 26명의 카타르인들이 16개월만에 석방되어 카타르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다.)


6. 매는 수컷보다 암컷이 큽니다. 암컷은 사냥해서 식구들을 부양하는 수컷에 비해 운동량이 적고, 무엇보다 덩치가 커야 주위 동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걸프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매는 산란기인 3~5월에 상대적으로 시원한 스코틀랜드나 영국 등 유럽에서 번식을 한다고 하네요. 매는 한 번에 4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이 중 80%는 태어난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한 채 1년 안에 죽고 오직 20%만이 살아남아 수명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만약 태어난 매가 모두 정상적으로 커진다면 주변 생태계는 초토화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7. 앞서 언급했듯 낮은 생존률로 자연적으로도 개체수가 무한정 늘어나지 않는 특성 속에 매사냥 제한, 해외에서의 번식 등 정부가 매 개체 유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매가 1950~70년대 사이 농약의 보급과 함께 개체수가 급감하여 멸종위기에 내몰린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 기념물로 지정하는 등 각국의 노력으로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보전 상태가 관심 필요 (Least Concern)로 분류되어 멸종 위험도에서 많이 벗어나긴 했지만요. 


8. 이러한 맥락에서 UAE는 1983년 개원한 두바이 매 전문병원 (Dubai Falcon Hospital)을 시작으로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두 곳의 매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99년에 아부다비 환경청이 개원한 세계 최대의 매 전문병원인 아부다비 매 전문병원 (Abu Dhabi Falcon Hospital)의 경우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국 뉴스에도 짤막하게 보도되었었죠.



9. 걸프지역의 매는 발목에 ID 번호 등 개체 정보가 삽입된 인식표 역할을 하는 링을 달아주고, 개체 고유의 정보가 기재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매 여권 발급은 2002년 경부터 시작되었으며, UAE 기후변화환경부에서 발급하매 여권의 유효기간은 3년이며, 발급비용은 한 마리 당 500디르함입니다.


10. 매에게 여권이 발부된다는 점은 다시 말하면 매도 주인과 함께 항공권을 끊고 여행하는 여행객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국조이자 오랜 생활을 함께 해온 팔콘에 대한 리스펙트를 담아 다른 애완동물들처럼 케이지에 담아서가 아니라 주인과 함께 좌석에 탑승합니다. 매에 대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에미레이츠, 에티하드, 카타르 항공이 매를 승객으로 태워주며, 일반적으로는 비즈니스 클래스나 퍼스트 클래스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많은 매가 한꺼번에 이용할 경우 특정구역을 전세내어 이코노미 클래스에 태우는 경우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연결됩니다.)


11. 러시아, 시베리아 등지에서 온 얀 깃털을 가진 참매(Northern Goshawk)가 아랍어로는 샤힌이라고 불리우는 일반적인 매 (Peregrine falcon)보다 비싸며 개체가 순백일수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합니다.


12. 과거에는 매를 훈련시키다가 안그래도 틔미한 매사냥꾼과의 관계를 자유의사로 끊고 다른 곳으로 달아나버리면 얼마를 주고 샀던 회수할 방법이 없이 다른 매를 찾아야만 했는데, 지금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손실을 입을 일이 사라졌습니다. 매 주인과 조련사에게도 보험이 생겼거든요. 바로 GPS 트래커를 매의 발목에 장착하고 모바일 앱과 구글맵 등을 이용하여 동선 파악 및 훈련 중의 비행속도 등 활동내역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기술의 발달은 가장 원초적이고 전통적인 생활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13. 주위로부터 고립되어 매를 위한 독방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 이상, 평소에는 부르까라 불리는 가죽 가리개를 머리에 씌워두고 있다가 공연 등이 있을 경우 1시간 정도만 얼굴을 가린 마개를 빼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가립니다. 가죽 가리개를 씌우는 이유는 청력이 약하고 월등하게 뛰어난 시력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민감한 것으로도 유명한 매가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함입니다. 가리개를 쓴 상황에선 시력과 청력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기에 주위에 사람들이 다가와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도 쉽사리 난폭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4. 매의 시력과 청력을 제어하던 부르까를 벗기면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됩니다. 매는 시력이 돌아올 때까지 주변의 지세와 분위기 등을 살핀 뒤 안정되었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하기에 매가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몇 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매가 본격적으로 날기 시작하면 매조련사는 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틸와 (Tilwah)"라 불리는 인조 미끼를 허공을 향해 휘돌리면서 매에게 몇 차례 잡힐락말락하게 간 본 후 막바지엔 이를 낚아채게 만들어 훈련을 마치고, 훈련을 마친 후에는 그 보상으로 먹이를 제공하여 조련사와의 관계를 유지시키게 됩니다. 



여름에는 무덥기 때문에 더위에 약한 매의 특성을 감안하여 틸와를 8번 정도만 돌리고 매에게 주지만, 날씨가 시원한 겨울철에는 20여회 정도 돌린다고 하니 매 훈련쇼를 보기에도 겨울철이 제격입니다. 야생에서 실제 사냥할 때처럼 4천 피트까지 올라갈 일은 없고 매 조련사가 휘돌리는 틸와를 낚아채는데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틀 동안 지켜봤던 훈련시 매의 비행속도는 약 90km 정도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죠? 매 조련사는 매의 훈련상태를 전용 모바일 앱으로 관리한다구요.

 


오지마! 오지마! 난 네 먹잇감이 아냐!

(사실... 매는 사람을 사냥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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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