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FIFA가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48개국으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이미 확정된 2026년 미국, 멕시코 캐나다 월드컵 대신 2022년 카타르 월드컵부터 시작하기 위해 군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웃국가들과 관계가 악화된 개최국 카타르 문제를 축구로 해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죠. 이미 FIFA는 카타르를 엿먹인 적이 있습니다. 기껏 공약대로 경기장 내에는 시원한 냉방 경기장을 만들어 놨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일을 11월로 미뤄버렸죠. 보란듯이 카타르는 한여름인 8월초부터 18/19시즌을 시작하며 자신들의 약속을 입증해낸 바 있습니다. FIFA의 참가국 확대방안은 카타르가 경기장 수를 12개에서 8개로 줄였음을 감안할 때 카타르 입장에선 한 번 더 엿먹는 상황인 셈이죠.


(경기가 열렸던 8월초 경기장 밖 도하의 기온은 섭씨 36도였다.)


이러한 FIFA의 구상에 대해 카타르 외교분쟁의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쿠웨이트는 관련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힌 반면, 분쟁의 당사자 중 하나인 UAE는 필요하다면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UAE는 카타르를 고립시키고 있는 입장이지만, FIFA에 의한 갑작스런 대회 확대로 카타르가 떠안게 될 인프라 문제는 정치와 무관하게 형편이 되는 이웃국가가 도와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면서 말이죠... (당초, 카타르는 12개 경기장을 준비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8개 경기장으로 축소시킨데다, 마지막 경기장을 지난 달에나 발표하면서 FIFA가 48개국 채제로 개편할 경우 3년 안에 추가 경기장을 신설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8개 경기장 디자인을 공개하는데만 5년이나 걸렸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말이죠. [카타르월드컵]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마지막 주경기장의 디자인이 공개된 8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소개! 참조) 물론, 그로 인해 UAE에 방문할 축구팬들을 기대하는 것이겠지만요.


하지만, 그러한 UAE 정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안컵 중에 일어난 일련의 화제들을 보면 외교분쟁으로 인한 3개국의 불편한 관계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카타르 아시안컵 취재단 vs 아시안컵 조직위원회- 카타르 취재단의 입국문제는 누구의 탓인가?

시작은 카타르 매체의 보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아시안컵을 취재하기 위해 조직한 카타르 아시안컵 취재단이 정식으로 비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UAE 입국을 거절당해 돌아와야만 했다면서 말이죠.


이러한 카타르 매체의 보도에 발끈한 아시안컵 조직위원회는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조직위원회는 전세계에서 온 2천여명 이상의 취재단을 지원해왔고 취재단의 입국을 거절한 적은 없다고 밝히면서 입국비자를 혼동하여 잘못 발급받아 입국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일부 취재진들 (카타르 취재단)은 조직위원회의 협조 하에 24시간 내 문제를 해결하여 입국했다며 카타르 매체의 "의도적인 거젓" 보도를 맹비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링크) 아시안컵 조직위원회의 반박 보도에 대해 카타르 매체들은 자신들은 제대로 된 비자를 발급받았다며 응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링크)



2. 카타르 축구팬 vs 사우디 축구팬- 혜성처럼 나타난 의외의 카타르 서포터

이러한 와중에 카타르의 승리로 끝난 카타르와 레바논의 조별예선 1차전 경기에서 카타르와 사우디 양국 축구팬과 미디어 사이에서 단연 화제를 모은 인물은 그야말로 예상 밖의 인물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이 카타르를 응원하러 온 한국인 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카타르 매체는 물론이고, 카타르를 응원하는 방송인 이매리씨의 사진을 올린 한 사우디 스포츠 신문의 트윗계정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사우디 팬들의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이 스포츠 신문의 트윗 계정에 100회 이상의 답글, 리트윗, 좋아요를 기록한 트윗수가 극히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회 이상의 답글, 리트윗, 좋아요는 그야말로 좀처럼 보기드문 폭발적인 반응이랄 수 밖에요. 


사우디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조롱 일색입니다. 카타르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응원하도록 고용되었거나 귀화한 카타르인, 중국 시장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겠느냐에서부터 살와 아일랜드 (사우디는 카타르와의 육로 국경지역인 살와 국경 일대에 운하를 파 아라비아 반도의 한 켠에 붙어있는 카타르 반도를 아라비아 반도에서 분리된 섬처럼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에서 왔대..라는 유치한 반응은 물론, 심지어 이집트 매체에서는 카타르 통치자가 아시안컵 기간 동안 UAE에 입국하기 힘든 자국민을 대신하여 카타르 여권을 줬다는 거짓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니까요. 



특히 걸프리그의 유명 클럽들은 자신들의 저지를 입거나 응원하는 외국인 서포터즈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공유하곤 합니다. 지난 2012년 울산 현대와의 아챔 8강 1차전 당시 사우디 체류시에 구입했던 알힐랄 기념 저지를 입고 알힐랄을 응원하던 제 사진이 알힐랄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적도 있고, 알아인과 전북 현대의 아챔 결승 당시에는 알아인 저지를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가 현지 팬들의 SNS에 제 모습이 등장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이번 아시안컵 대회 중에도 알힐랄 저지를 입고 경기장을 찾은 일본 팬들의 모습이 현지 팬들의 SNS에 공유될 정도로 종종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평소 같으면 SNS 내의 화제거리였을 이매리씨의 응원모습이 카타르 스포츠 신문 1면에 나오고 후속 기사가 다뤄질 정도로 큰 주목을 받게 된 건 때마침 그녀가 카타르와 외교분쟁 중인 UAE 내 경기장에서 카타르를 열렬히 응원했기 때문입니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AFC 부회장이나 취재단이 입국에 애로를 겪는 등 UAE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제3국민이 공개적인 응원을 펼쳐주고 있으니 반색할만한 상황이니까요. 아시안컵 기간 동안에만 고용된 것 아니냐며 그녀의 응원을 비하하기에 급급한 사우디 팬들의 조롱과 달리 이매리씨는 그간 평소에도 카타르 월드컵과 카타르를 알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를 맡으며 꾸준하게 카타르 축구를 응원해 왔었습니다. 이매리씨는 아시안컵 대회기간 중 경기장 입장시 보안요원의 엄격한 반입물품 통제로 인해 준비해온 것들을 많이 보여줄 수 없었다며 오히려 아쉬움을 표할 정도니까요. ([2019 아시안컵] UAE 경기장 반입금지품목 및 주의사항 참조) 


 

공교롭게도 이번 카타르 고립사태의 주인공인 사우디와 카타르가 맞대결을 펼칠 E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17일 밤8시, UAE 시간)에선 또 어떤 얘깃거리와 문제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축구와 정치를 결부시키지 않으려는 FIFA와 AFC측과의 입장 속에서도 3개국 간의 불편한 관계는 아시안컵 기간 내내 곳곳에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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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