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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문화] UAE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한국 음식, 그리고 불가사의한 불닭볶음면의 폭발적인 인기!

둘라 2018. 4. 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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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한인슈퍼, 혹은 온라인 유통채널 등을 통해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생겼지만, 아랍국가, 특히 한국슈퍼가 없는 지역에서는 현지 슈퍼에서 한국음식을 구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20년전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아랍국가였던 요르단에 나갈 준비를 했을 때, 먼저 다녀왔던 동기들이 짐 속에 라면 한박스 넣어서 가져가면 좋을 거라고 충고했을 정도니 말이죠. 기껏 갖고 나갔지만 음식 현지화가 쉽게 되어 5개월 동안 3개 정돈가 먹었다가 뒤늦게 나온 토종 입맛 동기 녀석 덕분에 나머지 27개를 한 달도 안되어 다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있고, 그때 아랍지역에서 유학하셨던 선배님들은 가끔 UAE로 나오실 때 필요한 한국음식 없냐고 물어보시기도 할 정도로 한국음식을 구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아랍 체류국이었던 사우디에서는 그나마 슈퍼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나 신라면 정도를 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라면이 처음 들어왔을 무렵 라면 박스에 아랍어 표기를 했는데 오타가 나서 라면 (رامين)이 아닌 람즈 (رامز)로 표기되어 잼있게 봤던 기억도 새삼스럽구요.


세번째 체류국이 된 UAE의 생활이 시작되었던 2015년에는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아랍, 특히 결프 지역에도 흘러들어온 한국 가요와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과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으려는 식품업계의 관심이 맞물리면서 한국 음식이 본격적으로 현지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11월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두바이 자빌 공원에서 한국문화 소개 및 K-POP 댄싱 공연을 접목시킨 ‘2015 한국 식품 박람회(K-FOOD Fair) 인 두바이’를 개최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첫 시도다 보니 절차 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준비가 미흡하여 제대로 음식을 소개할 기회가 없어 행사 자체는 많이 아쉬웠습니다만...


(‘2015 한국 식품 박람회(K-FOOD Fair) 인 두바이’ 당시)


시작은 다소 안습이었지만,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계의 노력과 새로운 먹거리 수입선을 필요로 하는 시장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까르푸 등 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한국 먹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부터 수입해왔던 라면과 과자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참치 통조림 등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한국산 배까지 현지 마켓에서 구경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지난해 4월 한국산 배를 수입했던 스피니스는 수입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먹는덴 문제가 없지만 유통시키기엔 하자가 있다며 나눔의 해를 맞아 5톤이 넘는 수입물량을 푸드뱅크에 기증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각주:1]





이 곳 현지슈퍼에서 유통되는 한국식품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글의 처음부터 언급되었던 라면입니다. 신라면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농심이 진출해 있었고...





농심에 이어 삼양식품의 라면들로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급속도로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매대를 장악하며 가장 인기있는 한국라면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바로 불닭볶음면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노력으로 작년 4월 까르푸 내 한국음식코너가 생기면서 쌓아놓고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출처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나름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까르푸 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에서도 불닭볶음면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닭볶음면을 처음 본 곳이 고속도로 휴게소 (Zoom 계열) 내 편의점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닭볶음면과 핵불닭볶음면이 뜬금없이 튀어나오니 신기할 수 밖에요...





그러더니 최근 집 앞에 있는 슈퍼를 들렀더니 한국 라면이 진열된 매대 4줄 중 3대를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가득채운 모습을 보면서 그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도 아닌 라스 알카이마에서도 말이죠... 




얼마전 한국 슈퍼마켓을 찾았을 때 계산대에서 제 앞에 있던 이마라티 여성 손님이 깜빡했다며 서둘러 매대에가서 가져온 것이 5봉들이 불닭볶음면이었을 정도로 이 곳에 있는 외국인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어필하는 라면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랍문화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경험한 사람들에게도 불닭볶음면의 나름 폭발적인 인기는 그야말로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아랍음식을 대표하는 레바논 음식이나 다른 아랍국가에서 인기있는 음식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들 중엔 짜거나, 달거나, 시큼한 음식들이 대세일 뿐 매운 음식이 거의 없거든요. 그렇다보니 단순히 매운 것을 너머 미친듯이 매운맛을 자랑하는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인기는 그야말로 신기할 뿐이죠.


불닭볶음면이 최근들어 UAE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인기있는 라면이 되었다는 말에 동의한다는 이마라티 동료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 직원 역시 의견에 동의는 한다면서도 속시원한 이유를 말해주진 못했습니다. "우리들 중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일부 있기는 한 것 같긴 해...." 정도?


UAE에서 불닭볶음면의 예상 밖 대박행진 이유를 찾아보고자 했지만, 참고로 마땅한 소스가 없어 나름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1. 한국 음식이니까...

기본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 초 두바이 분수쇼에서 처음 선보인 엑소의 파워 ([두바이] 두바이 분수쇼 배경음악 최초의 가요, EXO의 파워 첫 공개! 참조), 그리고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에 즈음하여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UAE 문화교류행사에서 공연한 에이핑크의 무대에 떼창을 하는 현지 팬들을 볼 수 있었을 정도로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생각 외로 높습니다. 한국인들도 관심없으면 잘 모르는 아이돌 노래에 떼창으로 응원을 보내는 현지팬들이 있을 정도로 말이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속에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하게 된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늘어나는 한식당이나 한국슈퍼, 가끔씩 한식강좌를 개최하는 한국문화원의 프로그램은 ([아부다비]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중동지역 최초의 한국문화원, UAE 한국문화원 방문기 참조) 이들의 관심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2. 라면이나 볶음면, 그리고 특히 닭은 나름 익숙한 음식

UAE는 날생선을 먹지 않는 아랍인들의 식성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생각 외로 일식당이 많은 곳입니다. 미국에서 아이언 셰프로 유명한 스타 셰프 마사하루 모리모토의 일식당 모리모토가 두바이 르네상스 다운타운 두바이에 지난 주 문을 열었고, 그에게서도 배운 한국인 스타 셰프 아키라 백의 일식당 아키라 백 두바이가 올가을 W 더 팜에서 여는 등 유명 스타 셰프의 일식당으로부터 와가마마 같은 서양인이 운영하는 일식 체인점,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과 일식을 겸하는 식당 등 다양한 일식당이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중심으로 성업 중에 있습니다.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왕세제 등 지도층이 일식당에서 오찬을 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을 정도로 UAE에서 일식당은 이마라티들에게도 친숙한 곳입니다. ([생활] 평범하게 식당에 점심 먹으러 온 실질적인 UAE의 통치자, 아부다비 왕세제를 마주치다. 참조) 그런데다 태국 음식점 등 아시아 음식점 등을 통해 다양한 국적과 종류의 라면, 혹은 볶음면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라면이나 볶음면은 이들이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닐지언정, 맘만 먹으면 도전하기도 쉬워 낯선 음식이라고 볼 수 도 없는 셈입니다.


여기에 닭이야 뭐... 아랍지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고기니 더 말할 필요가 없죠. 가령 불제육볶음면이었다면, 핵심 재료 중 하나인 돼지고기 때문에라도 이 동네에선 쉽게 접할 수도 없었겠지만요...



3. SNS로 확산되는 불닭볶음면 도전!

평소 먹어볼 일이 없어 익숙치 않은 미칠듯한 매운 맛에 반응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즐기는데 불닭볶음면 도전 영상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 곳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국의 먹방채널을 아랍어로 번역해서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먹방을 찍기도 하죠.


2016년 12월 말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한 사우디 먹방채널이 대표적입니다. 두바이에서 구해왔다며 불닭볶음면 도전에 나선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몇 달뒤 핵불닭볶음면이 나오자 여기에도 도전하는 영상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들의 먹방 뿐만 아니라 히잡과 아바야를 입은 여성들의 불닭볶음면 도전...





아바야와 히잡을 입기엔 너무 어린 꼬마애들마저 도전 영상을 올려 공유할 정도로 불닭볶음면 도전 영상 공유는 이들에게도 색다른 즐길거리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딱히 뭐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재밌으니까!"가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어모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왜 저럴까..싶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함께 하고 싶은 즐거움. 이러한 아랍인들의 즐거움을 사우디에서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멀쩡한 자동차를 이렇게 놓는지 이해되세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4. 할랄 인증이 있으니까!

아무리 현지인들의 반응이 좋다고 해도 할랄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한국 슈퍼나 현지 슈퍼의 비무슬림 코너가 아니면 일반 매장에선 제품을 보기 쉽진 않습니다. 더더군다나 돈육 성분이 들어가는 라면은 말할 것도 없죠. 그렇다보니 이 곳에 있는 한국 슈퍼에서도 한국에서 판매하는 라면은 비무슬림 코너에, 레시피를 조정하여 할랄 인증을 받은 라면은 일반 매대에 진열해서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불닭볶음면은 2014년 국내 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 (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9월 말에는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이라는 인도네시아의 울라마협의회 (MUI)로부터도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 최초의 라면이기에 까르푸 같은 현지 슈퍼에 쌓아놓고 팔기도, 편의점에서 파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입니다. UAE에는 KMF 인증마크를 달고 팔고 있죠. 아랍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불닭 볶음면에는  Hot Chicken Flavor Ramen이라는 영어표기 대신 아랍어 표기가 들어가 있는데.... 아랍어 표기는 조금 괴랄한 면이 있습니다. 소리나는대로의 표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랍어스럽지도 않으니 말이죠.




  1. http://gulfnews.com/news/uae/society/5-tonnes-of-pears-donated-to-uae-food-bank-1.20150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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