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A/ISIS2014. 9. 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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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이 시작된 무렵이던 지난 6월말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 혹은 좀더 광의의 개념으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 (ISIL)로 불리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자신들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칼리프 이브라힘으로 추대했다며 자신들의 공식 명칭을 이슬람 국가 (IS)으로 변경하고 독자적인 국가 수립을 선포했습니다. 


칼리프는 이슬람교 유일신 알라의 사도인 무함마드의 대리인을 뜻하며 무함마드의 종교적·정치적 권한을 이어받아 이슬람 공동체를 다스린 최고 통치자로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뒤 후계자로 4명의 칼리프가 선출되고부터 터키 초대 대통령 케말 파샤가 1924년 칼리프제를 폐지할 때까지 이슬람권에는 다양한 형태의 칼리프 국가가 이어져 왔으며, 이슬람 국가는 자신들이 끊겨진 칼리프제를 부활시키겠다며, 과거 이슬람 초기 칼리프 국가처럼 지중해 연안부터 걸프지역을 아우르는 범 이슬람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이라크 모술의 기독교인들에게 이슬람으로의 개종, 아니면 세금 납부 중 택일하게 했던 과거 이슬람 확장세력 당시 이교도들에게 사용했던 전통적인 방식에 둘 다 싫으면 죽일테니 제한시간 안에 모술을 떠나라는 과격한 선전포고를 하면서 더욱더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의 발전 양상은 칼리프제를 표방하고 있음에 실제로는 18세기부터 시작된 사우드 씨족의 국가수립 과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추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슬람 국가가 모술에서 자행한 요나의 무덤 겸 사원 파괴 등 성지 파괴행위는 제1사우디 국가의 2대 이맘인 압둘아지즈 빈 무함마드 빈 사우드 (1765~1803)가 이라크 나자프에 있던 알리 빈 아부 탈립의 무덤과 카르발라에 있던 이맘 후세인 빈 알리 (사도 무함마드의 손자)의 무덤을 비롯한 수많은 성인들의 묘와 유적을 파괴시켰던 행위에 비할 수 있으니까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할까요? 



사우드 씨족과 와하비즘-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탄생시킨 사우디의 과거

사우디는 이슬람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국가입니다. 이는 1744년 디리야의 왕자 무함마드 빈 사우드와 무함마드 빈 압둘 와합 사이에 혼인으로 맺어진 디리야 맹약에 따라 제1사우디 국가의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주변 씨족들에게 밀리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지세력의 확보와 외연 확장을 원하던 무함마드 빈 사우드와 종교적으로 과거의 신성함을 잃고 세속화되어 가는 사회를 정화시키고 싶지만 군사적인 무장세력 확보가 필요했던 무함마드 빈 압둘 와합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소원했던 사우드 씨족과 앗셰이크 씨족의 관계는 오늘날의 사우디아라비아를 창건한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이븐 사우드)가 앗셰이크 씨족의 딸인 타르파 빈트 압둘라 알 앗셰이크를 두번째 부인으로 맞이하면서 재정립됩니다. 라쉬드 씨족에게 빼앗겼던 리야드를 재탈환하는데 성공한 그가 메카, 메디나 지역을 공격하기 위한 종교적 정당성 확보와 세력 확장을 위한 지지세력으로 앗셰이크 씨족과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울라마들의 지원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의 정치를 대표하는 사우드 씨족과 종교를 대표하는 앗셰이크 씨족의 이원체제가 재확립된 셈이죠.


하지만,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이들을 종교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필요했을 뿐,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정치적인 세력으로 크는 것은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아라비아 반도 통일과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와하비스트 민병대 "이크완"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가운데, 이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키자 궤멸시키고 남아서 자신을 따르겠다고 맹세한 이들을 모아 국왕 직속의 사우디 국가방위군 (SANG)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우드 씨족 자체는 세속적인 가문일 뿐 정치적인 가문은 아니기에 신정체제를 앞세우고 있는 사우디지만, 원리주의 종교세력의 지나친 정치세력화를 경계하는 모순이 시작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사우디 왕가와 원리주의 세력의 갈등은 지난 1979년 원리주의 세력에 의한 그랜드 모스크 점령사건으로 극대화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극장이 없어지는 등 사우디 사회는 좀더 보수적인 노선을 걷게 되었죠.


알까에다가 주도한 지난 2001년의 9.11 이후 사우디 내부에서도 반정부 세력과의 전쟁을 진행하고 WTO 가입을 기점으로 세계화의 흐름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여 온건화되어가면서 원리주의 무장세력의 영향력 확대와 원리주의에 빠진 성직자들을 배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격한 원리주의 성직자들의 서적을 금서로 지정하고, 10년간 원리주의 성직자 3500여명을 자리에서 내쫓으며, 과도한 행위로 사우디 국민들의 원망을 사게된 배타적인 사우 공권력의 상징인 종교경찰청장도 온건한 성향의 청장을 지명할 정도로 과격화되어가고 있는 원리주의 세력들이 사우디 내에서 힘을 얻지 못하도록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사우디가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에 대해 이들을 지원하는 카타르와의 외교분쟁을 불사할 정도로 극도의 거부감을 내보이고 있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과정에서 이스라엘-사우디-이집트간의 3국간 연계설이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슬림 형제단과 하마스의 밀접한 관계는 이들의 세력화를 원치않는 이스라엘, 사우디, 이집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접점이 있으니까요.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알까에다가 약화되어 있고, 사우디의 온건세속화 과정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에 불만을 품은 사우디 내 원리주의 세력들이 결탁할 만한 대응 세력으로 이슬람 국가가 떠오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압둘라 국왕이 "지금 이슬람 국가를 방치해두면 다음 차례는 서구 국가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슬람 국가에 강력 대응할 것을 서구 국가에 요구하고 미국의 이슬람 국가 공습을 지지하는 아랍 국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우디가 이슬람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사는 것도 결국은 사우디 건국 과정에서 잉태된 모순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우드 씨족의 발전 과정과 이슬람 국가의 발전 과정은 너무나도 닮은 점이 많으니까요.



이슬람 국가와 사우드 씨족의 건국과정의 차이

1) 이슬람 국가와 사우드 씨족의 국가인 사우디와 분명하게 다른 점은 정치와 종교가 이원화되지 않고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지휘 하에 하나로 합쳐졌다는 점입니다. 사우디의 경우 정치와 종교를 상징하는 씨족이 양분되어 있기에 종교세력의 지나친 권력화를 경계할 수 있지만, (물론... 국왕의 성향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국가는 자신들이 주체이기에 그야말로 막나가도 내부에서 견제할 세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극단적인 잔혹성을 공포로 포장하여 심리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죠. 오히려 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 국가는 외부로의 확장보다 내부 단속에 더 집중하면서 잠재적인 경쟁세력이 될 수 있는 이라크군 출신 고위 간부들을 살해하기도 했었구요.

2) 제한된 자원으로 물리적인 확장을 벌였던 사우드 씨족과 달리 현대 사회에 걸맞는 국가수준의 체계적인 지휘체계와 더불어 풍부한 자금 및 무기확보,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이슬람 국가가 공식적으로 조직체계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교전 과정에서 사망한 고위 간부의 USB를 통해 유출된 조직체계로 미루어 봐도 이들이 단순한 무장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체로 무해함] 이라크 이슬람 국가 정부(??) 구성도 참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무장조직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풍부한 자금원과 이의 효율적인 사용은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자금에 한계가 있었던 사우드 씨족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이라크, 시리아군으로부터 약탈한 무기와 SNS을 활용한 심리전은 수적인 핸디캡을 딛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죠.

3) 사우드 씨족이 커나가던 시기 아라비아 반도는 직접 통치의 비효율성을 감안하여 오스만 터키 제국도 직접 통치하지 않았을 정도로 국가다운 국가 없이 지방 씨족들간의 세력 다툼을 해야만 했다면, 지금의 이슬람 국가는 사우디를 위시한 인근의 국가들과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들과 맞서야만 하고, 군사기술의 발달로 훨씬 빠른 템포로 싸워야 한다는 점이 다르죠. 물론, 워낙 국가들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미국 주도의 연합군 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이슬람 국가 대 세계 전체의 대결구도는 이뤄질 수 없지만요.



이슬람 국가와 알까에다와의 차이점

1) 전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9.11을 일으켰던 알까에다와 달리 이슬람 국가는 강약을 조절하며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점이 분명 다릅니다. 확장 전쟁을 벌이다 시기 적절하게 국가를 선포하고 자신들이 확보한 영역 내의 사람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단속하면서 준비하고, 정서적으로는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직접 맞붙을 것 같지만 싸울 상대를 봐가며 만만한 세력부터 야금야금 먹어나가면서 세력을 키워나가는 점은 보통의 무장조직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는 이슬람 국가의 다음 타겟으로 이집트를 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2) 무엇보다 이슬람 국가의 가장 무서운 점은 한국 출신도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던데서도 보이듯 여타 무장조직들과 달리 세계 각지에서 지원자들이 모인다는 점입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와의 연계성을 찾기 힘든 서구문화에 친숙한 보통 청년, 병원의 의사, 이맘까지 한 성직자 출신 등의 지원자들은 통념적으로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원리주의 세력들이 파고든다는 속설도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 명의 미국인과 영국인을 참수한 망나니가 영국인 출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전혀 문화적인 환경이 다른 국가에서 사는 이들도 합류하는 것은 알까에다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했구요. 이는 근본적인 성격은 다르지만 이슬람 국가와 외국인 지원자들 사이에 교감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슬람 국가가 꿈꾸는 야심찬 5개년 계획)



이슬람 국가에 맞선 복잡한 이해관계

1) 이들의 확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아랍 국가들은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지지를 표방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의 군사력이 쿠웨이트의 군사력을 추월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올 정도로 강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정권에 위협이 될 이들을 더이상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요. 자국 내에 있는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들을 추방하는 미국과 사우디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카타르가 이들에게 일주일 내로 출국하라고 통지한 것도, 사우디가 1990년 걸프전 이후 폐쇄했던 이라크 대사관을 상황에 따라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들에 맞서 공동대응하기 위해 결속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집니다.

2) 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미국을 보는 여러 나라들의 움직임은 미국의 기대와 달리 움직이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미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도 결국은 자신들이 자처한 결과니까요. 언제나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취하면서도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만 앞세워 사안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로 중동문제에 대응한 것이 한꺼번에 곪아터졌다고 할까요? 적어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부터 이슬람 국가까지 오늘날 시끄러운 중동문제의 대부분은 미국이 개입해서 깔끔하게 정리하기는 커녕 오히려 혼란만 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담 후세인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거 미국의 우호세력들이 오늘날의 적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결국 허위로 판명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도 드러났듯 이슬람 국가를 공격하려는 미국의 숨겨진 의도에 대해 의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우드 씨족의 국가도 오늘날의 사우디가 없었다면 아라비아 반도에서 잠깐 반짝했던 지방 씨족들 중 하나로 역사에 남았겠지만, 사우디가 있기에 세차례나 국가를 세워야만 했던 이들의 흥망성쇠는 척박하고 크기만한 자연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라를 세운 근성의 사우드 씨족이 이뤄낸 건국사로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역사] 사우디는 어떻게 건국되었을까? 사우드 씨족의 오랜 투쟁기,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사 참조) 칼리프제를 표방하면서 사우드 씨족의 건국 모델을 재해석하여 진화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는 어떻게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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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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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014.09.16 05: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