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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리버리한 세 아랍청년들의 코믹 로드무비,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From A to B)

둘라 2015. 6. 2.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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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From A to B, 2014)

제작: 제니퍼 로스 (블랙스완, 레슬러 등), 라미 야신

감독: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스토리/극본: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무함마드 헤프지 외

출연: 파디 리파이 (오마르 역), 파하드 알부타이리 (유스프 "제이" 역), 샤디 알폰스 (라미 역), 칼리드 아불 나가 (시리아군 장교 역), 정원호 (라이드 역)

언어: 아랍어, 영어

공식 홈페이지: http://atobfilm.com




1. 줄거리

친구 하디의 죽음으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오마르. 만삭의 아내를 뒤로 하고 하디와 함께 가기로 했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디의 죽음 이후 소원해졌던 친구 제이와 라미에게 연락을 해 하디를 기억하며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DJ가 꿈인 플레이보이 제이와 737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리안(#activist) 라미는 오마르의 제안에 처음엔 망설이지만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세 친구는 아부다비에서 출발하여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시리아를 거쳐 여행의 종착지 베이루트에 도착한다. 차가 고장 나기도 하고 때론 길을 잘못 들기도 하며 수상한 정비공과 낙타를 만나는 등 그들의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가득하다. 험난한 이 여행은 아마도 그들을 미치게 만들거나 혹은 그들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할 것이다.



2.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감독

몇년 전 미션 임파서블4- 고스트 프로토콜과 섹스 앤 더 시티 2의 촬영지였던 두바이, 최근 개봉했던 헐리웃 영화 패스트 퓨리어스7와 연말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 에피소드7의 촬영지인 아부다비가 영화 산업에 눈을 뜨면서 발리우드 영화의 로케이션 촬영지를 제공하고 아랍-발리우드 영화제를 최근 성황리에 개최하는 등 영화 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들고 있지만, 정작 UAE의 자체 영화제작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러한 초기 UAE 영화제작의 선두주자로 나선 이가 바로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감독입니다.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감독은 UAE 최초의 장편 극영화이자 셰이크 자이드 로드에서의 다중추돌 교통사고씬 촬영으로 화제를 모은바 있는 "시티 오브 라이프"을 찍었으며, 영화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는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영화] City of Life, 두바이에서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운명 참조) 

1981년생인 알리 무스타파 감독은 아랍인이라고 보기엔 이국적인 외모에서 볼 수 있듯 UAE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UAE에서 영화제작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영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영화제작의 기반을 다져나갔습니다. 영화제작의 역사가 짧은 걸프 영화 중에서 신인답지 않게 나름 때깔있는 촬영이나 연출을 보여주는 건 바로 이런 바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막작 시티 오브 라이프만 놓고 봐도 제2회 아랍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로얄 러브보다 몇년 전에 나온 작품 임에도 영화 자체로는 훨씬 유려한 연출력을 볼 수 있거든요. ([영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아랍식 신파극, 로얄 러브 (Royal Love)  참조)



3. From A to B의 믜미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지만, 영어 제목이 From Abu Dhabi to Beirut가 아닌 From A to B인 이유는 아랍어 원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원래 제목은 "알리프에서 바까지". 알리프 (آلف)와 바 (باء)는 바로 우리말의 기억, 니은과 같은 아랍어 글자 이름입니다. 물론 아부다비와 베이루트의 첫 글자이기도 합니다만, 굳이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중의적인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제목이기도 한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한 의미라면, 또 다른 의미는 영화의 모티브이기도 한 하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세 주인공의 성장기가 또 다른 의미랄까요.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아랍어 글자에서 비롯됩니다.   

처음 아랍어 글자를 배울 때 찾아오는 멘붕이 바로 점의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알리프는 이러한 구별이 없는 글자지만, 바로 뒤에 나오는 바는 비슷해 보이지만 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세 개의 글자로 나뉘게 됩니다. 바 (ب), 타 (ت), 싸 (ث)로 말이죠. 어거지 같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하디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어리버리한 세 주인공 오마르, 라미, 제이의 여행을 통한 성장기라 본다면 이러한 의미도 부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4. 시티 오브 라이프와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

이 두 영화는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각기 다른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시티 오브 라이프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전혀 만날 일이 없는 세 주인공이 두바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진 한 사건 속에 어떻게 엮이게 되는지를 담담하게 담고 있다면,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는 그와 반대로 친구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세 주인공이 아부다비에서 베이루트까지의 여정 속에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이루트 폭격으로 죽은 친구가 짝사랑했던 여인과 연애 중이었으며 결혼에 성공했지만 친구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지 못하고 있는 주 아부다비 시리아 대사의 아들 오마르, 사우디인 아버지와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갑갑하기만 한 사우디보다는 자유로운 서구적인 정서에 더 익숙해 아버지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아부다비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면서 DJ를 꿈꾸는 제이, 부유한 홀어머니에게 자랐으며 활동가를 꿈꾸는 블로거 라미. 전혀 이질적인 세 친구는 절친 하디를 잃었다는 아픔과 자녀를 아부다비 아메리칸 학교에서 공부시킬 수 있는 여유있는 부모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편의 세 주인공이 부유한 아버지를 둔 에미리트인 파이살, 로맨스를 꿈꾸는 항공사 여승무원 유럽인 나탈리아, 두바이의 택시 기사 바수로 국적은 물론 계층도 달랐다는 점에 비하면 확연히 다르죠.


세 주인공 오마르, 제이, 라미는 부모의 후광을 벗으면 아무 것도 아닌 2세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혼자 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그의 죽음과 동시에 소원해졌던 옛 친구들을 뜬금없이 불러내 베이루트로 가자고 하는 오마르나, 전문 DJ를 꿈꾸지만 바람둥이인데다 개념은 반쯤 놓고 다니는 제이, 활동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히키고모리형 마마보이 블로거인 라미까지.... 이들이 여정 중에 겪게 되는 대부분의 소동은 자신들의 힘보다는 부모님의 후광 덕에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어리버리한 세 친구의 여정은 끝을 향해 가면서 자신들의 활동이 해결책이 되어가며 성장해나가게 되지만요... 특히, 제이는 감독 자신을 모티브로 삼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걸프 아랍인 아버지와 영국(아일랜드인) 어머니, 걸프지역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영화 (DJ) 영역에서 입지를 다져나가려는 모습까지...



영화 속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중간 기착지인 사우디와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여정 속에 아랍인들의 반이스라엘 정서, 시리아 내전 등 정치적인 내용도 담고 있지만 코믹 로드무비답게 코믹하고 낭만적으로 다루면서 진지하게 파고들지는 않고, (특히 사우디 에피소드들 중에는) 알고 보면 키득키득거리고 웃을 수 있는 유머 포인트가 곳곳에 있긴 하지만, 이들의 문화가 익숙치 않은 이들에겐 어떻게 와닿을지 궁금해집니다. 올해 초 UAE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최근 아이튠즈를 통해 배포되었으며, 배포되자마자 아랍영화 부분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저도 극장 개봉시에 못 봤다가 아이튠즈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만....



알리 무스타파 감독은 5년만에 신작을 냈던거과 달리 이번엔 상대적으로 빠르게 차기작을 공개했습니다. 그의 차기작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컨져링, 인시디어스 등의 제작자인 피터 사프란과 스티븐 슈나이더가 공동 제작자로 나서며, 물 부족사태로 인한 혼란기의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 The Wealthy 입니다. 지금까지의 두 영화가 전개 방식이나 장르는 다르지만 아랍을 배경으로 세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룬 이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장르로의 도전을 택한 셈입니다.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 살짝 궁금해지네요.



덧. 

1) 대부분 신인급 배우, 혹은 코미디언이 출연한 이 작품에서 시리아군 장교로 출연하는 칼리드 아불 나가는 이번 아랍 영화제 상영작 중 다른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합니다.

2) 작년 영화제 상영작인 오마르를 보셨다면 낯익은 여배우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3) 제이를 레바논으로 오라고 꼬드기는 영상통화에 등장하는 묘하게 생긴 이는 국적상 한국인이지만 아랍어로 아랍인을 웃길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영향력있는 셀러브리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멀티엔터테이너 정원호입니다. ([인물] 아랍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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