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4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던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을 1주일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네... 일본과 카타르의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였죠.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을 직관하기 위해 처음 자이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을 방문했던 1주일 전, 미리 체험했던 열악한 주차 및 도로 환경을 경험해봤기에 경기장이 만석이 되진 않더라도 13,791명이 관전했던 8강전보다는 관중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생각해 이번에는 호텔에 차를 두고 우버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 것 같았거든요. 우버는 아부다비에서 영업을 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아부다비 당국의 규제로 철퇴를 맞았다가 2년 만인 지난해 11월 19일 당국과의 합의 하에 서비스를 재개한 바 있으며, 현재는 외국인들이 운전하는 고급차량에 한정되어 있는 서비스를 이마라티들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확대하여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는 이미 20만명의 사우디인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로컬 승차 공유 서비스인 카림이 있긴 하지만, 견적을 비교해봤을 때 카림 운임이 생각 외로 비쌌던 데다 우버는 애플 페이로 결제가 가능했기에 이용해 본 것이었죠. 36,776명이 직관한 경기가 끝난 후의 혼잡은 예상대로였던데다 경기장에 왔을 때보다 두배 반 이상 비싼 요금을 내야했습니다만;;;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탔던 렉서스 차량이 왠일로 경기장 근처에서 픽업하러 온다 싶었더니, 자신도 결승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제 픽업요청을 받았다더군요. 낮에 태워준 단골손님과 얘기를 나누다 축구얘기가 나와서 결승전을 보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그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손님이 친구것까지 표를 세 장 구해줬다면서 말이죠.



애시당초 개최국 UAE가 4강전에서 아부다비 스포츠 위원회가 팔리지 않고 남아있던 표를 전부 매입해서 뿌리는 등 자국 대표팀의 결승진출을 기원하며 벌였던 전 국가적인 응원 속에서도 되려 역대급 대참패를 당한 뒤라 표가 잘 안 팔리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경기 당일 아침에 느즈막하게 구입하려고 여유를 부렸는데, 마침 표를 사려고 보니 티켓 예매 사이트가 닫히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경기장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매표소에서 종이표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표를 손에 들고 경기장을 향해 가고 있는데 진행요원이 부르더니 목에 걸 수 있는 티켓 홀더를 그냥 주더군요! 한국에서 K리그를 보러 다닐 때도 티켓 홀더를 따로 받은 기억은 없는데, 뜻밖의 득템에 티켓을 목에 걸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검색대 통과하기 지겨워서 휴대폰과 지갑 말고는 소지품이 없어 큰 의미는 없었지만요.



1주일 전 같은 경기장에서 직관한 8강전 당시에는 조별 예선 경기의 흐름을 보고 카타르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한국 응원석 쪽에 앉았지만, 이번 결승전 만큼은 카타르 응원석 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우승하는 것보단 카타르의 우승을 보는 편이 더 좋았으니까요. 



국내 모 매체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카타르와의 결승전을 앞둔 일본은 근거없는 기대감과 함께 몇가지 헛된 바램을 가졌다고 하죠. 설레발은 필패인데...


첫째가 바로 카타르의 부정선수 출전으로 인한 몰수게임패. 조별예선부터 의혹이 제기되었다가 역대급 참패를 당한 UAE 축구협희의 항소로 본격 제기되었던 알모에즈 알리와 밧삼 알라위의 국대 자격논란은 AFC가 일단 이를 기각하면서 무효화되었습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애시당초 문제를 삼았더라면 혹시나 모르겠지만요...


둘째는 카타르와의 정치적 이슈로 인한 UAE 팬들의 일본 응원. 경기장 곳곳에는 일본 응원도구와 함께 일본을 응원하는 UAE, 혹은 아랍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만... 우리나라 축구팬들 중에도 일본의 우승보다 카타르의 우승을 바란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바램 역시 설레발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일본 언론이 간과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UAE가 카타르에게 역대급 참패를 당했단 사실을요. 대회 내내 잠잠하다 카타르와의 4강전 당일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그들의 열기는 역대급 참패와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거든요. 경기 당일까지 축구로 들떠있던 이마라티 동료들도 참패와 더불어 축구 얘긴 머릿 속에서 지워버렸는지 얘기도 않하거나, 어쩌다 얘기하면 짬뽕 국대라며 정신 승리에 급급할 정도였으니까요. 되려 아시안컵보다 같은 장소에서 며칠 뒤 열릴 교황의 공개미사 집전이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버린 그런 상황. 



UAE 팬들의 관심이 시들해진 사이 만석은 이루지 못했지만 경기장을 2/3 이상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정작 카타르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만 팬들이 중심이 된 카타르 서포터즈들이었습니다. 한국과의 8강전 당시에는 1/3도 안되었던 카타르 서포터즈들이 결승전에는 5대5, 혹은 6대4 정도로 대등한 세력을 형성했거든요. 특히 군데군데 넓게 포진해 있던 일본 서포터즈들에 비해 카타르 서포터즈들은 경기장 상층부 특정 구역에 몰려들어 경기 내내 우렁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 50여분전에는 일본 서포터즈들보다 일찌감치 경기장의 한켠을 차지한 카타르 서포터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카타르 국가가 연주될 때엔 카타르 국기 통천이 관중석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 떠드는 대로 일개 개인이 카타르를 응원하는 모습이 양국간 관계를 위협하는 논란의 대상이라면, 아예 대놓고 집단으로 뭉쳐서 국기 통천까지 펼쳐가며 카타르 응원을 펼친 오만하고는 국교를 단절해버려야 할 것 같지만, 불과 며칠전 UAE의 두바이와 오만은 두바이와 무스카트를 연결하는 국제 고속버스 (편도 55디르함, 왕복 90디르함) 노선을 개통했죠.




한편, 양팀 국가 연주에 앞서 주최측은 우승 트로피를 시상대로 들고갈 트로피 앰배서더를 소개합니다. TV에서 익히 보셨겠지만, 바로 우리의 영원한 캡틴 박, 박지성이었죠. 우리 국대가 올라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조별 예선부터 기대감을 1도 없게 만들어놨던터라...



덧붙여 박지성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루이스 피구는 사실 국내 언론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침에 두바이에서 요가 이벤트에 출연한 후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X두바이 주최로 두바이의 카이트 비치에서 열린 X요가 페스티벌의 주요 출연자로 25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요가 시범을 보였거든요.



관중석 하단부의 원정 서포터즈 구역 일부를 제외하곤 곳곳을 채운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경기 시작할 때만해도 빈 좌석으로 인해 여유있게 경기를 볼 수 있었던 제 자리는 결국 좌석을 밟고 서서보는 오만의 카타르 서포터즈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전반에는 서서 보다 후반에는 결국 다른 자리로 이동해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했던 것처럼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닥공으로 다득점 경기를 펼치거나 영혼의 텐백 수비로 1골차 승리를 지키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경기를 펼쳐왔던 카타르가 이란을 발라버렸던 일본을 발라버리고 사상 첫 대륙간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직전 아시아 국가대항전이었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승 1무 7패 8득점 15실점의 최하위로 광탈했던 것이 불과 1년반전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번 아시아컵에서 보여준 7승 무패 19득점 1실점의 압도적인 모습은 그야말로 괄목상대할만한 부분입니다만...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에 시작했던 카타르의 독특한 세대교체 방식을 복기해보면 이번 결과는 결코 우연이나 기적은 아닙니다. 2006년부터 어스파이어 아카데미를 이끌던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 발굴한 인재들을 앞세워 연령별 대표를 함께 거쳐온 선수들이 중심이 된 세대교체였으니까요. ([칼럼] 아시안컵 8강전 직관기- 카타르가 귀화선수를 활용하는 방식의 전환, 그리고 달라진 카타르 축구 참조) 이번 카타르 국대는 성인 선수들과 올림픽 대표 선수가 반반 섞인데다 최고참 선수가 1990년생이니 별 이변이 없는 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뛸 주축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 국대에선 보기 드문 독특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 단련해 온 조직력에 카타르 고립사태는 선수단을 한데 뭉치게 만든 정신력의 원천이자 화룡점정이 되었습니다. 사우디나 UAE 등 고립사태를 이끄는 당사자들이 보기에 카타르는 여윳돈 넘치는 자본과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에 대한 광역 어그로를 시전하는 관종 겸 분탕종자들이 먼저 도발해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느끼겠지만, 카타르만 놓고 보면 아랍국가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국가적인 차원의 단결력과 정신력으로 순수 카타르인이던 귀화 카타르인이던 하나로 뭉친 팀 카타르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차비 에르난데스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카타르의 사상 처음이자 압도적인 우승과 함께 2019 UAE 아시안컵은 막을 내렸습니다. 개최국 UAE 입장에선 입국제한 등 다양한 텃세를 부린 대상이었던 카타르가 조별 예선에서는 사우디, 토너먼트에서는 한국, UAE, 일본을 나란히 꺾고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씁쓸한 결말.



반면, 주변의 악조건 속에서도 사상 첫 우승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올린 카타르 축구협회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대적인 환영행사로 금의환향하는 카타르 국대를 맞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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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야!쌀람!풋볼/칼럼2019.01.26 11:31


어제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한국와 카타르의 8강전을 현장에서 지켜 보았습니다. 



이 곳에서 생활한지 5년차에 접어 들었지만 한국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교민, 혹은 관광객이나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이날 경기에 입장한 13,000여명의 관중들 중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이 10,000여명을 넘어보였을 정도로 일방적인 응원 속에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형제 국가의 경기라며 주최국 UAE를 비롯한 많은 이웃 걸프국가의 축구팬들이 카타르를 응원했겠지만, 카타르에 대한 고립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타르를 응원하는 팬들은 적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카타르인들의 입국은 안보 상의 이유로 많은 제약이 따르니까요. 대신 카타르와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오만과 고립 상태와는 무관한 팬들이 카타르를 응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다들 아시다시파 경기는 카타르의 0대1 신승으로 59년만에 아시안컵 탈환을 노린다던 한국 국대는 되려 8강에서 탈락했고,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전 도하 홈경기에 이어 33년 동안 패배만 안겨줬던 한국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카타르는 사상 첫 아시안컵 4강에 진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충격패라느니, 아부다비의 쇼크라느니 등의 표현을 써가며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나름 꾸준히 중동 축구를 지켜보고 있는 관찰자로서 카타르 축구의 변화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바로 이웃 걸프국가들과는 사뭇 결이 다른 귀화선수를 중심으로 한 카타르 엘리트 스포츠 육성정책의 변화를 말이죠.


카타르가 21세기 들어 유치한 굵직굵직한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준비과정에서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유입된 외노자로 인해 총인구수가 18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나 2019년 1월 현재 270만명이 넘었다는 카타르 총인구 중 순수 자국민 수가 30만명 남짓에 불과한 카타르에겐 국대 구성을 위한 귀화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나마 있는 순수 카타르인의 대부분이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극단적으로 호르10억이 넘는 인구를 갖고도 헤메는 중국을 생각해보면 쉽지않은 일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좀더 구체적인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미지를 클릭!)


지난 2017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3년만에 한국을 꺾은 카타르를 이끌었던 호르헤 폿사티 전 카타르 국대감독은 몇십년 동안 어려워했던 한국을 꺾고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도중 카타르 언론에다 대고 늘 고만고만한 선수 중에서 국대에 소집할 선수를 고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선수풀이 한정되어 있다고 불평한 바 있었습니다.


(카타르 생활을 시작한 알가라파에서 보낸 첫 시즌인 04/05시즌 세바스티안 소리아는 셰이크 자심컵과 리그 우승을 경험한 후 카타르로 이적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에겐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다는 말을 했던 바로 그 우루과이 출신의 세바스티안 소리아는 모국의 마이너 리그에서 전전하며 축구선수로서의 앞날이 불투명했던 2004년 여름 당시 UAE 알아인 감독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그의 실적에 매료되어 더욱 좋은 오퍼를 던진 카타르 알가라파 감독을 맡게 된 고 브루노 메추 감독으로부터 처음 영입제안을 받았을 때,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도 어디 있는지 몰랐다던 카타르로의 이적을 택했습니다. 이적 첫 시즌에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안정적인 축구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 그는 결국 카타르에 첫발을 내딛은지 2년 만인 2006년 23세가 되던 해에 카타르로의 귀화를 선택하며 카타르 국적을 취득하고 현재까지 활약하며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카타르 국대를 통해 본 세바스티안 소리아의 모습은 전성기, 혹은 전성기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30대 초중반의 모습을 본거죠. 반면, 이번 대회에서 날라다니고 있는 수단계 출신의 알모에즈 알리나 이라크계 출신의 밧삼 알라위 같은 현 카타르 국대의 주력 선수들은 아직 23살이 되지 않아 피파의 국적 취득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두 선수의 적법성 여부를 제기했던 언론인은 AFC로부터 답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소스로부터 두 선수의 어머니에게 카타르 출생 증명서가 있어서 카타르 국대가 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선수등록이 된 것이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과연 그 서류가 적법한 서류인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합니다만... 결국, UAE가 4강전에서 패한 후 AFC에 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죠.





카타르 국대의 세대교체

이러한 논란이 제기되는 건 바로 카타르의 운동선수 귀화정책이 이미 성인이 되어 자국 리그를 통해 검증받은 선수를 귀화시키는 것으로 부터 잠재력이 있는 10대 외국인 선수들을 일찌감치 귀화시켜 정신까지 자국민으로 흡수하는 정책으로 바뀐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성인이 된 선수를 귀화시켜봐야 국가도 따라부르지 못하는 무늬만 카타르 선수일 뿐인데다 20대 중반 이후에나 제 몫을 하지만, 어린 외국인을 직접 육성하면 자신들을 확실한 축구선수로 키워준 새로운 조국 카타르에 대한 애국심을 가진 선수로 더 오랫동안 뛰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귀화정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실제 카타르 국대의 세대교체는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기간 중에 시작된 바 있습니다. 최종 예선이 시작될 무렵에는 베테랑 고참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했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자 호르헤 폿사티 감독이 결국 베테랑 선수들을 배제하고 어린 선수들을 주전으로 내보냈던 것이죠. 우리나라 국대가 2016년 이후 맞붙은 세번의 맞대결에 나온 선수들을 보면 카타르의 세대교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번의 맞대결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는데, 우리에겐 2020년대의 중심이 될 어린 선수들이 본격 투입된 두 경기에서 연달아 패한 것이 함정이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019년 아시안컵

2016년 10월 6일 수원 월드컵 스타디움

2017년 6월 13일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2019년 1월 25일 자이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한국 3:2 카타르

카타르 3:2 한국

한국 0:1 카타르

 사아드 알쉬브 (1990년생)

 압둘카림 핫산 (1993년생)

 무함마드 카술라 (1986년생)

 로드리고 타바타 (1980년생)

 아흐메드 엘 사이드 (1990년생)

 핫산 알하이도스 (1990년생)- 골

 페드로 (1990년생)

 부알렘 쿠키 (1990년생)

 루이즈 주니오르 (1989년생)

 아흐메드 야세르 (1994년생)

 세바스티안 소리아 (1983년생)- 골


 교체

 이브라힘 마지드 (1990년생)

 카림 부디아프 (1990년생)

 아크람 아피프 (1996년생)

 사아드 알쉬브 (1990년생)

 무함마드 무사 (1986년생)

 압둘카림 핫산 (1993년생)

 무함마드 카술라 (1986년생)

 로드리고 타바타 (1980년생)

 알리 앗사달라 (1993년생)

 핫산 알하이도스 (1990년생)- 멀티골

 이브라힘 마지드 (1990년생)

 페드로 (1990년생)

 부알렘 쿠키 (1990년생)

 아크람 아피프 (1996년생)- 골


 교체

 무사아브 키디르 (1993년생)

 카림 부디아프 (1990년생)

 야세르 아부바크르 (1992년생)

 사아드 알쉬브 (1990년생)

 페드로 (1990년생)

 타렉 살만 (1997년생)

 압둘아지즈 하팀 (1990년생)- 골

 핫산 알하이도스 (1990년생)

 아크람 아피르 (1996년생)

 살렘 알하즈리 (1996년생)

 밧삼 알라위 (1997년생)

 부알렘 쿠키 (1990년생)

 압둘카림 살렘 (1991년생)

 알모에즈 알리 (1996년생)


 교체

 카림 부디아프 (1990년생)

 아흐메드 알라엣딘 (1993년생)



어린 카타르 귀화 선수에게서 볼 수 있는 애국심

카타르 고립사태가 시작된 몇 개월 뒤인 지난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의 패배 당시 아크람 아피프의 세리머니나 이번 아시안컵 이라크와의 16강전에서 모국을 상대로 결승골을 기록한 밧삼 알라위의 세리머니에 많은 이라크 팬들이 격분한 것에서 보여지듯 카타르가 이웃국가들과의 고립사태 이후 국론 담합을 위해 애국심을 고취하는 수단으로 스포츠를 활용하는 건 이미 유명하거든요. 특히 국내 언론들이 손흥민 비하 세리머니라며 논란을 부추겼던 아크람 아피프의 세리머니는 사실 한국과의 경기 한달 반 전인 2017년 4월 28일 비야레알과 스포르팅 히혼의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비야레알 선배 세드릭 바캄부가 보여준 골 세리머니를 응용하여 자신의 애국심을 표출한 세리머니였습니다. (그의 트윗을 보면 카타르에 대한 애국심을 드러내는 트윗이 종종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아크람 아피프는 소속팀인 비야레알에서 스포르팅 히혼에 임대 중이었죠. 경기에는 후보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그의 세리머니를 인상적으로 본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한국전이 끝난 후 한 달 뒤, 스포르팅 히혼 임대생활을 마치고 비야레알로 복귀해서 다음 시즌의 행보가 결정되기 전 남긴 트윗을 통해 한국전에서 보여준 자신의 세리머니가 그의 세리머니를 모방한 것임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비야레알로 완전히 복귀하지 못한 채 그 트윗으로부터 2주 뒤 벨기에 리그의 오이펜으로 임대되었지만요.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을 꺾고 경기장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보면 순수 카타르 선수와 귀화 카타르 선수의 경례 포즈가 상당히 자연스럽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논란의 세리머니 주인공이었던 아크람 아피프의 거수경계를 포함해서 말이죠. 걸프지역 축구를 10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전하게 되면서 느꼈던 우리나라 스포츠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팩트를 전한다기보다 기자의 감정이 노골적으로 개입되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논란거리로 만들어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사실확인 따위는 하지도 않지만, 어쩌다 걸프지역 축구소식을 다루면 기본적으로 이 동네는 침대축구, 오일머니 홈 텃세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지저분한 축구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기사를 쓰곤 하니까요.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와 펠리스 산체스 국대 감독

어린 귀화선수를 받아들여 국대에 편입시키는 새로운 정책의 중심에 2004년에 설립된 어스파이어 아카데미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어린 외국인 선수들에게 축구 훈련 및 고등 교육을 제공하고, 가능성있는 재원들을 귀화시켜 아카데미가 소유하고 있는 스페인과 벨기에 리그팀으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하면서 유럽 진출을 시키거나, 카타르 리그를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남태희의 알두하일이나 정우영의 알사드에서 프로 선수로 키우는 것이죠. (최근 카타르와의 맞대결에서 당했던 2연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크람 아피프는 비야레알 소속으로 알사드 임대 중입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국대에서도 청소년 대표부터 연령별 국가대표로 단계적으로 키워 나갈 수 있는 셈이죠. ([2019 아시안컵]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에서 발굴하고 알사드, 알두하일에서 단련 중인 카타르 돌풍의 주역들 참조) 여기에 덧붙여 이웃 걸프 국가들은 엄두도 내지 않는 차비 에르난데스, 사무엘 에투, 베슬레이 스네이더르 등 유럽 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레전드급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리그로 영입하면서 함께 뛰게 하여 그들의 노하우를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죠.



그리고 어스파이어 아카데미를 활용한 카타르 세대 교체의 중심에는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탈락 직후 사의를 표한 호르헤 폿사티 감독 후임으로 부임하여 현 카타르 국대를 이끌고 있는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 있습니다. 국대 감독을 맡은 이후 첫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카타르를 아시안컵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시킨 펠리스 산체스 감독은 국대 감독으로는 초짜지만 어린 선수 육성과 현 국대의 주역인 어린 카타르 선수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그는 현역 경험은 없지만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바르셀로나 유스 주베닐 A 코치를 맡으며 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어스파이어 아카데미를 이끌면서 일찌감치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왔고, 2013년부터는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아 처음 출전한 2014년 AFC U-19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카타르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20세 이하 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다가 호르헤 폿사티 감독이 사임한 2017년 공석이 된 카타르 국대의 감독을 맡게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세대교체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을 직접 키운 장본인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리그나 국대에서 몇 년씩 손발을 맞추다 보니 이전 세대 카타르 국대에 비해 신세대 카타르 국대의 조직력이 강해진건 필연적일 수 밖에요. 조직력으로 다져진 수비벽을 허물어서 골을 만들거나 빈 틈을 열어주는데 필요한 닥돌형 선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우리의 창은 끈끈한 수비벽을 뚫기엔 너무나 무뎠죠;;; (지난 몇 년간 알사드 수비진을 맘껏 농락하는게 익숙했던 그 선수가 없는게 더 아쉬웠다는;;;;.) 그리고 그 코스를 밟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카타르의 사상 첫 4강 이상을 노릴 수 있게 된 아시안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지금의 96년생 전후의 선수들이 이변이 없는 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포함해 2020년대 카타르 축구를 이끌 주축선수들이 되겠네요. 현 세대의 성공을 경험삼아 몇 년 뒤 카타르 국대에는 2000년대에 태어난 제2의 알모에즈 알리, 밧삼 알라위 같은 선수들을 계속해서 뽑을 수 있겠죠. 이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카타르는 선수들을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명장을 알아보는 중이라고도 하구요,


오늘의 결과를 충격패라고 얘기하는건 평소에 관심도 없이 어쩌다 기사란걸 쓰려니 검색도 제대로 못해서 헛소리나 늘어놓거나, 오일머니 듣보잡으로 취급하던 기레기들이 침대축구나 하는 애들이라고 상대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한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국내 언론들은 로테이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물론 사실이죠), 카타르 또한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자 두 명을 제외하면 이라크와의 16강전과 같은 선수 구성으로 우리와의 8강전을 뛰었고 교체카드는 경기 막판 시간벌기용으로만 사용했기에 오히려 그 점에서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몇 개월간 혹사 당했던 손흥민은 예외입니다만...) 이번 시즌 리그에서 꾸준히 뛰었던 알모에즈 알리, 아크람 아피프의 어린 선수와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되는 고참 핫산 알하이도스의 세 공격수는 조별예선전부터 꾸준히 매경기 선발출전하면서 풀타임 혹은 최소 70분 이상을 뛰었으니까요. 그 중 어시스트를 기록한 아크람 아피프는 전경기 풀타임 출장 중이었죠. 이번 대회에서 카타르의 교체카드는 공격수보다는 경기를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 강화, 혹은 시간 벌기용의 수비쪽의 교체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전을 직관하면서 가장 씁쓸했던 건 카타르가 리드 상황에서 침대축구를 예상 외로 덜 시전했다는 점입니다. 이 동네의 침대축구는 전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쪽에서 경기를 앞서나가고 있을 때, 이 리드를 지키면서 따라 붙고자 하는 상대의 조바심을 극악하게 활용하는 심리전의 일환입니다. 실력이 떨어지거나 속도가 느릴지는 몰라도 리그 축구에서는 침대축구를 좀처럼 볼 수 없거든요. 오히려 현재 알라이얀에서 뛰는 고명진이 카타르전을 앞두고 가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한국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는 카타르에겐 굳이 침대축구를 시전하지 않아도 한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리드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덧, 이러한 카타르의 귀화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엘리트 스포츠인 육성정책은 애시당초 인구수가 적고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벌릴 수 있는 여윳자금이 넘쳐나는 카타르에서나 가능한 방식이지,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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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