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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우디 내 현대차 생산 공장 착공식으로 본 사우디의 자동차 제조업 도전사!

둘라 2025. 5. 16.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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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 (King Abdullah Economic City) 내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King Salman Automotive Cluster)에서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국부펀드 부총재를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공공투자기금 (PIF)과 현대차 생산법인 (Hyundai Motor Manucacturing Middle East)이 합작하는 현대차 조립공장 건설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공공투자기금 (PIF)이 70%, 현대차가 30%의 지분을 투자하는 이 합작 공장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춘 공장으로 2026년 4분기에 첫 생산에 들어갈 예정으로 연간 5만대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현대차 생산 공장은 사우디 내 두 번째 전기차 생산 공장이자 내연기관차 생산 및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춘 첫 번째 공장이 됩니다.

 
 

킹 압둘라 경제 도시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게 될 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젯다에서 북쪽으로 100여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도시입니다. 

 

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20년 전인 지난 2005년 사우디 정부가 세계 최대규모의 신도시 개발계획이라며 야심 차게 발표했던 5대 경제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사우디 아라비아 투자청 (Saudi Arabian General Investment Authority, 약칭 SAGIA)와 두바이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회사인 Emaar를 주관사로 하여 10년 동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시작한 곳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고, 이 계획을 발표했던 압둘라 국왕의 권력이 점점 약해지는 등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뜻한 바를 이루진 못한 것 같지만요.

(무려 18년 전 현장 방문 당시에 받았던 홍보 영상....)
 

전 개인적으로 초창기인 2007년에 전 회사에서 젯다로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현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에 2년 정도 가까운 젯다에서 근무하면서도 다시 가보진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주거 단지, 산업 단지, 물류 단지 등이 킹 압둘라 경제도시의 북쪽에는 인더스트리얼 밸리 (Industrial Valley)라는 산업 지역이 있으며,

 

인더스트리얼 밸리 남쪽 Phase 2에 현대차 조립공장이 들어서게 될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King Salman Automotive Cluster)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3개의 자동차 회사가 입주해 생산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에 있습니다. 네... 위에서 설명했듯 현대차가 이곳에 입주한 첫 회사는 아니에요. 물론, 그 셋 중에는 가장 유명한 회사긴 하지만요.
 
현대차 공장 옆에는 전기차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름을 들어봤을 루시드 모터스 (Lucid Motors)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 시르 모터스 (Ceer Motors)가 있습니다.

 
 

GCC 내 최초의 자동차 생산국가가 되고 싶어했던 사우디의 오랜 노력 

사우디는 GCC 국가 중에서도 유독 오랫동안 자동차 생산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 압도적인 규모의 내수시장

우선, 유목생활을 해왔던 탓에 자동차를 좋아라하는 GCC 국가들 중에서 사우디는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네... 사우디 인구가 GCC 6개국 총인구의 약 6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순수 사우디인 인구가 나머지 5개국의 외국인을 포함한 인구수보다도 더 많은 나라이기도하고.

국가총인구 국가총인구
사우디아라비아36,947,025명UAE9,516,871명
오만4,644,384명
쿠웨이트4,310,108명
카타르2,716,391명
바레인1,485,010명
5개국 총인구22,672,764명
GCC 6개국 총인구59,619,789명

(기준: 2023 UN)

 

2.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채로운 자연환경

일반적으로 사우디? 하면 사막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우디는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차량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매우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겨울에 눈 내리는 동네까지, 평지에서 3천 미터급 고산지대까지, 건조한 지역부터 우기가 있는 지역까지 한 나라 안에서도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에 혹한기는 없지만 GCC 내에선 차량의 주행성능을 테스트하기에도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죠.

 

그동안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기도 할 겸 2020년부터 다카르 랠리를 유치해 온 것이겠지만요.

 
이러한 자연환경 외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256km의 일직선 도로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사실 방향을 꺾을 의미가 없는게.... 사막 같은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라 두 거점 사이에 사람사는 곳이라던가 빠져나갈 곳이 거의 없;;;;;

 
 

3. GCC 사양의 차를 이용하지만, 다 수입해야 한다고?

다른 나라들과 달리 사우디를 비롯한 유독 GCC 국가에서는 병행수입차량 대신 공식 딜러들이 팔고 있는 차량 사용을 권장합니다. 왜냐하면, 공식 딜러들로부터 판매하는 차량들은 외형상으론 별 티가 안 나지만, 혹독한 기후로 악명 높은 이 지역의 환경에 맞춤화된 "GCC 사양"이 적용되었거든요. 한국에서 사는 제네시스와 이곳에서 사는 제네시스는 내부 사양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우디가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할 경우 판매시장은 비단 사우디뿐만 아니라 최소 GCC 전역을 시장으로 둘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죠.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국을 향한 사우디의 도전

이런 이유로 자동차 생산을 꿈꿔온 사우디는 2010년부터 자동차 생산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자국 대학교와 업체 간 산학협동으로 자동차를 만들어보려다 실패하기도 하고, 재규어 랜드로버, 포드 등의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공장 설립을 놓고 협상도 벌여봤지만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루시드 모터스 (Lucid Motors)- 사우디에서 가장 먼저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 공장의 이웃

그렇게 얘기만 오가다 끝날 것 같았던 사우디의 자동차 생산국의 꿈은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본격화됩니다. 사우디가 비전 2030에 따라 2030년까지 리야드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탄소배출량을 5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거든요. 이러한 비전의 일환으로 2019년 4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 (PIF)이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 그룹의 지분 58.42%를 가진 대주주가 되면서 말이죠.

 

그로부터 3년 뒤인 2022년 2월, 루시드 그룹은 사우디 투자부 (MISA), 사우디산업개발펀드 (SIDF), 킹 압둘라 경제도시 (KAEC)와 협업하여 사우디에 최대 연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장을 사우디에 짓겠다고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1년 반 뒤인 2023년 9월 27일 킹 압둘라 경제도시 인더스트리얼 벨리에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제조 시설인 AMP-2를 공식 개장하게 됩니다.

 

루시드의 두 번째 제조 공장이자 해외 첫 제조 공장인 AMP-2는 개장 초기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루시드 에어를 부품 형태로 들여와 조립하는 SKD (Semi-Knock Down) 방식으로 연간 5,000대를 조립하기 시작했으며, 2026년 이후에는 사우디 공장에서 완전한 차량 생산이 가능한 CBU (Complete Build-Up) 방식으로 확장해 연간 150,000대 생산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공공투자펀드는 공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기차 10만 대 구매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황이죠. 리야드 에어와도 협업하고...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사우디의 "Made in Saudi"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되어 "Saudi Made"라는 라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되면 이 라벨이 붙은 현대차를 볼 수도 있게 된다는 이야기겠습니다.

 
 

시르 모터스 (Ceer Motors)- 설립 3년 차, 여전히 준비 중인 현대차 공장의 또 하나의 이웃

루시드의 제조 공장인 AMP-2가 한창 건설 중이던 2022년 11월 2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공공투자기금 (PIF)이 소유한 사우디 최초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시르 모터스 (Ceer Motors)의 설립을 공식 발표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다"라는 뜻을 지닌 아랍어 단어 시르 (سِير)에서 따온 시르 모터스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 (PIF)과 대만의 전자 제조업체 폭스콘 (Foxconn)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신생회사로 GCC 지역에 세단과 SUV를 포함한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루시드의 AMP-2에 연간 최대 24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제조공장을 건설 중에 있습니다.
 
시르 모터스는 합작 투자자인 폭스콘이 차량의 전기 아키택처 개발을 담당하고, BMW로부터 차량 개발을 위한 부품 기술을 라이선스 받으며, 리막 테크놀로지 (Rimac Technology)로부터는 고성능 전기 구동 시스템 (EDS)을, 현대 트랜시스 (Hyundai Transys)로부터 전기차 구동 시스템을 공급받는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King Salman Automotice Cluster) 조성 시작!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25년 2월 6일 킹 압둘라 경제도시 내 가동 중인 루시드의 AMP-2와 건설 중인 시르의 제조공장이 입주한 인더스트리얼 밸리 남쪽에 위치한 자동차 제조 허브를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로 명명하게 됩니다. 착공식을 가진 현대차 제조공장은 이 산업단지의 세 번째 입주기업이 되며, 향후 피렐리 (Pirelli)의 타이어 공장 등 공공투자기금 (PIF)이 주도하는 여러 글로벌 제조업체와의 합작 투자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년 전 처음 사우디 변경의 건설 현장에서 처음 외노자 생활을 시작했던 저로서는 현대차 서비스에 대해 그다지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차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부품 공급 및 서비스 이슈로 고생을 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금 간 갤로퍼 앞유리 하나를 교체하기 위해 젯다까지 왕복 2,000km가 넘는 길을 다녀와야 했던 일입니다. 70km 정도 떨어진 동네 센터에선 300km 떨어진 아브하에 있는 지역 센터에 가보라고 하고, 정작 아브하 센터에 갔더니 "우리에게 요청하셔도 되는데, 언제 올지 기약할 수 없으니 (서부 지역 총판이 있는) 젯다에 다녀오시는 게 더 빠를 거에요...." 워낙 장거리 운전이라 직접 갈 수 없어서 파키스탄 기사들을 보냈더니, 몇 시간 뒤 검문소에서 전화가 와서는 "파키스탄 애덜이 심부름 가는 길이라며 새 차를 몰고 있는데, 너네가 정말 심부름시킨 거 맞아? 차 끌고 도망치는 넘들은 아니고?"라며 확인하는 우여곡절을 거쳤기 때문이죠.
 
그때만 해도 한국차가 널리 사용되었던 요르단이나 다른 아랍 국가와 달리 2000년대 중후반까진 사우디와 UAE를 다녀도 한국차를 보기 쉽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일취월장해서 현대차 생산공장이 사우디에 들어서는 날이 다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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