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처음 라마단을 접했던 1998년 1월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태어나서 첫 비행기 여행의 목적지였던 요르단 암만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보슬비가 내리던 을씨년스럽고 어둑어둑한 날씨 속에 환전소와 비자 발급창구를 제외한 공항 터미널 내 모든 시설에 조명이 꺼져있어 차갑게 느껴졌던 그날 아침을 말이죠. (그렇게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밤새 폭설로 바뀌어 그 다음날 아침엔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던 건 덤;;;;;) 그렇게 시작한 아랍 생활이 한해 한해 늘어가면서 어느덧 봄을 제외한 여름 가을 겨울철의 라마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에 있어서 성스러운 달로 알려진 이슬람력 9월의 이름이자, 무슬림이라면 누구나가 지켜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인 한 달간의 단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종교] 무슬림을 선교하는게 왜 어렵고 위험할까? 참조) 이 라마단 단식에 대해서는 꾸란에서 가장 긴 장이기도 한 제2장 바까라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왜 1년 중 콕 찝어서 이슬람력 9월에 단식을 실시할까요? 이슬람력 9월은 무슬림들에게 있어서 꾸란에 언급된 25명의 선지자 중 마지막 선지자인 무함마드에게 꾸란이 처음 계시된 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위한 복음으로, 그리고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라마단 꾸란이 계시되었나니 달에 임하는 너희 모두는 단식을 하라. 그러나 병중이거나 여행중일 경우는 다른 날로 대체하면 되니라. 알라는 너희로 하여금 고충을 원치 않으시니 일정 (라마단 내내) 채우고 너희로 하여금 편의를 원하시니라. 그러므로 너희에게 복음을 주신 알라께 경배하며 감사하라." (2 185)


** 라마단 달 중 꾸란이 처음 계시된 것으로 간주하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권능의 밤"은 콕 찝어 언제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9월 하순을 그 시점으로 본다. 순니 무슬림들에게 있어 중요한 밤은 이슬람력 9월 21일, 23일, 25일, 27일, 혹은 29일. 반면, 시아파는 19일, 21일, 23일을 중요시하게 여기며, 특히 4대 칼리프 알리가 쿠파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예배 중 암살자에 의해 독이 묻은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난 날 (헤지라력 40년 9월 19~21일)과도 겹쳐있다.   


그리고 한 달간의 단식을 통해 욕망을 자제함으로써 알라를 경배하고 감사함을 깨달으며 의로워질 것을 권고하고 있죠.

"너희 선임자들에게 단식이 의무화된 것처럼 알라를 믿는 너희에게도 단식은 의무라 자제함을 통하여 의로워질 것이라" (2 183)



신앙도 어디까지나 먹고살기 위해 있는 것이기에 성스러우면서도 고통을 수반하는 이 의무를 무조건 이행해야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열외 가 능한 조건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행이나 와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단식이 힘든 상황에 닥칠 경우 라마단이 지난 후에 이를 스스로 시행할 수 있는 다른 날로 대체하거나 자신보다 더 불쌍한 자에게 베풀어도 된다고 사정을 공식적으로 봐 줍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가능한 스스로 지키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은 덤이죠. 종종... 이 부분을 대충 넘겨 짚고 들어서 아프다고 난리치면서도 주사나 투약을 거부하는 황당한 무슬림들도 경험해보기도 했고, ([칼럼] 어떤 파키스탄 노동자를 떠올리다... 참조) 자카트와 맞물려서 불쌍한 자에게 베풀라는 내용에 촛점을 맞춰 구걸하는 거지들이 더욱 늘어나는 달이기도 합니다. 두바이 같은 곳에선 적발되면 추방대상입니다만! ([문화] 싸딕~! 캄싸 리얄~! 참조)

"정하여진 날에 단식을 행하면 되나 병중에 있거나 여행중에 있을 다른 날로 대용하되 불쌍한 자를 배부르게하여 속죄하라. 그러나 스스로 지킬 경우는 많은 보상이 있으며 단식을 행함은 너희에게 더욱 좋으니라. 실로 너희는 알게 것이라." (2 184)



꾸란에서는 해가 진 후 하루의 단식이 끝나는 이프타르에서부터 다음날 새벽 동틀 무렵 직전 수후르까지 식욕과 성욕 등 하루 종일 참았던 본능을 발산할 수 있는 그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식날 너희 아내에게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녀들은 너희들을 위한 의상이요, 너희들은 그녀들을 위한 의상이니라. 알라께서는 너희들이 은밀히 행하는 것을 알고 계시나, 너희들에게 용서를 베풀고 은혜를 베푸셨노라. 그러나 지금은 그녀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되, 알라가 명하신 것을 추구하고 하얀실이 검은실과 구별되는 아침 새벽까 먹고 마시라. 그런다음 밤이 올때까지 단식을 지키고, 그녀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것이며, 사원에서 경건한 신앙 생활을 것이라. 이것이 알라께서 제한한 것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 이렇듯 알라는 인간들에 자제함을 배울 있도록 계시하였노라." ( 2 187)



이렇듯 꾸란의 가르침으로부터 시작된 난이도가 두번째로 높은 무슬림의 의무인 라마단 단식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올렸던 포스팅 중 주요한 내용들을 아래와 같이 모아모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매년 10일씩 앞당겨 지는 이슬람력과 지역별로 다른 단식 시간, 그리고 무슬림들의 시간관념

[문화] 이슬람력과 그들의 종교적 공휴일

[S-OIL] 사우디 이야기 (7) 아랍의 시간 (2009년 7월호) 

[라마단] 신월 관측 위원회, 라마단의 시작과 끝을 결정지을 초저녁 신월을 찾아라!

[라마단] 한여름의 라마단, 금식시간이 가장 긴 지역은 어디일까?


2. 라마단이 2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UAE 등 일부 국가 한정)

[문화] 라마단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베품의 미덕을 공유하는 전통 명절, 하끄 알라일라


3. 이프타르, 라마단 기간 중 단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하루의 첫 식사

[음식] 라마단 기간의 금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식사 이프타르

[라마단] 1년 중 라마단 기간에만 발사하는 라마단 대포의 전통과 그 유래

[음식] 사우디인 친구집에서 대접받은 가정식 이프타르 

** 호텔이나 식당에서는 가성비 좋은 라마단 기간 한정 이프타르 셋트 메뉴도 판매하니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 이프타르로 배를 채워 그 밤의 마지막 식사가 되는 다음날 새벽의 수후르는 그 시간 전에 잠들어서 먹어 본 적이 없기에 소개는 다음 기회에~^^


4. 라마단 기간 중 비무슬림들은 어떻게 점심을 해결해야 하나요!?

[여행] UAE에서 라마단 기간 중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들!

[사회] 그 어느 해보다 방문객 친화적으로 변모한 UAE의 2017년 라마단 풍경

[문화] UAE의 라마단 라이센스, 종교적인 전통과 현실적인 수익 사이에서의 균형찾기

[라마단] 아부다비, 라마단 금식시간 중 식당과 카페에 매장을 가리지 말고 정상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려! (2019년)


5. 라마단 기간 시즌 한정 핫 아이템!!!!

[라마단] 라마단 시즌 한정으로 폭발적으로 판매되는 핏빛 음료수 빔토 (Vimto)를 아시나요?

[드라마] 쿠웨이트 사회의 문제를 다룬 라마단 특집 드라마 "사끄 알밤부",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맡은 첫번째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

[라마단] 라마단 기간 중 밤에만 여는 야시장 같은 전시장, 두바이 라마단 나이트 마켓!


6. 라마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 문화현상

[문화] 손님, 오늘만큼은 경건하게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UAE와 카타르의 드라이 나이트!

[경제] 런던, 라마단 기간 중 걸프지역 관광객들로부터만 기록적인 1,565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려!

[문화] 라마단과 헐리웃 블록버스터, 걸프지역에서 이번 시즌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라마단 뒤로 연기된 사연 (이제는 옛날 이야기...)

[라마단] 종교적 의무인 라마단 기간 중 중동지역에서 SNS 접속 및 이용이 급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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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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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끝난 라마단 기간은 아랍지역 방송계에서도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즌입니다. 한달 간의 단식 기간 동안 활동반경이 극도로 좁아질 수 밖에 없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들이 집에 함께 모여 각종 TV프로그램을 보고 즐기면서 허기를 잊는데도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한 시즌이기에 아랍지역의 방송국들은 한 달간의 라마단 기간에 방영할 특집 드라마, 쇼 프로그램 등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애씁니다. 다변화된 시청 환경 속에 아랍지역 역시 TV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요.


올해 라마단 기간 중 편성된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 중 여러가지로 화제를 모았던 MBC 드라마 (우리나라 MBC 아님!)를 통해 방송된 30부작 특집 쿠웨이트 드라마 "사끄 알밤부 (Saq Al Bamboo)"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화제를 모았던 첫번째 이유는 아랍 세계를 넘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쿠웨이트의 젊은 언론인이자 소설가 사우드 알사누시가 쓴 소설 "사끄 알밤부"는 2013년 국제아랍소설상 (International Prize for Arabic Fiction) 대상 수상작입니다. 국제아랍소설상은 우수한 현대아랍문학 작품을 발굴하여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서 세계에 소개함으로써 아랍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얼마전 소설가 한강이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가 되어 화제를 모았던 맨부커상을 운영하는 부커상 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어 (사실은 아니지만) "아랍의 부커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 역시 대상 수상 후 영어로 번역 소게 되어 가디언지와 파이낸셜 타임즈 등 해외 유수 언론에 서평이 실린 바 있습니다. 


가디언지의 서평 => 클릭!

파이낸셜 타임즈의 서평 => 클릭!

인디펜던트의 서평 => 클릭!


지면에 깊게 뿌리를 대나무 줄기 (Bamboo Stalk)라는 의미를 가진 소설 "사끄 알밤부"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쿠웨이트 가정에 일하러 온 가사도우미 조세핀이 주인집의 버릇없이 자란 외동아들 라쉬드와 사랑에 빠져 비밀결혼식까지 올렸지만, 그녀가 임신하여 아이를 갖게된 것을 알게 된 주인집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라쉬드의 어머니인 가니마의 등쌀에 못이겨 라쉬드는 조세핀과 2개월도 안된 아들을 필리핀으로 돌려보내며 이혼하게 됩니다. 자신의 유일한 손자가 자기집 가사도우미의 자식이란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거죠. 필리핀에서 엄마와 함께 어렵게 살던 호세는 18세가 되던 해 어렸을 때부터 엄마로부터 천국이라는 얘길 들었던 아버지의 고국 쿠웨이트로 가지만, 아버지 라쉬드는 이미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때 전사했음을 알게 됩니다, 가사도우미의 아들이라며 그를 여전히 탐탁치 않게 보는 할머니 가니마와 주변 사람들, 자신이 자라왔던 카톨릭 국가 필리핀과는 전혀 다른 이슬람 국가 쿠웨이트의 환경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겪게되는 다양한 사건을 호세의 시선으로 소개하는 이 소설은 그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쿠웨이트 사회의 여러 이면을 다뤄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논란과 함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바로 남자 주인공 호세 멘도자/이사 알타르루프역에 필리핀 남자 배우가 아닌 한국보다 아랍에서 더 유명한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가 캐스팅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인이나 시리아인이 주연을 맡는 경우도 드물다는 걸프지역에서 제작한 TV드라마에 한국인이 주연을 맡는 건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이자 첫 사건이었습니다. 



주인공의 국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국인이 주연을 맡았고, 그런데다 하필 연기 경험이라곤 두 편 정도의 아랍 영화에서 특별출연 형식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일 뿐 드라마에 한 번도 출연해 본 적이 없는 그가 30부작 TV드라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남자 주인공에 캐스팅 되었기 때문입니다. ([연예] 아랍의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 이집트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한국인이 되다! / [영화] 어리버리한 세 아랍청년들의 코믹 로드무비,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From A to B) 참조)


걸프지역에서도 10~2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들과 달리 스탠딩 코미디언이자 셀러브리티로 아랍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그가 논란 속에 주인공을 맡은 이유는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성장배경 때문입니다. 그 역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전형적인 한국 남성의 외모와도 살짝 다르고, 무엇보다 사우디에서 태어나 요르단에서 교육받고 UAE에서 연예계에 입문하면서 아랍어를 네이티브로 구사하면서 활동해 온 점이 제작진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캐스팅이었다고 합니다. (사우디에서 태어났기에 미국 등과 달리 국적이 주어지지 않아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 한국인입니다만... [인물] 아랍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 참조) 드라마 제작진의 80%가 영어를 못하는 상황에서 촬영기간 내내 함께 해야할 남자 주인공에게 별도의 통역을 추가로 붙일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죠. (참고로 남자 주인공의 대사 중 80%는 아랍어, 20%는 필리핀의 국어인 따갈로여서 따갈로를 따로 배워야 했다고 하네요)



이러한 화제와 논란 속에 라마단 특집 드라마로 편성된 사끄 알밤부는 쿠웨이트 사회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임에도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쿠웨이트에서 촬영허가를 받지 못해 촬영일정이 지연되면서 올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예정이었던 드라마는 4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어 두 달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두바이와 필리핀을 오가며 촬영하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방송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하루에 15~20씬씩 촬영하다가 막판엔 72시간 연속 촬영에 하루 35씬을 촬영하는 강행군을 거쳤다는군요.    



라마단 특집 드라마라 방송일정을 도저히 연기할 수 없는 제한된 일정에 쫓겨 제작된 한계가 있는 탓인지 드라마 자체는 유명한 원작의 후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채 대박도 쪽박도 아닌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논란 끝에 첫 정극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정원호의 연기는 첫 주연임에도 잘 소화했다는 호평과 단순한 표정 연기로는 30부작 드라마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평을 동시에 받은채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랍어 공부삼아 드라마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클릭!



출처: Dubai-based Korean comic Wonho Chung is breaking the bamboo ceiling with role in Saq Al Bamboo (The National)

       Wonho Chung talks challenges of ‘Saq Al Bamboo’ (Gulf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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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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