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0년 넘게 금주국가였던 사우디, 2026년부터 제한적 음주 허가 예정!?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대표적인 금주국가인 사우디가 2026년초부터 오랫동안 금지해왔던 알코올 음료의 판매와 소비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의외로 사우디는 원래부터 금주국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51년 11월 16일 젯다에서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인 미샤리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 (당시 19세)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술을 더 안 준다고 홧김에 시릴 우스만 영국 부영사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국왕 칙령을 통해 1952년부터 금주국가가 되었으며, 그로부터 72년이 지난 2024년 리야드 외교 지구 내에 첫 주류 판매점이 개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언론의 화제를 모으는 등 알코올 소비에 대한 미묘한 변화가 시작된 바 있습니다.
2024년 1월, 72년만에 리야드의 외교지구 내에 개장한 주류 판매점의 엄격한 제한 조건 (링크)
비무슬림 외교관만 이 매장에 출입하여 주류를 구매할 수 있고, 구매한 외교관들은 매장에서 구매한 주류를 보관할 수 있으며, 임기가 종료된 후 해당 주류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추가 규정이 있습니다:
- 21세 미만은 매장 출입 금지.
- 모든 외교관에게는 매월 240포인트가 할당되며, 이는 매장에서의 주류 구매 한도이자, 판매점 내에서 일종의 구매 화폐로 사용.
- 증류주(Spirits) 1리터당 6포인트
- 와인 1리터는 3포인트
- 맥주 1리터는 1포인트
- 주류 판매점을 이용하려면 전용 앱을 통해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정부가 운영하는 매장임),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은 후에야 매장 출입이 가능.
- 휴대전화는 매장 내 반입 금지이며, 방문자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함. (어째... 사진을 찾기 힘들더라니.. UAE 주류 판매점도 사진촬영은 시큐리티들이 제재하곤 한다.)
- 주류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하며, 대리 구매는 철저히 금지.
이러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는 사우디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정적 뿐 아니라 종교경찰 무력화 등 종교세력도 장학하는데 성공한 2010년대 후반 이후 개방의 문호를 열기 시작하면서 38년 동안 종교세력의 위세에 눌려 갑갑하기만 했던 사회를 개혁해 오는 와중에도 오랫동안 엄격하게 규제해왔던 알코올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2030년 세계 엑스포와 2034년 FIFA 월드컵 개최 등 다수의 국제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관광 산업을 현대화하려는 광범위한 비전의 일환입니다.
이 결정은 규제된 알코올 이용이 관광객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외국인 방문객 수 증가로 이어진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과 같은 인접 국가들의 성공적인 모델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방문객까지 가지 않아도 정작 사우디인조차 술과 유흥을 즐기러 인근 나라로 가는 건 워낙 유명했으니까요.
다만... 사우디답게 알코올 음료의 판매와 소비를 허용하는 조건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허용 주종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 맥주, 사이다 (사과 발효주)만 허용하며, 알코올 도수 20도를 초과하는 위스키, 럼, 보드카 등의 증류주는 불허.
제한된 고급 지역에서의 통제된 합법화
사우디 정부는 다음과 같은 통제된 환경에서만 허용할 예정으로 600여개 장소에서만 음주를 허용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5성급 호텔 및 고급 리조트
- 공식 허가를 받은 유통업체 및 대사관
- 레드 씨 리조트, 신달라, 네옴과 같은 신규 개발 관광 허브 (현재는 무알콜 음료를 제공)
- 외국인을 위한 주거 단지
- 지정된 국제 문화 및 비즈니스 행사 (단, 월드컵 기간 중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입장)
사회적 규범 유지와 엄격한 통제
알코올 정책 변화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개방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당국은 공공 장소, 개인 주택, 소매점에서의 알코올 판매 및 가정 내 생산은 여전히 금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알코올 음료에 대한 접근은 특정 조건과 엄격한 규제 하에 허가되며, 알코올이 책임감 있고 은밀하게 소비되도록 보장할 예정입니다. 알코올에 대해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도 미친듯이 관대한 UAE 조차도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어디까지나 불법이죠.
당국으로부터 알코올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소는 명확한 운영 지침을 따르며, 해당 업소에서 근무할 직원은 사우디 법률과 관습에 따라 알코올 제공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조치는 알코올 남용을 방지하고 음주에 부정적인 문화적 민감성을 보장하며, 국제적인 환대 기준을 수용하면서도 사우디 왕국의 이슬람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경제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조치
알코올 라이선스 도입은 석유 중심의 경제를 넘어 다양화하고, 세계적 수준의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간주됩니다. 관광 당국은 이 개혁이 호스피탈리티, 레스토랑, 이벤트 기획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과 이벤트 조직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국제 호텔 그룹이 새로운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 당국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엄격한 금주정책에 아쉬워했을 외국인 상대 여행사 및 MICE (회의, 인센티브, 컨퍼런스 및 전시) 조직자들도 이 정책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적 매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진보와 전통의 균형
사우디아라비아의 제한된 알코올 판매 허용은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목적지로 재포지셔닝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며, 깊이 뿌리내린 가치도 유지하려는 노력입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경제적 야망과 문화적 존중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 국제 여행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국제 환대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 개혁이 성사된다면 사우디 관광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적 완전성을 유지하면서 현대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지역 표준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가 널리 확산되면서 사우디 당국은 일단 이를 부인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