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쿠다 비치 리조트 안에 있는 주류 판매점이자 전세계에서 온 6천여종 이상의 술을 파는 UAE 북부 지역 최대 주류 판매점으로 UAE 내 주당들의 대표적인 성지인 오리지날 바라쿠다 (구 바라쿠다 셀러)에 다왔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별다른 구조물 없는 사막 해변도로가 이어진 길가에 그야말로 뜬금없이 불쑥 나타나는 대형 비행기입니다. E11을 타고 라스 알카이마에서 오면 비행기 앞에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서 들어가면 되고, 반대 방향에서 올 경우엔 이 비행기를 지난 후 나타나는 첫번째 유턴 포인트에서 유턴을 하면 바라쿠다로 갈 수 있죠. ([움알꾸와인] UAE 내에서 다양한 술을 면세로 구입할 수 있는 주당들의 성지, 바라쿠다 셀러 참조)
오리지날 바라쿠다의 이정표가 된 대형 비행기는 구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태어난 중거리용 다목적 대형 전략수송기 일류신 IL-76T입니다. 보잉 767 여객기와 비슷한 사이즈인 길이 50여미터에 날개폭 50.50m, 높이 14.76m의 이 비행기는 뜬금없는 곳에 자리잡은데다 큰 크기로 인해 차를 타고 가는 모든 이의 눈에 그야말로 갑툭튀하며 그 자태를 과시합니다.
군용 전략수송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동체 양측면에는 실제로 움 알꾸와인에서 영업 중인 팔마 비치 호텔 (현재는 팔마 비치 리조트&스파)이라는 호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다건너 차로는 24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있는 팔마 비치 호텔에서는 이 사실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주당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정작 그 호텔보다는 오리지날 바라쿠다의 입구를 알려주는 이정표이자 상징물이 되었죠.
이 비행기의 기종인 일류신 IL-76은 구 소련의 일류신 설계국이 개발하여 75년부터 실전에 투입된 수송기로 뛰어난 적재능력은 물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기처럼 기수 아래에 관측창이 설치되어 있어 전자장비에 의한 유도가 없는 임시 비행장이라던가 비포장 활주로 등 공항시설이 좋지 못한 변경 지역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4발 다목적 대형 전략수송기입니다.
현재 자리잡은 이 곳에 방치된지 곧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IL-76은 다사다난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IL-76의 시리얼 번호는 053403072로 비행기가 만들어지던 1974년부터 CCCP-86715로 등록되어 소련 공군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인 1992년 7월에는 RA-86715라는 등록번호로 러시아 공군에서 사용되었는데, 러시아 공군에서 퇴역한 1996년 12월 25일 이후 이력은 더욱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에는 샤르자를 근거지로 하는 화물 항공사 에어 세스 (Air Cess) 소속의 El-RDT라는 이름으로 재등록되었으며 이듬해인 1998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물항공사 에어패스 (AirPsss) 소속의 3D-RTT로, 그리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 본사가 있었던 센트라프리칸 항공 (Centrafrican Airlines) 소속의 TL-ACN으로 등록된 것이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이 비행기의 마지막 등록기록이었습니다.
돈세탁처럼 왠지 복잡다단한 비행기 신분세탁 과정에 등장하는 두 항공사, 에어 세스와 센트라프리칸은 공교롭게도 1990년대에 죽음의 상인이란 별명이 붙으며 악명높았던 구 KGB 출신 무기 거래상 빅토르 바우트 소유의 화물항공사이기도 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2005년도 영화 로드 오브 워 (Lord of War)의 주인공 유리 오를로프 캐릭터의 부분적인 모델일 정도로 유명했던 그는 통행량이 많지 않은 외지의 한적한 공항에서 자신 소유의 화물 항공사를 활용하여 이란, 라이베리아, 앙골라, 시에라리온, 서아프리카 반군, 오사마 빈 라덴 등 위험한 나라와 테러분자들의 주요 무기 공급책으로 이름을 높였으며, 2008년 태국에서 체포되어 현재는 미국에서 25년형을 받고 2012년 6월부터 일리노이주에 있는 메리언 교도소에서 복역중입니다. (그에 대해 좀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태국 수사당국, 러시아 무기밀매상 빅토르 바우트 조사 중 (E) 참조)
빅토르 바우트는 1990년대에 샤르자와 라스 알카이마에서 이 비행기를 포함한 자신의 화물 수송기로 일반 화물 뿐만 아니라 무기들까지 중동을 거쳐 동유럽과 아프리카 곳곳에 물건을 운반하였으며, 그의 악명이 전해지면서 UAE는 2000년대 초반 그의 입국을 금지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Il-76이 방치된 곳이자 위의 구글 지도에서 움 알꾸와인 공항으로 표기된 이 곳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스카이 다이빙과 패러슈팅 클럽으로 유명했던 UAQ 에어로돔이 근거지였던 폐쇄된 작은 공항입니다. 하늘을 취미로 삼았던 유럽인들과 이마라티들의 성지였던 이 곳은 몇 차례 사고가 발생한데다 무엇보다 무허가였기 때문에 2010년 경 결국 폐쇄되어 클럽의 일부 인스트럭터들은 스카이다이브 두바이와 나중에 설립된 라스 알카이마의 알자지라 비행 클럽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겼던 이들에게 Il-76은 착륙지점을 찾기 위한 눈에 띄는 랜드마크였다고 하죠. UAQ 에어로돔이 없어진 지금은 오리지날 바라쿠다의 입구를 알려주는 길가의 랜드마크가 되었지만요.
여기서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은 이 비행기가 왜 1999년의 어느 날 아침 이 곳에 불쑥 착륙하여 24년간의 마지막 비행을 마쳤느냐입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기록 따위가 있을리 없는 변경 지역에서 일어났던 일인만큼 몇 가지 썰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기장이 착륙장소를 헷갈려서 일어난 착륙사고다 (근데... 기체나 바퀴조차 너무 멀쩡하잖아?)
둘째, 식당이나 카페로 변환하기 위해 매입했다. (근데... 왜 호텔측에서도 모른다는 호텔 정보가 표기되어 있지? 심지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
셋째, 당초 에미레이트 북부의 다른 공항 (아마도... 라스 알카이마나 푸자이라)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착륙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연료마저 떨어저 비상착륙했다. (근데... 이 정도로 멀쩡하면 기름 갖고 와서 띄웠으면 되지 않나???)
넷째, 누군가가 고철로 매각하려고 UAE 내 다른 공항에서 가지고 온 거다. (근데... 왜 안, 아니 못 팔았을까? 20년 가까이 방치해놓는 것보단 팔아치우는게 남는 장사였을텐데..)
다섯째, 퇴역 후 소련 전쟁 기념비로 사용하려던 노후 비행기를 한 기장에게 2만달러를 주고 UAE의 사막에 갖다 놓았다. (대체 왜???)
몇 가지 썰이 하나같이 공감하기에는 허점 투성이라 이 비행기가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역사를 아는 이들에겐 추억속에 남아있는 비행장이 있던 곳으로, 모르는 대부분의 주당들에겐 맘껏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이자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Shrouded in mystery: the Russian cargo plane abandoned in Umm Al Quwain (The National. Sep 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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