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 올해 운항을 개시한 서울 출발 두바이행 리트로핏 B777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탑승기

둘라 2025. 10. 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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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내던 휴가 막바지에 에미레이트에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에미레이트의 멤버쉽 프로그램인 스카이워드 시작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이메일이었죠. 이 이메일에서 눈에 띄었던건... 내가 이 멤버쉽에 가입했던 게 벌써 2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05년이면 한국에서 일할 때였으니 출장길을 알아보는 와중에 가입했겠구나 싶긴 했습니다.

스카이워드에 가입한지 20년이 되었다고 해서 에미레이트를 자주 이용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항공임의 가성비가 높은 항공사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미레이트는 사우디 근무시절 (회사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내 돈 내서 처음으로 비즈니스석을 경험해본 항공사이기도 했습니다. 한국행 비행기에 처음 A380이 투입되었을 무렵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은 어떨까? 라는 막연한 호기심에서 가성비와 상관없이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케세이퍼시픽 비즈니스를 이용하면 8천리얄 정도에 다녀올 수 있었음에도, 굳이 14,000리얄이나 내고 말이죠.

그때만 해도 새 비행기라 좋았지만, 12년 뒤에 다시 이용했을 땐 비즈니스석임에도 구석구석에서 낡은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던 기억도 새삼스러웠습니다.

에미레이트의 A380, B777 리트로핏 프로젝트

A380의 최대 덕후인 에미레이트는 기체의 사용연한을 늘리고 노후화된 기체를 개선하기 위한 리트로핏에 들어가면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말에 오랫동안 썰로 나돌았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공개했고, 이를 시작으로 보유 중인 A380과 B777을 전부 다 뜯어고치는 리트로핏 작업을 시작해 2024년 8월에는 의외로 두바이-히드로 노선이 아닌 두바이-제네바 노선을 시작으로 B777을 투입하기 시작했었습니다.

에미레이트는 A380을 도입 초기에 투입했던 이전과 달리 항공편을 늘려 A380과 B777까지 투입하면서도 정작 리트로핏 기종을 인천 노선에 바로 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과 중국 노선에는 투입하기 시작했음에도 말이죠. 그러다 B777을 인천 노선에 투입한지 14개월 만인 2025년 4월 14일부터 리트로핏 B777을 A380보다 먼저 두바이-인천 노선에 투입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휴가길에 한국에 올 때는 구형 A380 이코노미로, 두바이 복귀할 때는 리트로핏 B777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둘 다 이용하기엔 항공임도 부담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리트로핏 B777의 두바이 출발편은 A380보다 늦은 새벽 다섯시대여서 거의 날밤을 새야하는데다가 인천에 도착해서 집에 도착하면 밤늦게 도착하는게 부담스러웠으니까요.

그래서 A380 비즈니스석을 경험해 보겠다고 작정하고 표를 끊은지 15년 만에 리트로핏 B777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질러버렸습니다.

에미레이트의 리트로핏 B777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탑승기

B777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2-4-2 배열로 3열, 총 24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가장 앞 열 창가석을 예약했습니다. 이노코미석과는 전혀 다른 재질의 프리미엄 이노코미석은 잔을 놓을 수 있는 미니테이블이 놓여져 있어서 옆자리가 비었을 때 좌석과 좌석 사이 팔거리를 들어올려 눕코노미로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좌석에 있는 담요와 베개를 들어낸 모습입니다.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하네요. 리트로핏 기종의 실내 인테리어는 에미레이트의 B777 게임 체인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헤드레스트의 양옆은 접을 수 있습니다.

앉았을 때 눈에 띄는건 비즈니스석처럼 에비앙은 아니지만 생수 한 병이 기본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어메니티는 파우치 색깔만 다를 뿐 이코노미와 크게 다르지 않을듯해서 패스.

참고로 이코노미석의 파우치는 활토색.

창은 블라인드를 수동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식이 아닌 전동 블라인드가 장착되어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좌석 옆에는 헤드폰이 들어있는 수납공간이 있고, 기본적인 컨트롤 패널 외에 좌석을 젖히거나 리클라이너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움직이기에 조금 뻑뻑한 느낌이긴 했습니다만...

몇 년전 하필 앞자리에 너무 키가 큰 승객이 앉아서 식사할 때도 좌석을 뒤로 제낀채 먹는 바람에 답답해서 숨막히는 줄 알았던 경험을 난생 처음해보게 만들어 준 이코노미석에 비하면 앞뒤좌석 간격이 상당히 넓은 편이라 뒤로 젖혀도 여유로운 점은 좋았습니다. 아무리 리클라이너 좌석이라고 해도 비즈니스석처럼 플랫 베드가 나오진 않지만요.

두 사람의 잔을 놓기엔 조금 작은 면이 있지만, 티 테이블 재질도 역시 달랐...

3열 중 가장 앞자리다 보니 모니터는 숨겨져 있습니다.

이코노미 타고 올 때 이용했던 모니터와는 달리 수납형 모니터는 생김새부터 묵직합니다.

좌석과 좌석 사이의 하단부에 USB-A 타입 포트와 전원단자가 있습니다. 참고로 에미레이트는 10월 1일부터 기내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보조 배터리 사용 및 전원 장치로부터의 충전을 금지했습니다.

뻑뻑하게 장착된 수납형 모니터를 들어올려도 꽤나 여유있는 공간이 제공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구형 이코노미석 모니터보다는 확실히 크고 화질도 더 선명하네요.

모니터 하단부에는 헤드폰 단자를 꽂을 곳과 USB-A, C타입 단자가 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구형 A380 이코노미석에 장착된 모니터는 장난감 수준이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비즈니스석과 마찬가지로 출발 전 웰컴 드링크와 따뜻한 물수건이 제공됩니다.

메뉴판에 와인 안내가 가장 먼저 나오는군요.

눕코노미를 불가능하게 만든 식사용 트레이는 좌석 사이에 수납되어 있습니다.

꺼내서 앞에 놓은 뒤 펼치는 방식으로 나름 넓은 공간이 확보됩니다.

어쩌다 보니 저녁도 아침도 새우 스페셜을 선택해 버렸...

트레이가 넓은만큼 상대적으로 큰 그릇이 놓여지고, 소금과 후추가 1회용 봉투가 아닌 도기통에 제공됩니다.

저녁 식사로 나온 데친 새우 요리 한상. (등을 키고 찍을 걸 깜빡!)

식사 후 제공되는 커피컵에도 뚜껑이 있고, 초콜렛도 덤으로 딸려오더군요.

아침 식사로 주문했던 새우죽 한상.

이렇게 해서 편도지만 인천 노선에 올해 처음 투입된 에미레이트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보았습니다. 아직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리트로핏 A380이 언제 투입될지 기대가 되네요.

두바이 출발편으로 예약할 경우 비즈니스석 대비 가성비 좋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상대적으로 싼 인천 출발편 항공임으로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9년 전인 지난 2016년 10월 UAE의 대표적인 그룹 중 하나인 알합투르 그룹의 회장 칼라프 알합투르가 경유 노선 대비 두바이 출발 직항 노선의 운임을 창렬하게 책정했다며 에미레이트를 공개 비판했을 정도로 자국민, 외국인 거주자 등 집토끼엔 큰 관심이 없는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출발편 직항 항공임이 미친듯이 비싼점을 감안한다면, 두바이 출발편으로 예약할 경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이코노미석에 비하면 살짝 부담스럽지만, 비즈니스석에 비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의 운임이 책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000디르함을 넘지 않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항공임은 30,000디르함 전후로 책정된 비즈니스석 항공임의 1/3 이하의 가격이니까요;;;


11월 3일 두바이 출발 11월 14일 복귀 편의 비즈니스 항공임.	11월 3일 두바이 출발 11월 14일 복귀 편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항공임

* 바로 위에서 예를 든 두바이 출발 인천 왕복 노선 비즈니스석 항공임 (AED31,495)이 한화로 12,135,136원인 반면, 같은날 인천 출발 두바이 왕복 노선 일등석 항공임은 가장 비싼 플렉스 플러스로 끊어도 8,516,200원으로 약 400만원 가까운 차이가 나서 다른 클래스 좌석을 추가로 예약할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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