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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경제] UAE, 8월 1일부터 휘발유 가격 인상과 함께 양날의 검이었던 유가 보조금 폐지에 앞장서다!

둘라 2015. 7. 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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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UAE 에너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급하는 유가 보조금을 폐지하여 8월 1일부터 유류대 책정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매월 28일마다 다음달의 유류대를 확정 공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류대를 산정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 정부가 제공해왔던 유가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국제 평균 유류대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산출방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요. 


이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휘발유 가격의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재계와 다국적 신용평가단체 및 금융기금 등은 UAE 에너지부의 발표를 환영한 반면, 일반인들에게는 과연 얼마나 오를 것이며 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에 대해 찬반이 분분했었습니다. UAE의 물가도 많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부채질 할 것이 뻔하니까요. 이번 유가 보조금 폐지로 인한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 정유업체 ADNOC은 이번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얻게 될 이익을 새로운 주유소 건설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DNOC은 현재 UAE 전역에 386개의 주유소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125개를 추가로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안그래도 차량 대수에 비해 주유소가 부족했어;;;;;)


그리고 이러한 논란 속에 28일 UAE 에너지부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유가 보조금을 폐지한 첫 유류대인 휘발유와 디젤의 2015년 8월 국내 소비자 가격을 확정 공표했습니다.



새로운 유류대 책정 시스템의 특징은 휘발유 가격 인상과 더불어 디젤 가격 인하에 있습니다. 다른 산유국들과 마찬가지로 UAE에서도 한국과 달리 휘발유 차량이 압도적인 이유는 휘발유 가격이 디젤 가격보다 훨씬 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이번 요금체계 개편으로 인해 디젤이 휘발유보다 싸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7월 31일까지의 기존 가격과 8월 1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가격의 인상 혹은 인하폭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해 볼까요?


종류

기존 가격

8월 가격

차액

인상률

슈퍼 (옥탄가 98)

Dh1.83

Dh2.25

+42 fils

+22.95%

스페셜 (옥탄가 95)

Dh1.72

Dh2.14

+42 fils

+24.41%

E-플러스 (옥탄가 91)

Dh1.61

Dh2.07

+46 fils

+28.57%

디젤

Dh2.90
Dh2.35

Dh2.05

-85 fils
-30 fils

-29.31%

-12.77%

** 디젤 가격은 아부다비 (2.35)와 두바이 및 5개 북부 에미레이트 (2.90)으로 이원화되었었다.

** 1디르함은 317.58원 (7월 28일 기준)


새로운 휘발유 가격이 50% 이상 인상되어 3디르함이 안되는 2디르함 후반대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실제 8월 휘발유 가격은 생각 외로 소폭의 인상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금 올랐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것이 이번 가격은 휘발유 가격 인상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차원에서 책정한 간보기용 가격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어차피 휘발유 및 디젤 가격은 매달 조정하게 될 상황에서 한번에 확 올려 사회 전반에 걸친 메가톤큽 멘붕을 안겨주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이미 수하일 알마즈루이 에너지부 장관은 8월 가격 발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인상으로 차량을 소유한 일부 저소득층 외에 자신들의 차를 포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UAE의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으니까요.


이에 발맞춰 당근이라도 제시하듯 두바이 RTA는 새로운 휘발유 책정 체계가 시작된 오늘부터 한시적으로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NOL의 발급비를 50% 인하하면서 휘발유 가격에 부담을 느낄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싸지만 사실 UAE는 GCC산유국 중에서 가장 휘발유 가격이 비싼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대부분 휘발유 가격이 싸서 좋다고 큰 차를 구입하시는 분도 많지만, 사우디에서 4년 가까이 운전하고 다녔던 제게는 상당히 비싸게 느껴져서 소형 SUV를 샀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 사우디와 UAE의 휘발유 가격차가 3배 이상에 달했으니까요. 콜라 330ml 한 캔을 살 돈이면 휘발유 2.5리터를 넣었던 사우디와 달리 UAE는 1리터도 넣을 수 없을 정도면 상당히 큰 차이죠.



양날의 검이 된 GCC 정부의 과도한 유가 보조금


걸프 산유국들의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의 휘발유 가격은 원유 산지인 탓도 있지만, 그 막대한 수익을 활용하여 물가인상률 등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 예산에서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원가 이하로 시중에 공급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자국민들과 외국인 근로자 유입 등 인구 증가로 인한 이동수요 증가는 대중교통이 미비한 상황에서 개인 자가용 보유대수 증가 및 큰 배기량을 가진 대형차량 선호로 이어져 휘발유 사용량이 급증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UAE의 경우 10년전인 2005년에 비해 연간 휘발유 총사용량이 58% 이상 급증했다고 하니까요.



휘발유 사용량이 급증하게 되면서 점점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유가 보조금 지급은 국가 예산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월드뱅크나 IMF 등 국제통화기금은 GCC 국가들에게 유가 보조금의 지속적인 증대가 결국 재정적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고해왔던 이유기도 하구요. 


실제로 이번 유가 보조금 폐지를 통해 UAE 정부는 지난 2004년 이후 연평균 12%씩 증가해왔던 재정 지출 규모를 1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4800억 디르함에서 4600억 디르함으로 전년 대비 4.2%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지출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다각화를 통한 석유 의존도 탈피, 인프라 구축 등 더욱 생산적인 목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수 있죠.


하지만, GCC 국가들 사이에서 보조금 삭감이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로 여겨진 이유는 자신들도 낭비성 예산인 보조금 삭감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도입했다가 자국민 및 체류 외국인들을 포함한 사회, 경제 전반에 끼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임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조금이야 말로 정부의 집권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국민들의 반발을 억누를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인만큼 그야말로 필요악인 셈입니다. 실제로 쿠웨이트는 보조금 삭감을 추진하다 의회에서 부결되어 집행하지 못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GCC에서 가장 휘발유 가격이 비싼 UAE가 유가 보조금 폐지에 앞장서게 되었을까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일 가스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의 확장과 급변하는 이란의 입지 등 당분간 저유가 시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른 GCC 국가에 비해 산업 다각화로 효과를 보고 있지만, 석유 수입의 감소로 인한 국가 재정 확보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폐지할 유가 보조금이라면 유가가 낮을 때 시작하는 것이 사회 전반에 걸친 멘붕을 최소화할 수 있겠죠. 설령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더라도 그 과정에서 유가 인상에 대한 내성을 갖출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국내 휘발유 사용량의 급증으로 인해 현재는 전체 생산량 중 약 1/4을 판매하지 못하고 자국에서 소비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아부다비를 제외하면 석유 매장량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좀더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량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겠죠.



유가 보조금 폐지의 성공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건 대중교통망 구축!


여기에 비록 메트로, 버스, 수상택시, 트램 등 다채로운 대중교통을 앞장서서 도입해 온 두바이를 필두로 ([여행] 놀 교통카드부터 트램까지, 두바이 여행객들을 위한 두바이 대중교통 정보! 참조아부다비, 샤르자 등 3대 토후국에 한정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나마 GCC 국가들 중 대중교통 체계가 잡혀나가고 있다는 점도 대체 교통자원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배경이 됩니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3대 토후국에서 제공되는 대중교통망도 제한적인데다 아즈만, 움 알꽈인, 라스 알카이마, 푸자이라 등 나머지 4개 토후국은 대중교통망이 거의 미비한 상황이기에 유가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나마 있는 대중교통수단인 택시야 말로 유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유가 인상이 생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확신에 찬 발언과 달리 현실은 안그래도 치솟고 있는 물가 인상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 되어 결국에는 지역 경제를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거든요. 


UAE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발표 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유가 인상이 에미레이트인들과 고소득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발전된 어느 사회에서나 저소득층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기에 차량 유지 능력이 없으면서도 차를 보유하고 있는 저소득층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는 이 발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맹점이라면 발전된 다른 사회에 비해 UAE는 상대적으로 대중교통망이 취약하다는 사실이죠.


유가 보조금 폐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대중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구축해 나가느냐가 이번 유가 보조금 폐지가 "단기적인 고통이지만 장기적인 이득"이 될지, "단기적인 고통인데다 장기적으로도 더 큰고통"이 될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유가 보조금 폐지는 이제 시작일 뿐...


유가 보조금 폐지는 그야말로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다음 차례는 VAT 도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UAE 재정부는 3분기 내로 VAT법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이미 예고했거든요. 이미 해외송금액을 줄여보겠다며 송금세 도입을 검토하다가 취소한 사례가 있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재정 수입에 큰 역할을 차지하던 석유 수입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GCC 최초로 가동중인 두바이 메트로의 성공에 자극받은 인근 GCC 국가들이 메트로 프로젝트를 따라하고 있는 것처럼, UAE의 이번 유가 보조금 폐지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다른 GCC 국가들도 결국 따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UAE정부는 물론이고 이웃 GCC국가의 정책 집행자들이 이번 UAE의 정책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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