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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쌀람!풋볼/AFC 아시안컵

[2019 아시안컵] 각 잡고 아시안컵을 준비한 팀 카타르의 사상 첫 우승 현장 직관기

둘라 2019. 2. 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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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에 4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던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을 1주일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네... 일본과 카타르의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였죠.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을 직관하기 위해 처음 자이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을 방문했던 1주일 전, 미리 체험했던 열악한 주차 및 도로 환경을 경험해봤기에 경기장이 만석이 되진 않더라도 13,791명이 관전했던 8강전보다는 관중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생각해 이번에는 호텔에 차를 두고 우버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 것 같았거든요. 우버는 아부다비에서 영업을 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아부다비 당국의 규제로 철퇴를 맞았다가 2년 만인 지난해 11월 19일 당국과의 합의 하에 서비스를 재개한 바 있으며, 현재는 외국인들이 운전하는 고급차량에 한정되어 있는 서비스를 이마라티들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확대하여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는 이미 20만명의 사우디인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로컬 승차 공유 서비스인 카림이 있긴 하지만, 견적을 비교해봤을 때 카림 운임이 생각 외로 비쌌던 데다 우버는 애플 페이로 결제가 가능했기에 이용해 본 것이었죠. 36,776명이 직관한 경기가 끝난 후의 혼잡은 예상대로였던데다 경기장에 왔을 때보다 두배 반 이상 비싼 요금을 내야했습니다만;;;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탔던 렉서스 차량이 왠일로 경기장 근처에서 픽업하러 온다 싶었더니, 자신도 결승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제 픽업요청을 받았다더군요. 낮에 태워준 단골손님과 얘기를 나누다 축구얘기가 나와서 결승전을 보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그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손님이 친구것까지 표를 세 장 구해줬다면서 말이죠.



애시당초 개최국 UAE가 4강전에서 아부다비 스포츠 위원회가 팔리지 않고 남아있던 표를 전부 매입해서 뿌리는 등 자국 대표팀의 결승진출을 기원하며 벌였던 전 국가적인 응원 속에서도 되려 역대급 대참패를 당한 뒤라 표가 잘 안 팔리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경기 당일 아침에 느즈막하게 구입하려고 여유를 부렸는데, 마침 표를 사려고 보니 티켓 예매 사이트가 닫히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경기장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매표소에서 종이표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표를 손에 들고 경기장을 향해 가고 있는데 진행요원이 부르더니 목에 걸 수 있는 티켓 홀더를 그냥 주더군요! 한국에서 K리그를 보러 다닐 때도 티켓 홀더를 따로 받은 기억은 없는데, 뜻밖의 득템에 티켓을 목에 걸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검색대 통과하기 지겨워서 휴대폰과 지갑 말고는 소지품이 없어 큰 의미는 없었지만요.



1주일 전 같은 경기장에서 직관한 8강전 당시에는 조별 예선 경기의 흐름을 보고 카타르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한국 응원석 쪽에 앉았지만, 이번 결승전 만큼은 카타르 응원석 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우승하는 것보단 카타르의 우승을 보는 편이 더 좋았으니까요. 



국내 모 매체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카타르와의 결승전을 앞둔 일본은 근거없는 기대감과 함께 몇가지 헛된 바램을 가졌다고 하죠. 설레발은 필패인데...


첫째가 바로 카타르의 부정선수 출전으로 인한 몰수게임패. 조별예선부터 의혹이 제기되었다가 역대급 참패를 당한 UAE 축구협희의 항소로 본격 제기되었던 알모에즈 알리와 밧삼 알라위의 국대 자격논란은 AFC가 일단 이를 기각하면서 무효화되었습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애시당초 문제를 삼았더라면 혹시나 모르겠지만요...


둘째는 카타르와의 정치적 이슈로 인한 UAE 팬들의 일본 응원. 경기장 곳곳에는 일본 응원도구와 함께 일본을 응원하는 UAE, 혹은 아랍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만... 우리나라 축구팬들 중에도 일본의 우승보다 카타르의 우승을 바란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바램 역시 설레발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일본 언론이 간과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UAE가 카타르에게 역대급 참패를 당했단 사실을요. 대회 내내 잠잠하다 카타르와의 4강전 당일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그들의 열기는 역대급 참패와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거든요. 경기 당일까지 축구로 들떠있던 이마라티 동료들도 참패와 더불어 축구 얘긴 머릿 속에서 지워버렸는지 얘기도 않하거나, 어쩌다 얘기하면 짬뽕 국대라며 정신 승리에 급급할 정도였으니까요. 되려 아시안컵보다 같은 장소에서 며칠 뒤 열릴 교황의 공개미사 집전이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버린 그런 상황. 



UAE 팬들의 관심이 시들해진 사이 만석은 이루지 못했지만 경기장을 2/3 이상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정작 카타르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만 팬들이 중심이 된 카타르 서포터즈들이었습니다. 한국과의 8강전 당시에는 1/3도 안되었던 카타르 서포터즈들이 결승전에는 5대5, 혹은 6대4 정도로 대등한 세력을 형성했거든요. 특히 군데군데 넓게 포진해 있던 일본 서포터즈들에 비해 카타르 서포터즈들은 경기장 상층부 특정 구역에 몰려들어 경기 내내 우렁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 50여분전에는 일본 서포터즈들보다 일찌감치 경기장의 한켠을 차지한 카타르 서포터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카타르 국가가 연주될 때엔 카타르 국기 통천이 관중석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 떠드는 대로 일개 개인이 카타르를 응원하는 모습이 양국간 관계를 위협하는 논란의 대상이라면, 아예 대놓고 집단으로 뭉쳐서 국기 통천까지 펼쳐가며 카타르 응원을 펼친 오만하고는 국교를 단절해버려야 할 것 같지만, 불과 며칠전 UAE의 두바이와 오만은 두바이와 무스카트를 연결하는 국제 고속버스 (편도 55디르함, 왕복 90디르함) 노선을 개통했죠.




한편, 양팀 국가 연주에 앞서 주최측은 우승 트로피를 시상대로 들고갈 트로피 앰배서더를 소개합니다. TV에서 익히 보셨겠지만, 바로 우리의 영원한 캡틴 박, 박지성이었죠. 우리 국대가 올라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조별 예선부터 기대감을 1도 없게 만들어놨던터라...



덧붙여 박지성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루이스 피구는 사실 국내 언론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침에 두바이에서 요가 이벤트에 출연한 후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X두바이 주최로 두바이의 카이트 비치에서 열린 X요가 페스티벌의 주요 출연자로 25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요가 시범을 보였거든요.



관중석 하단부의 원정 서포터즈 구역 일부를 제외하곤 곳곳을 채운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경기 시작할 때만해도 빈 좌석으로 인해 여유있게 경기를 볼 수 있었던 제 자리는 결국 좌석을 밟고 서서보는 오만의 카타르 서포터즈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전반에는 서서 보다 후반에는 결국 다른 자리로 이동해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했던 것처럼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닥공으로 다득점 경기를 펼치거나 영혼의 텐백 수비로 1골차 승리를 지키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경기를 펼쳐왔던 카타르가 이란을 발라버렸던 일본을 발라버리고 사상 첫 대륙간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직전 아시아 국가대항전이었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승 1무 7패 8득점 15실점의 최하위로 광탈했던 것이 불과 1년반전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번 아시아컵에서 보여준 7승 무패 19득점 1실점의 압도적인 모습은 그야말로 괄목상대할만한 부분입니다만...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에 시작했던 카타르의 독특한 세대교체 방식을 복기해보면 이번 결과는 결코 우연이나 기적은 아닙니다. 2006년부터 어스파이어 아카데미를 이끌던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 발굴한 인재들을 앞세워 연령별 대표를 함께 거쳐온 선수들이 중심이 된 세대교체였으니까요. ([칼럼] 아시안컵 8강전 직관기- 카타르가 귀화선수를 활용하는 방식의 전환, 그리고 달라진 카타르 축구 참조) 이번 카타르 국대는 성인 선수들과 올림픽 대표 선수가 반반 섞인데다 최고참 선수가 1990년생이니 별 이변이 없는 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뛸 주축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 국대에선 보기 드문 독특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 단련해 온 조직력에 카타르 고립사태는 선수단을 한데 뭉치게 만든 정신력의 원천이자 화룡점정이 되었습니다. 사우디나 UAE 등 고립사태를 이끄는 당사자들이 보기에 카타르는 여윳돈 넘치는 자본과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에 대한 광역 어그로를 시전하는 관종 겸 분탕종자들이 먼저 도발해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느끼겠지만, 카타르만 놓고 보면 아랍국가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국가적인 차원의 단결력과 정신력으로 순수 카타르인이던 귀화 카타르인이던 하나로 뭉친 팀 카타르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차비 에르난데스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카타르의 사상 처음이자 압도적인 우승과 함께 2019 UAE 아시안컵은 막을 내렸습니다. 개최국 UAE 입장에선 입국제한 등 다양한 텃세를 부린 대상이었던 카타르가 조별 예선에서는 사우디, 토너먼트에서는 한국, UAE, 일본을 나란히 꺾고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씁쓸한 결말.



반면, 주변의 악조건 속에서도 사상 첫 우승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올린 카타르 축구협회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대적인 환영행사로 금의환향하는 카타르 국대를 맞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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