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드디어 개관한 자이드 국립 박물관 (1) 간략한 소개와 입구 앞에 펼쳐진 TMI 가득한 알마사르 정원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가 개원한지 2년 뒤인 2009년, 아부다비는 사아디야트 아일랜드에 UAE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를 기리고 그의 유산을 남기기 위한 자이드 국립 박물관 계획을 발표합니다. 박물관의 디자인은 포스터+파트너스가 맡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박물관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던 아부다비는 박물관 큐레이션 지원 및 전시물 임대 등을 위해 대영박물관과 10년 계약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야심찬 아부다비의 계획은 언제나 그렇듯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건립 발표 당시만 해도 2012년 개관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2013년으로 밀리고, 그 뒤에는 2021년으로 일정이 밀렸다가, 코로나 등의 외부적인 요인이 더해지며 자이드 국립 박물관의 개관 일정은 당초 예정했던 2012년에서 13년이나 밀린 2025년으로 예정되었죠.
개관 일정이 무기한 연장 되면서 대영박물관은 2019년에 종료되는 원 계약 하에서는 어떠한 유물도 아부다비로 대여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지만, 2018년 6월 새로운 파트너쉽 계약이 체결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고, 2019년 7월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브린마어 칼리지 (Bryn Mawr College)에서 중동지역 고고학 교수를 맡다가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내 고고학 및 고생물학 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던 고고학자 피터 매기 박사 (Dr. Peter Magee)를 언젠가 열게 될 자이드 국립 박물관의 관장으로 임명합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2021년 이후 개관 일정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던 자이드 국립 박물관의 개관 일정에 대해 2025년 10월 16일이 되어서야 다가오는 12월 3일 개관한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식 개관일을 하루 앞둔 12월 2일, 매년 UAE 각 토후국을 순회하면서 열리는 제54주년 UAE 건국 선포일 공식 기념식을 자이드 국립 박물관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개최하며 일반에 선을 보이게 됩니다. 평소 12월 2~3일에 주어지던 이드 알잇티하드 연휴가 대체 휴일제로 인해 12월 1~2일로 바뀌면서 공식 개관일은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문을 열게 되었지만요.
위치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사아디얏 아일랜드 내 문화지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와 이웃하고 있습니다.
입장료 및 운영시간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10일전 먼저 개관한 자연사 박물관과 입장료와 예매 방식이 동일하지만, 자연사 박물관처럼 별도로 사야 하는 티켓은 없습니다. 저는 개관 3일 뒤이자 첫 주말인 토요일에 이 곳을 찾았습니다.
주차장에 내려서 박물관을 향해 가려면 길게 뻗은 길을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이 길가에 놓여진 모형을 보면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박물관 본관과 박물관 앞에 길게 뻗어있는 길.

알마사르 가든 (Al Masar Garden)

박물관 앞에 길게 뻗혀있는 길이자 박물관을 향해있는 알마사르 가든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UAE를 형성해 온 풍경과 이야기를 전시하는 총 600미터 길이의 야외 갤러리입니다. 한여름에야 힘들지만, 지금처럼 날씨좋은 계절에는 오가기 좋은 길이기도 하죠.

곳곳의 안내판에는 맹인들을 위한 점자 안내문도 제공됩니다.

알마사르 가든은 거닐다보면 곳곳에 TMI 가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타원형 벤치처럼 보이는 조형물엔 UAE의 주요 연표를 소개합니다. 1971년에는 UAE 건국이 선포되었고...

1981년에는 아부다비에서 걸프협력기구 (GCC)가 창설되었으며,

2004년에는 UAE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이 서거함에 따라 그의 아들 셰이크 칼리파 빈 자아드 알나흐얀이 제2대 UAE 대통령에 취임했고,

2022년에는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 제2대 UAE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그의 이복동생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 제3대 UAE 대통령에 취임했다는 내용들을 말이죠.

- 2022.05.13 - [GCC&GU/UAE] - [정치]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통치자, 향년 73세로 서거
- 2022.05.14 - [GCC&GU/UAE] - [정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제3대 대통령에 선출!
아울러 아부다비, 특히 수도 아부다비의 중심인 아부다비 아일랜드의 변천사도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네... 우리가 아는 아부다비는 사실 셰이크 자이드 브릿지 (약 842m), 마끄따 브릿지 (약 300m), 무삿파 브릿지 (약 480m), 셰이크 칼리파 브릿지 약 1.5km)로 연결된 섬이에요. 이 중 가장 짧은 마끄따 브릿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다리를 이용할 때 아부다비의 톨게이트인 다르브를 통과하게 되죠.
아부다비 섬은 영국의 보호국이었던 1950년대만 해도 도시다운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부다비에서 석유가 발굴되고 셰이크 자이드가 본격적인 도시 개발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도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해...

지속된 개발을 통해 현재의 대도시로 확장하면서 인근의 섬들도 개발하게 되죠.

알마사르 가든에는 눈에 확튀지는 않지만 가든의 경치에 어울리는 카페들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알마사르 가든을 따라 루브르 박물관쪽을 향해 걸으며 자이드 국립 박물관에서 멀어질수록 UAE의 역사와 아부다비의 발전과 같은 정보 뿐 아니라 자연 및 환경에 대한 전시물도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알아인 오아시스를 움직이는 관개수로 팔라즈를 재현한다던가...

UAE 땅에 살고 있는 동물 모형들도 장식되어 있으며,

또 하나의 카페 맞은 편에는

UAE인들의 생활에 대한 전시물과 체험 이벤트도 즐길 수 있습니다.


걷다보면 다른 풍경도 마주할 수 있죠. 이웃하고 있는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나 자연사 박물관 같은 건물들을요.

알마사르 가든은 자이드 국립 박물관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미리 선보이는 프리뷰를 제공하는 야외 갤러리이기도 합니다.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UAE의 국부 셰이크 자이드를 기리는 박물관임과 동시에, UAE의 역사, 환경, 문화적 여정을 포괄적으로 정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사실을요.

이제 다시 정신 차리고 박물관을 향해 가봅니다.

길을 따라 쭈욱 걷다보면 UAE 국기 게양대를 지나

자이드 국립 박물관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알마사르 가든에서 봤던 미니어처를 통해 자이드 국립 박물관의 외관을 다시 살펴 봅니다.
자이드 국립 박물관의 외관
66,000m2의 부지 위에 세워진 자이드 국립 박물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높이 83~123m 높이로 솟아 있는 태양열 타워입니다. 세이크 자이드가 사랑했던 매사냥을 기리는 의미에서 매의 날개를 형상화 한 이 타워는 디자인적인 목적 외에도 설계의 지속가능성과 UAE의 자연환경에 대한 대응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냉각 공기를 실내로 유도하는 '열 굴뚝'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박물관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눈에 띄는건 눈에 띄는 매 날개형 타워 밑에 자리잡은 각진 판넬을 비정형적으로 덧대어 만든 박물관의 외관이었습니다.

덧댄 판넬의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중간중간 선이 보이는 듯한 박물관의 기묘한 외형은 단순히 디자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매날개형 타워만큼이나 기능적인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데....

그럼... 본론인 자이드 국립 박물관 본관에 들어가 봅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